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하나. 350일]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을 마친 아내가 복직하고 난 뒤 잠시 독박 육아를 했었는데, 정말 혼자서 오랜 시간을 홀로 아이를 본다는 것이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아무런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컸더랬다. 그래서 몇 달만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같이 지내기를 몇 달. 오늘 엄마는 일이 있어서 다시 집으로 내려가셨다. 그렇게 다시 독박 육아가 내일 아침 일찍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일단 처음 독박 육아를 할 때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을 꼽아보자면, 가장 먼저 더 길어진 시간이다. 그 당시에는 오전에는 그래도 아내가 집에 있어서 점심시간부터 저녁 늦게까지 돌보면 되었었는데, 이번에는 정상 출근 시간에 맞춰야 하는 터라 거의 7시부터 내가 하나를 돌봐야 한다. 요즘 추세를 보면 하나도 8시가 안돼서 금방 잠에서 깰 때도 있고, 아주 잘하면 9시까지 자기도 하는데 여하튼 나는 7시부터 저녁 8시 넘어까지 정신을 차리고 있을 예정이다 ㅎ
사실 다른 소소한 점들도 있지만 시간이 길어진 게 가장 두렵다 ㅎ 예전에도 말했었지만 당시에도 7~8시간을 혼자 돌본다는 건 시간을 분 단위로 느낄 만큼 참 시간이 안 가고 (한참 놀고 치우고 한 것 같은데 겨우 1시간 정도 지나기 일쑤고 ㅎㅎ), 그만큼이나 남은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인데, 내일부터는 무려 12시간 가까운 시간을 버텨내야 한다. 누군가는 '아이랑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게 뭐 그리 두려운 일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애기를 제대로 안 봐서 하는 소리다. 아마 대부분의 엄마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 길고도 긴 시간을 ^^;;
그래도 그때보다 나아진 점들을 꼽아보자면, 일단 그때보단 하나도 제법 커서 잠시지만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뭐 정말 잠깐이기는 한데 예전에는 이것조차 허락되지 않아서 화장실 가는 것도 거의 참고, 가더라도 하나를 의자에 앉혀두고 화장실 문을 열고선 정신없이 일을 보기도 했었다. 또 어딜 가든 한 손으로 하나를 안고 움직였어야 했고. 그래도 요즘은 매트 깔린 거실 위에 두면 혼자서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제법 놀기도 하니, 이 정도면 허락되어도 어디냐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보다는 아이를 돌보는 여러 가지 도구들과 기술들이 늘었다. 일단 매트와 베이비룸으로 적당한 공간 안에 하나를 가둘(?)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장난감들과 쪽쪽이, 치발기, 리모컨, 인형 그리고 더 친숙해진 핸썸이랑 파이가 있다 ㅎ 그리고 하나를 웃길 수 있는 기술들도 그때보다 더 많이 습득해서 여러 가지 기술을 질리지 않게 써볼 수도 있다.
아.... 그래도 12시간은 너무 길다 ㅎㅎㅎ
중간에 이유식도 세 번이나 먹어야 하고, 분유도 네 번 이상, 기저귀랑 응가 처리는 그때 그때 다르고.
점점 육아 기술자가 되는 건 좋은데 이 기술을 어디 써먹을 때가 있으려나... (그래서 다들 둘째를 낳는 건 아니겠지 ㅋ).
여하튼 오늘 밤은 마치 긴 방학이 끝나고 개학 하루 전날 밤 같다.
잠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