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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 Han 한승환 Jan 08. 2017

비트코인 재정거래와 한국 프리미엄

비트코인 재정거래와 한국 프리

비트코인 재정거래와 한국 프리미엄




이제는 조정을 맞았으나, 비트코인 가격은 약 3달간 연일 상승세를 탔고, 최근 1주간은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아래 글은 이미 세팅을 마치고 활동 중인 분들보다는, 이제 새로이 재정거래에 관심을 가지고 진입하려는 분들의 입장에서 작성해보았다.




재정거래

재정거래(Arbitrage Transaction)란 동일한 상품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서로 다른 가격에 매매되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에서 이를 사고 비싼 곳에 판매하여 차익을 얻는 차익거래를 뜻한다. 


최근 얼마간 비트코인이 높은 변동성을 겪으며, 해외거래소의 달러 가격과 국내거래소의 가격이 10~2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사실 전통적으로 국내거래소의 가격은 1~5만원 더 비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 프리미엄]


얼마 전 해외거래소 달러표시 가격이 $1000이었고 국내가가 ₩1,340,000 가량이었을 때, 약 15만원 가량 차이가 나자 많은 분들이 질문했다.


“15만원이나 프리미엄이 붙었으니, 이제 해외거래소에서 사서 재정거래를 하면 되지 않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애초에 그 재정거래가 안되니까 프리미엄이 15만원 붙은 것이다.


왜 안되는지 몇 가지를 들어 살펴볼 수 있다.


해외거래소 접근의 어려움

일단 미리 해당 해외거래소에서 KYC가 되어있고 거래등급을 인증받아두지 않은 경우, 거래를 트기까지는 최소 며칠에서 몇 주까지 걸린다. 미리 거래계정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짧은 시간에 재정거래는 불가능하다.


외환 송금의 어려움

달러표시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당연히 달러가 있어야 한다. 없다면 원화로 달러를 구매해서 해당 거래소에 전송한 뒤 확인을 받게 되는데, 국내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최종 해외거래소 계좌 은행에 입금이 확인되기까지는 짧게는 며칠에서 한 주 이상이 걸린다.


자유경쟁시장

위 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송금에 성공하였다. 안타깝지만 그때 즈음에는 다른 이들도 동일한 과정을 마쳤을 것이다. 이미 재정거래는 상당 부분 이루어져 있을 것이고 차익이 기댓값에 미치지 못하거나 심지어 송금 수수료를 제하면 손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높은 리스크 비용

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들을 짚어보자. 


-환율리스크

당시 환율로는 15만원 차액이 남지만, 실제 이체가 완료된 이후 환율이 어떻게 돼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달러로 기껏 바꾸고 원화로 다시 들여왔더니 환율 때문에 수익이 

희석되거나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 리스크

가장 높은 리스크라고 볼 수 있다. 주로 거래소간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시기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극대화되었을 때인데, 이 경우 아주 짧은 시간에도 가격이 수십에서 수백 달러까지 변동할 수 있다. 거의 동시에 가까운 시간에 달러와 원화의 교차 차익실현이 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무위험 차익거래는 불가능하다.




한국 프리미엄

한국 프리미엄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으나, 몇 가지 간단한 사항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프리미엄이 붙은 곳은 비단 한국뿐이 아니다. 거의 달러나 위안화 거래소 외의 모든 법정화폐 거래소가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 제3 국 거래소의 경우 비트코인 변동성이 높을 때 훨씬 높은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이는 당연한 문제이다. 각 나라 간 외화 입출금이 간소화되어 있고 자유로울수록 재정거래가 쉬워지므로 프리미엄은 낮아진다.


또한 해당 법정화폐(fiat currency)로 걸려 있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적을수록 변동성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기 때문에 기대심리를 미리 반영하여 선제적으로 고평가 또는 저평가하는 주문이 생겨난다. 즉 한국인들이 가진 비트코인 수가 매우 적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유동성이 늘어날수록 거래가격은 균형점에 가까워지는데, 한국은 달러나 위안화 시장에 비해 시장유동성이 극단적으로 작다. 가진 비트코인 수량도 적고 이를 시장에 호가로 걸어둔 수량도 적다.


동시에, 한국인들의 평균 매수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때 10%의 기대수익률은 가진 경우라면 80만원에 구매한 사람은 88만원에 익절을 할 것이고 100만원에 구매한 사람들은 110만원에 할 것이다. 이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나, 시장평균적으로 치환해보면 평균가격이 높은데도 매물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은 달러 구매자들에 비해 높은 평단가를 가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대단히 순진(naive)한 접근 방식이다.


한국 특유의 당장 넣고 보는 급한 심리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번 트렌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걷잡을 수 없이 따라가는 방식은 가격이 한 방향으로 극단적으로 쏠리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위에도 변동성이 강화되면 일단 어떤 포지션이든 걸어둬야 마음이 덜 답답해지는 경우들이 많다. (많은 경우, 아무것도 안 했을 때 더 큰 수익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무위험 차익거래

무위험 차익거래는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부분적으로 가능하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1 - 원화 늘리기

1) 코인원과 코빗거래소에 ‘비트코인을 5천만원’씩, ‘원화를 5천만원’씩 넣어둔다. 

2)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싼 곳에서 1btc를 사고 동시에 비싼 곳에 1btc를 판다. 

3) 비트코인 수량은 변동이 없으나, 원화 수량은 조금씩 늘어난다.


예2 - 비트코인 늘리기

1) 코인원과 코빗거래소에 ‘비트코인을 5천만원’씩, ‘원화를 5천만원’씩 넣어둔다. 

