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Ethereum, and Decentralizedness
아래는 다오해킹사태 이후 한국의 가상화폐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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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 이더리움 그리고 탈중앙화
조금은 복잡하고 지루할 수 있는 원론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중국 ‘장자’의 고서에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때는 춘추시대 말기, 오나라에 ‘부차’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부차는 인재를 중용하고 법을 바로 세우며 월(越)나라 일부를 공략하는 등,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지요. 이러한 전성기를 구가하는 동안 부차 왕은 수많은 미녀와 좋은 음식 그리고 좋은 경치 등의 향략을 즐겼고, 겸손했던 그의 판단력은 욕심과 자만으로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부차 왕은 형(荊) 나라를 치려고 마음을 먹습니다. 월나라의 왕인 구천이 와신상담하여 호시탐탐 재기를 노린다는 것을 아는 경험 많은 중신들이 부차 왕을 말려보지만, 왕은 오히려 충신이었던 재상 오자서(伍子胥)를 죽이고, “눈앞에 적이 있는데 정복치 않고 무엇하는가!”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러던 중에, 태자 우(友)가 간언을 합니다. “아침에 정원에 갔더니 나무에 매미가 앉아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보니 사마귀 한 마리가 매미를 잡아먹으려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홀연 참새가 날아와 사마귀를 먹으려고 노리지 뭡니까. 그런데 사마귀는 눈앞의 먹이에만 집중하여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천하에 이러한 예가 부기지수입니다.” 부차는 이러한 말조차 듣지 않고, 결국 형(荊)나라를 공격하다가 뒤에서 월(越)나라의 공격을 받아 패한 후 자결하고 맙니다.
위 이야기에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당랑규선(螳螂窺蟬)인데 흔히 ‘지금 당장의 이익만을 탐하여 그 뒤의 위험을 알지 못한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사자성어입니다.
현재 이더리움을 포함한 가상화폐 산업에는 수많은 주체들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복잡하게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소(小)이고 무엇이 대(大)인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소(小)와 대(大)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몇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탈중앙화(decentralizedness)란 무엇인가?
“A lot of people automatically dismiss e-currency as a lost cause because of all the companies that failed since the 1990’ s. I hope it’s obvious it was only the centrally controlled nature of those systems that doomed them. I think this is the first time we’re trying a decentralized, non-trust-based system.”
사토시는, 비트코인을 최초의 무신뢰 기반의 탈중앙화 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그 전의 모든 전자화폐는 중앙집권적인 속성이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기술합니다.
“a cryptocurrency, but once again fell short of the ideal by relying on trusted computing”
이더리움 백서에서도 마찬가지로 신뢰기반의 화폐는 탈중앙화가 아님을 지적합니다.
탈중앙화란, 간단하게 말해서, 각자가 자신의 화폐를 ‘온전히’ 소유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화폐를 이체하거나, 보관할 때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나 간섭이 필요 없으며, 애초에 자신이 아닌 제삼자가 자산을 움직이거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이 곧 탈중앙화입니다. 따라서 관리의 의무도 본인이 오롯이 지게 됩니다. 자신이 해킹을 당하거나, 잘못하여 코인을 잃는다면 당연히 책임도 자신에게 있습니다.
다만, 이를 거래소에 맞기거나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맡긴다면, 이는 더 이상 탈중앙화가 아닙니다. 나 자신이 그러한 거래소나 기관, 즉 제3자에 대한 신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들 거래소나 기관이 성공하면 중앙화의 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이들이 실패한다면 중앙화의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반대의 예로는 은행이 있습니다. 우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은행을 100% 신뢰(또는 신뢰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의존)해야 합니다. 은행은 서비스가 참 좋습니다. 이자도 주고 안전하게 보관도 해주고, 예금자 보호법으로 은행이 파산해도 법적으로 각 은행 당 5,000만원까지는 무조건 보상도 해줍니다. 은행을 쓰면 되는데 왜 비트코인을 사용하나요? 은행이 이렇게 좋은데 비트코인이란 게 존재 가치가 왜 있을까요?
