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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Mar 14. 2020

버지니아 형사법 절차에 관하여

제가 2020년 3월부터 미국 워싱턴 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워싱턴(주파수: AM 1310)"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에 형사법 관련 내용을 청취자 분들에게 전하게 되었습니다. 약 25분 정도 제가 형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이나,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방송이 나간 뒤에 관련 대본과 녹음 파일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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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2주차 (3월 11일 오후 방송분)

주제: 버지니아 형사 절차법에 관한 정보

녹음파일: 다운로드(링크 클릭) - 258MB

라디오 방송 대본: 3월 11일 오후 3시 30분 방송 예정

안녕하세요, 노던 버지니아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Asher Kim, 김정균 변호사입니다. 


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저는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 후, 워싱턴 디시에 있는 연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한 후, 버지니아 알링턴 카운티에 있는 국선 변호인 사무실을 거쳐 현재는 형사사건 및 교통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매주, 제가 형사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과 한인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나눌 예정입니다. 궁금하신 점이나 feedback이 있으신 분들은 구글에서 제 이름 “김정균 변호사”를 검색하신 후 제 웹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주십시오.


*미리 안내말씀 드리자면, 본 내용은 일반인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드리는 정보이며, 법적 조언이 아니기 때문에 본 내용을 따름으로써 생기는 모든 형사/민사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케이스의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십시오.


이번 시간에는 일반적인 버지니아 형사 사건의 절차에 대해서 알아볼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형사 사건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형사 사건의 피고인은 어떤 법적 절차를 겪으면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형사 변호사는 어떤 식으로 사건에 관여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형사 사건이 시작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형사 사건은 경찰 조사로 시작됩니다. 신고를 받아서 경찰이 출동을 하든, 경찰관이 순찰을 돌다가 위법 사실을 발견하든 형사 사건의 시작점은 경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종 검사로부터 수사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코스트코 같은 일반 대형 마트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마트 직원, 주로 Loss Prevention Officer (LPO)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신고를 접수한 dispatcher가 해당 지역에 있는 경찰관에게 사건 접수를 알립니다. 그러면 경찰관은 사건 현장에 도착하여 신고자 및 용의자와 대화를 하여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마트 절도 사건 Shoplifting 의 경우에는, 대다수의 용의자가 현장에서 붙잡힙니다. 경찰관의 조사결과 기소할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으면, 소환장을 통해 약식기소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 용의자를 체포할 수도 있습니다. 소환장은 영어로 summons 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노란색 종이이며, 출석해야하는 법원 정보, 기소 내용, 담당 경찰관 이름 및 배지번호, 피고인의 정보 등이 담겨있습니다. 사건의 종류 및 법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법원 최초 출석 날짜는 advisement 라고 해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기소 내용을 공식적으로 통지하고 변호사의 선임 여부를 묻는 절차입니다. 저번 시간에 국선 변호인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했는데, 바로 이 시점에서 국선 변호인의 지정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타인의 신고가 아니라 경찰관의 자발적인 사건 목격에 따라 형사 사건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예는 교통범죄가 있습니다. 경찰관이 순찰을 돌다가 교통위반 차량을 목격하면, 해당 차량을 정차시킨 후에 위반의 정도에 따라 추가 조사를 시행할 수도 있습니다. 교통 범죄라도 사고가 나지 않은 난폭 운전의 경우에는 약식 기소로 법원출석 요구서만 발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음주 운전 같이 심각한 경우에는 현장 체포되어 치안 판사(즉, magistrate)로부터 기소 내용을 통보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Warrant of Arrest 가 공소장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약식 기소가 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사건이 진행되기 때문에 보석금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구속된 상태에서는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존재합니다. 한 가지는 치안 판사가 구속 직후, 구속적부심 과정에서 보석금을 책정하여 피고인이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변호인이 선임된 후 보석 심리를 신청하여 보석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석 심리는 영어로 BOND MOTION HEARING 이라고 하는데, 피고인이 공판 전에 풀려날 경우, 피고인의 존재가 자신 혹은 사회적으로 위협이 되는지(dangerness) 여부와 피고인의 도주 가능성(flight risk)을 주로 판단하게 됩니다. 전자의 경우 피고인의 기소 내용과 기존의 폭력 전과 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 되며, 후자의 경우는 피고의 공판 불출석 전과와 더불어 지역적 연고가 핵심 요소로 간주됩니다.


