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다
혼자 만의 여행이 언제였는지 거슬럽보니, 무작정 전국일주를 하겠다고 무려 20킬로나 가까이 되는 완전무장을 하고 그냥 동쪽으로 동쪽으로 걸었던 무모한 여행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와이프인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이것저것 혼자서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여자친구를 거의 10년 동안 사귀면서 거의 모든 여행 및 일상을 함께하다 보니 혼자서 여행할 일은 생기지 않았다. 아니 생기지 않았다기보다 혼자서 할 거면 아예 안 하게 되는 경우가 잦았다.
둘 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시간 맞춰 여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었는데, 최근 내가 회사를 관두면서 드디어 꼭 한 번 길게 가보고 싶었던 부산국제영화제를 큰 맘 먹고 혼자서 제법 길게 5일 간 여행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3일 이상의 긴 시간을 휴가 내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주말을 껴서 금토일로 3일을 맞추기 일쑤였는데, 그렇다 보니 영화제를 오더라도 정말 잠깐 맛 만 보거나 그 시간에 맞추다 보니 좋아하는 영화도 거의 못 보고 오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또 언제 이런 백수 시절을 누리게 될지 모르니 조금은 미안하기도, 긴장되기도 하지만 과감하게 긴 시간의 홀로 여행을 결정했다.
서두에도 잠시 이야기했지만 예전엔 정말 혼자서 이것저것 심심하지도 않고 남 신경도 안 쓰며 무엇이든 잘 했는데 (아, 그 때도 혼자 밥은 잘 못 먹었다), 이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게 된 게 조금 자존심 상하는 것도 있어서, 두근거리고 살짝 떨리기도 하지만 그 떨림을 즐겨보기로 했다.
그렇게 정말 오랜 만의 홀로 여행 첫 날을 마무리하는 시간. 오래 운영해 오고 있는 블로그 외에 새로운 플랫폼인 브런치도 시작했다. 블로그는 처음부터 조금 한정적인 주제에 대한 콘셉트 형태로 운영하고자 했기 때문에 다른 평범한 이야기를 쓰기는 나나 독자나 서로 다 부담스러웠는데, 그러던 찰나에 브런치는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일기처럼 쓰기에 제법 괜찮은 도구처럼 보였다.
지속적인 게 제일 중요하다. 브런치도 블로그처럼 오래 할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