The Genesis Block: "The Times 03/Jan/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2009년 1월 3일에 탄생한 최초의 블록에서 사토시는 다음과 같은 글귀를 적어 넣습니다.
“2009년 1월 3일자 타임지, 영국수상은 은행들을 위한 두 번째 구제금융을 지원하려 한다.”
결국 이 두 번째 금융은 영국수상인 Alistair Darling의 진행 아래, 국민들의 혈세를 이용하여 당초계획보다 무려 두 배 수준으로 은행들에 지원이 됩니다. 이 은행들은 국민들의 예금을 가지고 사업을 벌이다 파산위기에 놓여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일어났던 금융위기는 현재의 브렉시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정부가 장난칠 수 없는 돈, 제 3자가 권한을 가지고 운용할 수 없는 순수한 100% 나만의 돈, 양적완화나 구제금융을 통한 인플레이션 가치절하가 일어나지 않는 진실한 돈을 만들기 위해 굳이 블록체인을 써가며 약 1년 반여의 개발기간 끝에 비트코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이 없다면 처음부터 블록체인은 존재할 수도 그럴 이유도 없었던 것입니다.
2) 이더리움 재단의 개입은 탈중앙화의 가치를 훼손하였는가?
Recursive calling vulnerability로 불리는 약점을 이용한 해킹 공격은 6월 17일에 시작되었으며, 오후 4시를 조금 넘은 시각 SLOCK.IT의 채팅방에 다음과 같은 채팅이 이루어집니다. 이때에 이들은 해킹에 대해 깨닫게 되었으며 논의가 시작되고 비탈릭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짧은 회의 끝에, 이더리움 측에서는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긴급 공지(레딧의 공지)를 내리게 됩니다.
내용은, 당장 ‘이더’와 ‘다오’의 거래를 멈추고, 입출금도 받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폴로닉스와 크라켄 등을 비롯한 거래소들은 즉시 ‘전체 사용자’의 거래와 입출금을 멈추게 됩니다. 입출금은 블록체인에 직접적으로 기록되는 내용으로, 이를 멈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제3자의 개입’으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해당 채팅내용을 보면, 비탈릭이 직접 거래소 담당자들과의 단체 채팅방에서 거래소 거래와 입출금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6월 17일 The DAO에 대한 해킹 공격 이후, 이더리움 재단의 신속한 공식성명이 발표됩니다. 공격은 다오에 대한 것이고 이더리움 자체는 온전히 안전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래를 재개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소프트포킹과 하드포킹에 대한 내용도 논의되었습니다.
소프트포킹은 다오에 투자한 모든 이들의 이더가 담긴 관련 계좌들을 일단 거래중지(freeze)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죠.
하드포킹은 사실상 다오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모든 이더를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단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장 최대한 많은 금액을 돌려받는 하드포킹 쪽을 선호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포킹’이란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상의 내용이 ‘기존과 달라짐’을 의미합니다. 100번째 블록에서 A가 전재산인 천원을 B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동시에 C에게도 전재산인 천원을 보냅니다. 그 두가지의 기록은 서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전재산인 천원을 B에게도 보내고 C에게도 보내는 이중지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상충되는 내용의 두 블록은 ‘서로 분리’가 됩니다. 이것이 포킹(forking: 손잡이에서 한줄로 가다가 끝에서 3갈래로 갈라지는 포크 식기처럼)의 요체입니다.
The DAO측에서는 이번 포킹은 사실상 이전 기록을 바꾸는 것도 없고, 이전 기록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바꿔선 안된다는 비가역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전 기록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이체내역을 제3자가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임의변경이 아닐까요? 이 내역을 추가함으로써 이전의 내용이 상쇄됩니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빼는 것은 변경이지만, 추가하는 것은 변경이 아니라는 주장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제3자에 의한 변경, 삭제, 추가 모두 ‘비가역 원칙’과 ‘탈중앙화 원칙’에 위배됩니다.
3) 커뮤니티만 합의하면 언제든 포킹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커뮤니티의 다수만 합의가 되면, 언제든 포킹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 기술적으로 포킹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체내역에 대한 포킹은 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그것은 탈중앙화 블록체인 산업 전체가 파멸로 가는 길입니다.”
