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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by 우주언

햇살이 내 얼굴을 비춘다.

눈살을 찌푸릴 만큼 강하게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있는 계단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하나하나 계단을 올라간다.

잠시의 어지러움이 있었다.

그 자리에 멈춘다.

뒤로 넘어갈 것 같은 아찔함은 언제나 느껴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다.

몸을 앞쪽으로 힘을 주며 다시 올라간다.

햇살을 등 질 때 다시 한번 멈춘다.

누가 내 머리를 누르듯 머릿속이 점점 아파온다.

숨을 고르고 다시 올라본다.


계단의 끝에 도달했다.

숨을 몰아쉬며 교실로 향한다.

내 교실, 내 책상, 내 의자에 앉으면 잠시 잊고 있던

누군가가 다시 내 머리를 누르기 시작한다.

이전보다 더 아파온다.

책상에 엎드리면 머리에 온 신경이 집중된 듯 아파온다.

친구의 말 또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점점 속이 뒤 섞인다.

울렁인다.

뭔가 올라오려 한다.

내 신경은 예민해져 간다.

평소같이 시끄러운 우리 반도

연필을 끄적이는 소리도

의자가 끼익 거리는 소리도

다 예민하게 받아져 버린다.

귀를 틀어막는다.

틀어막아도

아무리 틀어막아도 내 손과 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많은 시끄러운 소리들이 내 고막을 흔든다.

그리고 과장된 소리들이 내 뇌를 자극하겠지

잠시라도 혼자 있고 싶어졌다.

고요한 물속에 있고 싶었다.

누가 내 머릴 망치로 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 아파왔다.

내 머리에 심장이 있는 거 마냥 쿵쾅 거린다.

괴롭다.

괴로웠다.


보건실을 가기 위해 계단으로 향하면

눈 깜짝할 사이 난 계단 아래에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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