2)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싼 곳에서 비트코인 100만원어치를 사고 동시에 비싼 곳에 100만원 어치를 판다. 

3) 원화금액은 변동이 없으나, 비트코인 수량은 조금씩 늘어난다.


예3 - 이더(Ether) 활용하기

1) Poloniex거래소와 Bitfinex거래소에 ‘비트코인을 5천만원’씩, ‘이더를 5천만원’씩 넣어둔다. 

2)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싼 곳에서 이더를 사고 동시에 비싼 곳에서 동일한 이더만큼 판다. 

3) 이더수량은 변동이 없으나, 비트코인 수량은 조금씩 늘어난다.


실제로 위의 방식대로 거래하고 있는 차익거래상(시장조성자, Market Maker)이 많이 존재한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속도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무조건 수익이 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거래실패

시장에서는 수많은 지정가 주문(limit order)들이 초단위로 업데이트되며, 내가 넣은 주문이 체결될지 보장할 수 없다. 나와 다른 이가 동시에 주문을 넣은 경우, 내가 넣은 주문이 거래 실패할 수 있고, 동시에 다른 거래소에서는 거래가 체결된 경우, 상황이 난처해진다. 무위험 차익거래는 포지션이 발생과 동시에 청산된다는 것이 핵심인데, 한쪽은 거래가 완료되어 포지션이 청산되었고, 다른 한쪽은 거래체결에 실패해 포지션이 열려 있는 경우, 이는 더 이상 무위험 차익거래가 아니다. (*거래소의 자체적 시스템 오류로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마진콜

마진콜은 거래소의 변동성을 극대화시키는 도구이다. 거래를 양 거래소에서 동시에 체결하려는 순간 한 거래소는 체결이 완료되었는데 그에 대한 반대 거래에 대해 다른 거래소에서 마진콜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거래가가 예상 밖의 숫자가 될 것이다. 이 경우, 무위험 차익거래는 실패한다.


기회의 미진

양 쪽의 거래소에서 의도한 시간에 동시에 거래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각 거래소의 스프레드가 반대로 겹쳐져 있어야 한다. 즉 한 거래소의 매도지정가가 다른 거래소에서는 매수지정가로 이미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각 거래소간 매도 지정가가 서로 비슷할 수는 있어도, 한 거래소의 매수와 다른 거래소의 매도 지정가가 겹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시간 기회비용

무위험 차익거래를 제대로 하려면 이에 전적으로 집중해야 하고 필요한 순간에 반드시 컴퓨터 앞에 있어야만 한다. 컴퓨터 앞에 있지 않아도 온정신에 그곳에 메이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경우, 기존 생업을 이어가는 편이 훨씬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자본 기회비용 

일반적으로 무위험 차익거래에서 비트코인 단위당 1만원 이상의 이익을 보기 쉽지 않다. 이 기회가 왔을 때 50만원을 벌려면, 한 거래소에 50비트코인과 50비트코인 만큼의 원화, 그리고 다른 거래소에도 50비트코인과 그만큼의 원화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즉 한건에 50비트코인을 유동하여 1만원 차익을 통해 50만원을 이익 내려면 2억원 이상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차익거래는 보통 두 개의 거래소만 파두고 하는 것이 아니다. 10개 이상의 주요 거래소에 준비해 두어야 기회가 올 때 최적의 스프레드로 거래가 가능하다. 즉, 여유 있게 차익거래를 운용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이미 거래소 계정에 들어있어야 하고, 해당 자본으로 할 수 있던 여타의 사업, 투자, 이자수익 등을 모두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 된다.


거래세

매 거래당 거래소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존재한다. 크진 않지만 계산해야 하는 부분이다.


거래소 위험(systemic risk)

모든 차익거래 리스크도 거래소 위험에 비하면 사소하다. 거래소 자체가 파산하거나 지급불능에 빠지거나 해킹당하거나, 거래가 정지되거나, 문을 닫게 되면 예치금 전액이 위험에 빠진다.


* 무위험 차익거래(arbitrage)에서 ‘무위험’은 돈을 잃을 확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위험(risk)'을 '변동성'으로 풀이한다. 따라서 변동성을 없애며 거래를 완성하는 것이 무위험 차익거래의 핵심이다. 위에 언급된 대부분의 고려 점들은 그 변동성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봇 사용

차익거래가 생길 때마다 수동으로 주문가를 넣고 성사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봇 사용을 고려하게 되는데, 거래체결을 넘어서 자율적으로 거래시점을 판단하여 완전히 자동화시키기는 어렵다. 봇은 아직 멍청하다. 


자본이 무한에 가깝다면 봇은 매력적인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용 가능한 자금은 제한되어있다.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되며 10만원 이상의 차익거래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봇이 알고리즘에 따라 1만원의 기회에 자금을 돌려버린다면 10만원의 기회를 버리는 셈이 된다. 이 부분은 아직 봇이 사람의 판단력을 따라오지 못한다.


또한 봇으로 자본을 유동하려면 대단히 보수적으로 알고리즘을 작성해야 한다. 봇은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수들의 경우, 거래 시점 만큼은 자신의 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재정거래 시장은 아직 기회가 많이 있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충분한 자본을 유통시킬 수 있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 다만, 무위험 차익거래에 대한 환상 때문에 시간과 자본을 낭비하는 소액 진입자들(1억 미만)은 경험에 가치를 두고 해보거나 아니라면 다시 한번 진입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필자는 10억 이상은 준비되어 있어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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