현재 글에서 분산원장의 원론부분을 다 다루지는 않겠지만, 단순한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사토시가 블록체인의 ‘작업증명(Proof-of-work)’을 통해 비잔틴 장군 난제를 풀어냈고, 이를 통해 노벨 수학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실제 사토시로 지목받은 크레이그 라이트가 자신은 노벨상에 관심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함). 사토시는 노벨수학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비잔틴 장군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토시는 이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아래는 비트코인 백서 내용입니다.
“As long as a majority of CPU power is controlled by nodes that are not cooperating to attack the network, they'll generate the longest chain and outpace attackers. The network itself requires minimal structure. Messages are broadcast on a best effort basis, and nodes can leave and rejoin the network at will, accepting the longest proof-of-work chain as proof of what happened while they were gone.”
“(번역) 선의의 노드가 과반수의 CPU파워를 통제한다면 그들이 가장 긴 체인을 만들 것이고, 공격자들의 체인을 압도하게 된다. 네트워크는 최소한의 구조만을 가진다. 메시지들은 최선의 노력을 통해 전파된다. 노드들은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떠나거나 다시 합류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에서 떨어져 있다가 재 합류할 때에는 가장 긴 작업증명 체인을 그동안의 기록으로 받아들인다.”
작업증명은 가장 긴 체인, 즉 가장 많은 해시파워 또는 가장 많은 이들이 지지하는 노드가 만든 체인을 올바른 기록으로 채택합니다. 만일, 악의의 공격자가 과반수의 CPU파워를 가지고 있다면, 마음대로 포킹을 하며 블록체인의 기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나서도 안됩니다. 그러한 임의 포킹을 막기 위해, 하나의 채굴풀이 과반 수에 가까워지면, 풀의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풀을 떠남으로써 하나의 풀이 과반수가 되는 것을 막습니다.
이를 ‘51%공격’이라고 부르며, ‘51%’를 통한 이체내역의 개입가능성은 블록체인 시스템 내의 어쩔 수 없는 해킹취약점(Attack Vector)이지, 다수가 이용하라고 있는 기능(Feature)이 아닙니다. 즉, 의도적으로 이체기록에 손을 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체내역은 POW/POS 등의 방식을 통해 관리됩니다.
동일한 내용을 이더리움에서도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다오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더리움 체인 위에서 구동되는 '다오(The DAO)'에서는 ‘튜링 완전언어’를 사용하여 자유도 높은 코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최초로 동의하는 투표자(=지분) 51%는 나머지 소수의 돈을 모두 빼앗는다”라는 다수결 공격이 가능합니다. 또한 같은 내용이더라도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코드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완전히 해당 기능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The DAO의 큐레이터들은 본연의 자격을 통해 Whitelisting 기능을 이용하여 그러한 공격을 막아냅니다(그 권한이 매우 막강해 *Veto라고도 불림(대통령거부권: 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 혼자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 왜냐하면, 지분이 많다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블록체인의 운용방법이 아니며 그랬던 적도 없고, 오히려 공격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Whitelisting의 등록/삭제 권한도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이더리움 어플리케이션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에 근거해 볼 때, 다수결은 잘못된 인센티브가 주어질 때 게임자체를 파괴시킬 수 있으며, 다수 간의 유대가 생기고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면 ‘공모’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게임 자체(블록체인)에 구멍을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공모 가능성을 아예 제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익명성’입니다. (안타깝게도 비트코인의 경우, 최대 풀 운영자가 서로 아는 사이이므로,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공모’공격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공모’공격보다 비트코인을 안전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그들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을 뿐입니다.)
4)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포킹은 정당한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소프트포킹은 다오에 투자한 모든 이들의 이더가 담긴 관련 계좌들을 일단 거래중지(freeze)시키는 것이고, 하드포킹은 사실상 다오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모든 이더를 투자자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우리가 공격자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 가도록 조정되어 있는 ‘이더(=화폐)’가 임의적으로 ‘조정자’에 의해 또는 ‘다수에게 선출받은 중재인’에 의해 옮겨지는 것입니다. 자, 우리는 이 자가 ‘공격자’라고 우리의 보편적 상식과 훈련된 지성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가 ‘공격자’라는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하실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써보겠습니다.
