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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Han 한승환 Dec 23. 2016

슈퍼 오픈플랫폼 위키피디아

- Super Open-Platform Wikipedia






요즈음 신규 IT창업의 대부분이 '플랫폼(SNS)'이라고 하는데, 작게는 배달의 민족, 언니의 파우치부터 트위터, 쿠팡, 페이스북, 스냅챗 등 크게 성공한 대부분의 IT벤처는 상품을 중개해주거나 소통을 중개해주는 중개업 벤처들이다. 기존의 중개업자들을 하나로 뭉쳐서 IT로 꺼내 놓은 것이 '플랫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특히나 플랫폼 중에서도, 사용자 참여가 더욱 강화된 '오픈플랫폼' 등이 각광받고 있다. 


--관련 내용을 플랫폼 경제학에서 다룬 바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오직 사용자 참여로만 이루어진 100% 오픈플랫폼인 'Eco-platform'도 존재한다. 주관하는 리더가 없고 생태계만이 존재한다.)  



이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오픈플랫폼으로는 '리눅스(Linux)'와 '위키피디아(Wikipedia)'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체적인 자원이나 막대한 자본의 투입 없이, 오직 잘 설계된 플랫폼과 집단지성의 힘으로 일구어 낸 결과들이다.


누구나 참여해 실시간으로 코딩을 짜며 발전해온 운영체제인 '리눅스'는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M/S의 윈도우에 맞서며 심지어 가성비에서는 압도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이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로, 현재는 세상에서 가장 방대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아우르는 최대 백과사전이 되었다.


위키피디아는 오픈플랫폼을 다루어보는데 아주 좋은 주제이다. 


  

Wikipedia -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자료를 수록하고 있으며, 업데이트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막대한 자료의 양과 신뢰성으로, 기존의 활자 백과사전들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었는데, 1) 서양에서 가장 명망 있던 백과사전인 브리테니커는 2010년을 끝으로 종이책자 발간을 중단하기에 이른다. 2) 그 권위와 정확성을 인정받아 검색정확도 순으로 검색결과를 나열하는 구글에서도 위키피디아를 맨 위에 나열하는 것을 방침으로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인 누구나가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고 무료로 정보를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인데, 따라서 각 자료들이 그 생산품이고, 그 자료들에 대한 조회수가 그 소비량임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자료들을 각 조회수와 그 순위별로 그래프를 그려 나열한 모습은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띤다.


  

LongTail


 



2015년 6월 가장 많이 소비된 배우와 제작사의 조회수를 순위별로 그래프화 시킨 모습이다. 총 2,500개의 자료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한 결과, 한 달간 해당 카테고리 안에서의 총조회수는 1억 2천만건(자료 2,500개)이었으며, ‘상위 20% 항목(500개)’의 조회수는  58,741,630번, ‘나머지 80% 항목(2,000개)’은 조회수 67,169,698번을 기록하였다. 일반적으로 흔히 거론되는 ‘파레토의 법칙’의 경우, ‘일반적으로 상위 20%에서 80%가 소비된다’는 것이 정설인데, 위키피디아의 소비량은 그와는 정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상위 20%의 총 소비량(조회수)은 47%에 불과하고 오히려 하위 80%가 53%를 차지하는 흥미로운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


이 모습을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면, 마치 긴 꼬리를 가진 공룡(브라키오사우르스 참조)의 형상과도 같은데, 상위 20%인 머리 부분보다, 하위 80%에서 더욱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즉, 롱테일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인물 상위 20%


  





  

인물 하위 80%




상위 20% 즉, 롱테일의 머리 부분이 기존의 판매자들이 주목해왔으며, 소비자들이 대부분의 소비를 했던 시장이다. 머리 부분의 배우들은 누구든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유명인이다. 반면, 하위 80%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으로는 한 두 명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시장에 머리 부분과 꼬리 부분을 전부 던져보니, 후자가 전자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비록 하위 80%는 더욱 지명도가 낮았고, 상대적인 페이지 당 조회수가 매우 낮았지만, 이를 역전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시장과 사람들에게 소비된 셈이다. 이전에는 상위 20% 외에는 물리적으로 소비되기 어려운 환경이었으나 현재 인터넷 비지니스 환경이 잘 갖추어진 상황에서는 롱테일도 얼마든지 시장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다. (한국위키피디아 전체항목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어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롱테일 환경이 잘 갖추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주요하게 작용해 왔다.