트래픽 사건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불구속으로 사건이 진행되며, 첫 법원 출석 날짜가 재판 날짜가 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단순 교통위반 사건이 아니고, 난폭 운전이나 음주 운전 등 교통 범죄의 경우에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변호사의 선임에 관한 권리를 주지 시켜주고 변호사 선임 여부를 묻기도 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고자 하는 경우 판사는 재판을 연기하여, 변호사를 선임할 시간을 주되, 다음 연기된 재판 날짜까지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면 변호인 없이 사건을 진행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만약 재판 날짜가 정해진 이후에 어떠한 사유로든지 법원에 출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재판 기일 연장 신청, 영어로는 motion for continuance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페어팩스의 경우 음주 운전 등 아주 심각한 교통 위반이 아닌 이상, 트래픽 사건의 첫 재판 기일 연장은 전화를 통해 서류 작성 없이 연장 신청을 할 수 있고, 법원 직원이 즉석에서 연장 가능 여부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일반 형사 사건의 경우, 서면으로 직접 기일 연장 요청을 해야 합니다.


재판 날짜를 받은 경우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경범죄로 기소된 경우 꼭 재판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아무런 연락 없이 일방적으로 재판에 불출석하는 경우에는, 궐석재판으로 유죄가 되거나 더 나아가 체포 영장이 발부되고 추가로 법원 불출석죄(FAIL TO APPEAR)이라는 새로운 기소 내용이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경찰관으로부터 출석 명령서를 받은 경우, 명령서의 중간에서 아래 쪽에 법원 출석 여부를 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에 반드시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 교통규칙 위반(즉, TRAFFIC CITATION)의 경우, “You may avoid coming to court only if XXX” 라는 문장에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 때는 미리 벌금을 내고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여기에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면 반드시 법원에 출석해야 합니다.


자 그럼 일단 재판 날짜에 법원에 출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법원마다 혹은 각 판사의 성향에 따라 재판 진행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페어팩스 지역의 트래픽 코트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변호사가 있는 사건과 변호사가 없는 사건의 진행이 조금씩 다릅니다. 변호사가 없는 경우에는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 별로 사건을 호명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SMITH라는 경찰관이 있으면 그 사람이 발급한 티켓을 피고인의 알파벳 라스트네임 순서대로 부르면, 각 피고인이 법정에 서서 유무죄에 대한 답변을 하는 식입니다. 각 피고인의 이름이 불린 시점에 판사는 피고인이 다음 세 가지 중 한 가지로 답변하기를 기대합니다. GUITY, NOT GUILTY, GUILTY WITH EXPLANATION 첫 번째 GUILTY는 말 그대로 본인이 해당 기소 내용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유죄를 인정하면 판사는 바로 그에 맞는 처벌(일반적으로는 벌금)을 결정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피고인의 운전 기록입니다. 피고인의 운전 기록이 좋을 경우엔 판사의 재량에 따라 기소 내용을 경감시키기도 합니다. NOT GUILTY는 말 그대로 해당 기소 내용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한다는 것이며, 이 경우 판사는 바로 그 자리에서 약식 재판을 진행하거나 다른 유죄인정사건들이 다 종결되면 그 때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어떤 경우에든 피고인의 답변이 위에서 언급한 세 개에 해당되지 않으면, 판사들은 NOT GUILTY로 해석하고 피고인이 재판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간주합니다. 마지막 GUILTY WITH EXPLANATION은 유죄를 인정하시면 상황에 대하여 할말이 있는 경우입니다. GUILTY와 거의 유사하지만 피고인에게 설명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변호사가 있는 사건의 경우, 진행이 약간 다릅니다. 법원은 변호인이 미리 제출한 선임계에 따라 변호인 존재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에서는 선임계가 제출된 사건들을 미리 따로 떼어놓고, 경찰관 별로 사건을 호명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이 요청하는 경우에만 사건을 호명하는 것이 일반 사건과 다른 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변호인이 검사 및 경찰관과 미리 유죄협상을 진행할 수 있고,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판사가 합의 내용을 받아 본 후에 이를 수락할 지 혹은 거부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트래픽 법정은 재판 날짜 전에 미리 담당 검사가 누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변호인 입장에서 검사와 사전협의를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변호인은 재판 당일이 되어서야 최초로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인 경찰관과 사건해결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검사와 3자 대면을 함으로써 협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협상의 결과는 대부분 검사의 PLEA OFFER로 마무리 됩니다. 일반적으로 “XX란 기소 내용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면 처벌은 XX가 될 것이라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85마일 이상 과속을 하여 난폭 운전으로 기소된 경우, 검사가 “난폭 운전을 단순 스피딩으로 경감시켜 줄테니 스피딩에 대해 유죄 인정을 하면 벌금은 200불로 해주겠다.”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3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검사의 제안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바로 합의가 이루어져, 판사가 양측 합의안을 수락하면 그 내용대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습니다. 물론 드물게 검사와 변호사가 합의한 내용을 판사가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 사건은 다른 판사가 있는 법정으로 옮겨지거나 재판이 다른 날짜로 미뤄지기도 합니다. 두 번째 옵션은 피고인 측에서 검사의 제안을 수정하여 counter offer를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스피딩 케이스를 다시 예로 들자면, “벌금이 너무 높으니 벌금을 150불로 낮추면 받아드리겠다”라고 검사에게 역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해당 카운터 오퍼의 수락 여부는 검사에게 있습니다. 마지막 옵션은 오퍼를 거부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 때는 다른 합의 사건이 모두 종결되고 재판갈 사건만 남을 때까지 기다려서 재판을 치르게 됩니다.