이자는 사실 공격자가 아니라 오히려 내부인에 의해 이용된 사람일 뿐이다. 내부인의 목적은 애초부터 이더를 훔치려는 것이 아니고, 이러한 분란을 조정하고 탈중앙화가 무너지는 모습을 연출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타격하기 위함이다.
이자는 공격자가 아니라 사실 피해자이다. 내부인이 공격자에게 특정한 형태로 이더를 주기로 약속했으며, 이 피해자는 이 이더를 받기로 하고 특정 상품을 미리 내부인에게 넘겼다. 드디어 대가로 이더를 받으려는 순간, 갑자기 다수의 노드(주주)와 제3자가 개입하여 그가 대가로 받은 이더를 빼앗는다.
두 가지 시나리오입니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일이 절대 아닐 것으로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수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100%가 아니라는 뜻이고 이는 결국 여기에 우리의 주관적 판단이 서려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이것이 하나의 ‘사례’로 그치지 않고 다음 것들의 ‘선례’로 이용된다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는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5) 이더리움 또는 다오(Dapp)는 뭐가 다른가?
그러나 위의 내용처럼 진리가 명확하면 많은 사람들이 분분한 의견을 가지고 논쟁을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모저모의 논의가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 사람들이 중앙의 개입을 이토록 간절히 외치고 있을까요? 탈중앙화를 알고, P2P와 무신뢰시스템을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심지어 이더리움재단의 개발자)도 중앙개입을 잘한 것으로 평가하며 다수에 의한 이체내역 조작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요?
두려움이 큰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내재적 결함이 상당히 적었습니다.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되는 ‘Mt Gox거래소 사건’의 경우, 비트코인의 내재적인 결함을 이용한 Malleability attack가 가해졌으나, 대부분의 거래소에서는 이미 알고 있던 문제였고 대비책을 만들어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재단에서도 패치를 준비하고 있었고, 단지 MtGox거래소만 이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트코인은 기능이 매우 제약되어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커멘드도 30여개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예외성을 다루기도 쉽고 내용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이더리움 스마트 컨트랙의 경우, 사실상 튜링완전한 언어를 다루게 되면서 비트코인에서 많은 것이 더해지고 바뀐 EVM을 사용하게 되었으며, 스마트컨트랙트 자체도, 어디에서 구멍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매우 불확실한 형태입니다. 이런 경우 해킹은 무조건 생긴다고 봐야 합니다. 구멍 없는 소프트웨어는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구실이 없어 해커들이 시간이나 자원을 투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The DAO의 경우, 화폐 가치를 지닌 ether를 다루고 있었고 이를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관리하고 있었으니 해커로써는 명확한 타겟이 생긴 셈입니다. 아마 이번에 무너지지 않았다면 결국 다음번 공격, 그 다음번 공격이 계속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비결정성(non-deterministic) 그리고 이더리움만의 특수성 때문에, 그리고 얼마든지 다른 공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물리적으로 원상 복구시켜줄 제3자의 개입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흐른 것이라고 이해를 합니다. 물론 애초에 다오 측의 코드 검증부터가 부실했으며 이들이 2천억 상당의 재산을 관리한 방법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점은 일련의 연속된 사건으로 모두가 목격했습니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중재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 것은, 결국 이더리움의 ‘튜링완전성’이 가져온 ‘보안의 불완전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6) 이더리움 재단의 잘못 설정된 인센티브와 아쉬운 점
이더리움 재단은 이상한 행태를 보입니다. 어차피 해커가 20일 이상 돈을 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거래를 멈추고, 포킹논의를 하는 등의 중앙집권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왜 코인의 가격이 올라가면 좋고 폭락하는 것은 막아야 했을까요? 재단은 해커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급하게 입장발표를 합니다. 그리고는 입장발표 내용을 바꿉니다. 왜 그렇게 촌각을 다투어야 했을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더리움 재단은 이더리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곳이지, 이더 가격이 폭락할 때 대중을 안심시키고 거래소를 멈춰서 가격방어를 해주는 기관이 아닙니다. 재단 관계자 중 일부 또는 상당 수가 이더나 다오를 보유했었을 거라는 점은 매우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순위 직무가 이더 가격인지, 이더리움 플랫폼의 가치인지는 구분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다오 자체의 Proposal 기능을 이용하여 이용자들을 통해 직접 계좌를 얼리거나 빼앗아오는 방법도 사용 가능했으리라고 짐작을 하는데, 바로 거래소를 멈추어 버렸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애초부터 Proposal을 이용해 해커의 공격에 대응했더라면, 다오 플랫폼의 정합성도 인증하고 온전하진 않으나 탈중앙화 요소도 지켜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시간에 쫓기고 대폭락으로 인한 자산가치 손실과 수많은 사람들의 압력으로 인해 제대로 정신 차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해를 합니다.