생산도구의 민주화: 

Wikipedia에서는 누구든지 컨텐츠 생성이 가능하다. 브리테니커 백과사전이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생성되고 편집되고 발간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컨텐츠를 작성하고자 하는 누구든지 접근하여 컨텐츠를 생성함으로써 집단지성을 상품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생산활동 참여자뿐만 아니라,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도 상당 부분 개선되었는데, 이제는 누구든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정용컴퓨터, 스마트폰, 테블릿 등에서 생산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통의 민주화: 

Wikipedia 생산물의 경우, 지식 컨텐츠이기 때문에 실물이 없고 온라인 상으로 품질의 하락이 없는 100%의 유통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Wikipedia의 생산물, 즉 지식은 소비자들이 해당 내용을 읽어서 머리 안으로 옮기거나, 다른 컨텐츠를 작성하면서 인용을 하거나 링크를 다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유통을 시키게 된다. 또한 모든 생산물이 직접 소비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제약없는 유통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소비를 함과 동시에 확대, 재생산을 하고, 직접 생산에까지 참여함으로써 생태계를 구성하게 된다.


검색비용의 감소: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고, 무어의 법칙이 설명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의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가격은 대폭 하락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든지 검색을 위한 기기를 휴대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Wikipedia를 통해 원하는 지식을 검색하는데 드는 짧은 시간과 전기” 외에 다른 비용은 들지 않는다. 이전에 원하는 지식을 찾기 위해서 도서관을 전전하고 방대한 책자들 사이에서 헤매며 그러한 컨텐츠를 유료로 구매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검색비용이 얼마나 크게 감소해왔는지 알 수 있다. 


생산도구의 민주화는 소비가 가능한 생산물의 수를 늘리고, 유통의 민주화는 이의 유통속도와 유통제약을 줄여주었으며, 검색비용의 감소는 이러한 생산물을 누구나 어디에서든지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주었다.


Wikipedia는 이러한 주요 배경들을 대폭 강화해 왔는데, 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Wikipedia 특유의 ‘열린 구조’이다.



  


Open Innovation


Wikipedia는 하나의 거대한 ‘오픈 플랫폼’으로써, 혁신과 발전의 요소를 내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함께 지원 받음으로써 오픈 이노베이션 효과를 매우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주요생산물은 ‘컨텐츠(Content)’인데, 이러한 컨텐츠의 생성 권한을 외부에 열어둠으로써 누구나가 원하는 자료, 필요하다고 느끼는 자료를 자유롭게 생성하고, 더 나은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편집하게 된다. 

위키피디아의 기부페이지로, 금전적 기부가 아니라, 개인의 소중한 컨텐츠 생성과 편집 또한 위키피디아를 강력히 지원하는 방법임을 강조한다.


<"누구든지 컨텐츠를 추가/편집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우릴 위한 기부이다" 라는 문구>



위키피디아는 이러한 컨텐츠를 적절히 생산할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편집될 수 있도록 '구조(Structure)'를 설계하고 관리한다. 특히 권한구조를 보면 그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각 권한을 사용자의 권한수준에 따라 세세하게 정의해두었으며, 적절한 알고리즘을 적용한 자동 편집 봇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형화된 업무들을 처리해내고 있다. ‘사용자종류별권한’ 페이지를 통해 총 30여 개의 권한이 종류별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Account creators, Confirmed users, Course campus volunteers, Course online volunteers, Flow bots, Founder, Importers, Administrators, Transwiki importers, Bots. 흥미롭게도 이러한 특징적인 권한들 조차도 사용자들의 투표나 이전의 기여도에 따른 평가 등에 기반하여 자율적으로 부여된다는 점이다.