다시 합의 사건으로 돌아가서, 검사와 변호사, 의뢰인이 특정 사건해결 방안에 대해서 합의를 하면 일반적인 경우 이를 서면으로 남기게 됩니다. 세 당사자가 모두 서명을 한 이후에 판사에게 그 내용을 제출하고, 판사가 이를 수락할만하다고 여기면 그 때는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절차적으로 올바른 가에 대한 판사의 질문이 이어질 것입니다.


형사 사건에 대한 유죄인정은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판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중대한 결정이 피고인의 심사숙고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타인에 의한 강압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확인할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판사마다 그 질문의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 핵심 내용은 거의 비슷합니다. 우선 판사는 피고인이 유죄 인정을 하는 경우, 헌법에 명시된 여러 가지 적법 절차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려고 하는지 되묻게 됩니다. 이 때 언급되는 헌법적 권리는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권리, 상대방 측 증인을 반대신문할 권리,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본인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증인 및 증거를 소개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습니다. 즉, 본인에게 이러한 권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유죄를 인정할 것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불어 최근에는 미 시민권자가 아닐 경우 유죄를 인정하면 체류 신분이나 이민 혜택에 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알고 있는지 여부를 묻기도 합니다.

이 절차를 모두 마치면, 판사는 유죄 인정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합의된 내용대로 처벌 내용을 선고합니다.


만약 검사와 변호인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재판을 진행할 경우에는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일반적인 재판 절차와 비슷합니다. 재판 진행 순서는 양측 변호인의 모두 진술 [즉 opening statement], 검사의 증거제시, 피고인 측의 증거 제시, 모션 및 최후 변론 [closing argument]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모두 진술은 말 그대로 양측이 증거를 제시하기에 앞서서 어떤 증거가 제시될 지 주된 쟁점은 무엇일지 판사 혹은 배심원에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모두 진술이 끝나면, 검사는 증인, 보통은 경찰관을 증인으로 불러 사건에 대한 직접 신문을 함으로써 유죄입증의 증거를 제시합니다. 검사의 경찰관에 대한 직접 신문[direct examination]이 끝나면, 이제 피고 측 변호인의 반대 신문[cross-examination]이 시작됩니다. 이후 검사가 재직접신문[redirect exmination]을 할 수도 있습니다.


검사 측의 증인이 모두 진술을 마치면, 피고인 측은 motion to strike를 요구할 수가 있습니다. 이 때의 쟁점은 검사 측 증거가 범죄의 구성요건을 표면적으로 충족했는지의 여부입니다. 만약 검사 측 증거가 범죄의 구성 요건을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판사는 이 단계에서 사건을 기각하며 무죄를 선고할 수도 있습니다. 최초의 motion to strike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이제는 피고인 측에서 무죄들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 측에서 무조건 증거를 제출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본인의 무죄에 대하여 증언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피고인이 증언을 하지 않는 점을 유죄의 근거로 추정하는 것도 금지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피고인은 증언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입증의 부담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잠깐 형사 사건에서의 유죄 입증기준에 대하여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적 입증 기준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다수의 민사 사건에서 쓰이는 입증 기준으로 preponderance of evidence입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증거의 우세“입니다. 양측이 제시한 증거 중에서 한 쪽의 증거가 조금이라도 우세한 쪽이 승리하는 것입니다. 수치로 표현하자면 51대 49일 경우 51의 증거를 제시한 쪽이 승소하는 것입니다. 계약 위반이나 상해 사건의 경우 이 기준이 적용됩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입증 기준은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인데, 이는 해석하면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입니다. 즉, 앞선 경우처럼 한 당사자의 증거가 단순히 다른 쪽보다 근소하게 앞선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승소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당사자의 주장이 옳다는 점을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로 보여줘야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민사 사건에서 쓰이는 입증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양육권을 박탈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준입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입증 기준이면서, 가장 높은 입증 기준이 바로 형사 사건에서 쓰이는 beyond reasonable doubt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기준입니다. 직역을 하자면 합리적인 의심을 벗어나 명백하게 유죄가 확실시 될 때만 유죄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른 표현으로는 “합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모든 무죄의 가능성을 전부 고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죄라는 확신이 드는 경우에 유죄판결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는 폭행을 당했다고 하고, 피고인은 전혀 폭행을 사실이 없다고 주장을 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기에서 검사의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증언 밖에 없고, 두 증인이 모두 믿을 만하다면, 판사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피고인이 폭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기 때문에, 검사의 입증 기준 미달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혹은 피고인 입장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할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검사가 거기에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정당방위로 인해 무죄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쨌든 검사와 변호인의 증거 제시가 모두 끝나면, 변호인 측 변호사는 다시 한 번 motion to strike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앞선 motion to strike가 검사 측 증거만을 고려한 것이라면, 두번째 motion to strike는 양측 증거를 모두 고려한 것이죠. 