7) 앞으로의 방향
이더리움은 대규모의 자산과 고객을 다루는 DApp을 이더리움 체인 위에서 안전하게 운용하는데에 실패함으로써 가치있는 경험을 얻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실패는 발생할 것이고 더욱 많은 전문가들과 탄탄한 보안적 요소들이 추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는 이더리움 EVM을 포함한 언어체계 자체가 수정되어져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a) 이더리움 재단이 이더리움의 운용주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거나, b) 지금처럼 단순한 오픈소스 형식을 유지하는 두 갈래의 길이 있을 것입니다.
이더리움 재단은 아예 커뮤니티 동의하에 유사시 블록체인을 관리하는 반탈중앙화(semi-decentralized)의 체제로 가거나, 아니면 이제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공표하고 계속해서 온전한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탈중앙화가 탈중앙화에 비해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상업적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주체가 명확한 편이 대중성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방향성은 신중한 고민을 통해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반탈중앙화 모델로 갈 경우, 경쟁상대는 대기업들의 모듈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탈중앙화기 때문에 부실한 소프트웨어도 이해를 하는 경향이 있지만, 직접적 개입이 시작되면 지금까지처럼 느슨한 시선을 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에 소프트포크 또는 하드포크 등이 일어난다면, 이것이 일회적인 조치인지 앞으로의 프로토콜인지 정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포킹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이미 지금 돌이키기에는 늦었고 이왕 논의가 되고 있으니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한번 포킹이 되면 이더리움은 다시는 이전의 이더리움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명확한 P2P간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규칙을 만들어 둔다면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오가 P2P의사결정 프로토콜의 한 예였으나 안타깝게도 너무 높은 자유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다오 프로젝트의 경우 사실상 실패하였고, 제대로 가동되어 보지도 못하고 다오의 진짜 도전과제인 탈중앙화 O2O는 그저 입만만 다시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The DAO는 해체되거나 다른 이에게 승계가 되어 새로운 더 나은 모습으로 다시 가동되리라 기대합니다.
중국 ‘장자’의 고서에 나오는 '눈 앞의 먹이에 정신이 팔려 정작 뒤의 포식자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사마귀'가 되지 않으려면 항상 정체성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는 모토와 함께 ‘신경영(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선포합니다. 이후, 1995년에 구미공장에서 품질이 최고라는 가치 아래, 엄격한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약 500억원에 해당하는 당시 기준으로는 막대한 양의 재고자산을 부수고 불태우는 ‘불량제품 화형식’을 진행합니다. 당시의 많은 중역들은 이러한 품질을 향한 단결이 그리고 희생을 무릅쓴 정신이 지금의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어냈다고 회고합니다.
떨어지는 가격을 막으면 당장은 막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가격을 상승시키는 것은 모멘텀이 아니라 가치입니다. 이더리움은 어쩌면 지금이 성공과 쇠퇴의 갈림길에 서있는 과도기일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더리움의 가치와 정체성에 집중한다면 가격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