외부사용자와 연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컨텐츠 생성이나 구조를 통한 권한사용에서 그치지 않는다.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내부인의 ‘지배체계(Governance)’ 또한 오픈이노베이션 기법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위키피디아는 ‘위키미디어 재단(WIKIMEDIA FOUNDATION)’을 통해 운용되고 있는데, 현재 기업 총 지배인(Executive Director)을 맡고 있는 Lila Tretikov를 필두로, 제품부서, 기술부서, 커뮤니케이션부서, 개선부서, 법무부서, 재무-운영-팀문화-재능/문화 부서로 나뉘어져 내부인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중 제품부서의 협업 부문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Roan Kattouw는 오픈이노베이션 활용의 좋은 예가 된다. 



Roan은 현재 20대 중반에 불과한 프로그래머로, 처음 2007년에 미디어위키와 진행하는 작은 프로젝트에 지원하여 무상으로 노동력을 봉사한다. 성과가 좋았던 그는 2009년에는 계약직으로 입사를 했다가 2012년에는 정직원으로 전환되어, 이제는 완전한 위키피디아의 내부인이 되었다. 

  

위키피디아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으로 외부인과 협력해왔으며, 그중 맞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위키피디아에 합류하여 내부인이 되고 경영에 참여하며 내부 일원으로 회사를 혁신하게 된다. 위키피디아 직원의 내/외부 이동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실상 현재 처음 창립인인 Jimmy Wales는 위키피디아의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으며, 오히려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합류하게 된 인원들이 위키피디아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다.

  

이렇듯 위키피디아는 외부로부터의 혁신(Ouside-In)을 컨텐츠 생성, 권한구조, 지배체계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적용하려 적극적으로 노력해왔으며, 이러한 설계는 지금까지 위키피디아의 시대정신으로 작용해 여러 가지 혁신과 끊임없는 성장에 큰 도움이 되어왔다. 

  

또한 위키피디아의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은 이에 참여하는 많은 외부인들에게 영감을 남겼으며, 이곳에서 제공하는 핵심 생산물들 자체를 통해 이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내부로부터의 혁신(Inside-Out)을 실현시키고 있다. 누구든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문정보를 구비하고 있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최신 백과사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배우고 스스로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었다. 




  

Implication & Conclusion


이전의 활자 백과사전에서는 알 수 없었고 실리지도 않았을 다양하고 엄청난 수의 자료들이 위키피디아에는 존재한다. 이는 더욱 많은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며,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기호에 맞는 소비(Individualization)를 할 수 있도록 촉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외부인들의 참여를 통해 극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말 이 비지니스 모델이 유효할지, 또는 비용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 혁신의 외부의존성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 생길 수 있다.   


위키피디아 통계를 보면,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문서의 수는 2001년 창립일부터 매년 빠르게 증가해왔으며, 그에 따른 페이지 당 소비량인 조회수도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즉,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컨텐츠의 생산량의 증가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수요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컨텐츠 수>



                    

<위키피디아 컨텐츠들의 총 페이지뷰>


  


위키피디아를 운영하는 위키미디어 재단의 수입 또한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다. 재단의 주요 수입원은 ‘기부’인데, 아래 기부금액과 기부자 당 평균 기부액 그래프를 통해 흥미로운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연도별 총 기부액>


<일인 당 평균 기부액>



<연도별 총 기부액> 그래프는, 위키피디아의 비지니스모델의 혁신이 시장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으며, 사업의 지속성 또한 꾸준한 수입을 통해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일인 당 평균 기부액> 그래프는 그러한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총 기부액 증가와, 일인당 평균 기부액의 감소는 총 기부자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과거 소수의 컨텐츠를 다수가 소비를 했던 것이 롱테일의 머리효과라면, 대량의 컨텐츠를 더욱 큰 다수가 더 많이 소비하게 된 것은 롱테일의 꼬리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은 롱테일 효과를 촉진시켰고, 수입은 계속해서 증가해왔으며,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컨텐츠를 무료로 소비하며 모두가 평등한 지식접근권을 가질 수 있는데 일조한 셈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사례는 요즈음 난립하고 있는 수많은 플랫폼형 비지니스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환기를 해준다. 단순히 '양면시장(서비스제공자와 소비자 모두를 고객으로 하는 시장)'의 모두가 자신의 플랫폼에 참여하기를 넋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매우 확실하고 세세한 구조가 미리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 양쪽에게 문을 열어 놓은 것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플랫폼이 원하는 주요한 효과가 무엇인지를 많은 고민을 해보면서 정립해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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