만약 이 주장을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양 측의 최후 변론이 시작됩니다. 최후 진술은 실제로 증인들이 증언한 내용과 증거로 채택된 내용을 바탕으로 결국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지에 대하여 변론을 펴는 것입니다. 버지니아에서는 중범죄를 제외한 경범죄나 트래픽 사건에 대하여 1심이 이루어지는 법원은 General District Court라고 하며, 판사의 단독심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가 사실관계의 결정권자 입니다. 만약 여기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피고인은 해당 판결에 대하여 10일 내에 항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항소를 하면 해당 사건은 상급 법원인 circuit court로 넘어갑니다. 2심 법원인 circuit court에 사건을 항소할 경우, 피고인은 판사 단독 재판과 배심원 재판 중에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배심원 재판을 선택할 경우, 1심에서 항소된 경범죄나 트래픽 티켓 사건은 7명, 일반 중범죄 배심원 재판은 12명의 배심원에 의해 사건이 결정 됩니다.

배심원 재판은 판사 단독 재판과 달리 배심원 선정, 영어로는 voir dire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배심원 후보군은 해당 관할권에 거주하는 시민권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마 시민권을 가진 한인 여러분들 중에서는 배심원 의무, jury duty, 출석 통지서를 받아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런 배심원 후보들은 재판 당일 배심원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다가 배심원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으로 가서, 배심원 선정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배심원 선정 과정의 핵심은 사건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은 공평한 배심원을 고르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배심원 탈락 사유는 해당 사건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해당 사건의 당사자와 혈연 관계가 있다든지, 사건의 결정 방향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혹은 전직 경찰관이었다든지, 경찰관을 포함 사법기관에 대한 편견을 가졌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와 피고인 측 변호인은 배심원 후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게 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본인의 사건에게 불리한, 혹은 상대방 측에 유리할 것같은 배심원들을 미리 배제하게 됩니다. 중범죄 사건에서는 각 당사자가 4명의 배심원을 제외할 수 있고, 경범죄 사건에서는 3명을 제외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인종이나, 성별, 종교, 출신 성분 등의 사유로 특정 배심원을 배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흑인일 경우, 검사의 입장에서 흑인 배심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단지 해당 배심원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제외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만약 반대쪽 변호인이 생각하기에 상대방의 배심원 제외 사유가 앞에서 언급한 금지 사유에 해당되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이를 판사에게 알려서 상대방의 배제 근거를 묻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해당 배제 신청을 한 당사자는 인종, 성별, 종교, 출신 성분이 아닌 다른 무관한 이유를 들어야 하며, 그러지 못한 경우 해당 배제 선택은 무효가 됩니다. 앞서 말한 경우에 흑인 배심원을 제외한 검사는 인종이 아닌 다른 중립적인 사유를 근거로 댈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검사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든지, 관할권내에 집을 소유한 홈오너가 아니라는 점 말이죠. 물론 동일한 사유로 다른 배심원도 배제하지 않았다면, 그 사유의 진정성이 의심되겠죠.


어쨌든 배심원 재판은 재판 시작 전에 배심원 선정 과정이 있고, 모든 사실관계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배심원이 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일반 판사 재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사실관계의 판단이라면 피고인이 유죄인가 무죄인가의 여부와 그리고 유죄인 경우 처벌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지를 포함합니다.


만약에 여기에서도 유죄로 판결이 난다면, 상고 및 재항소를 요청해볼 수도 있습니다만 이 경우는 사실심이 아니고 법률심이기 때문에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이후 단계는 오늘의 주제를 벗어나기 때문에 다루지 않겠습니다.


여기까지 버지니아 형사 사건의 일반적인 절차를 살펴봤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절차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유익한 정보를 얻으셨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노던 버지니아 형사사건/교통범죄 사건 전문 변호사 Asher Kim, 김정균 변호사였습니다. 참고로 본 내용은 일반인들을 위해 참고용으로 드리는 정보이며, 법적 조언이 아니기 때문에 본 내용을 따름으로써 생기는 모든 형사/민사적 책임은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모든 케이스의 사실관계와 적용되는 법리는 다르기 때문에 개별 사건은 전문가에게 문의하시라는 점 다시 알려 드립니다. 질문이나 코멘트는 구글로 “김정균 변호사”를 검색한 후 웹사이트를 통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김정균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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