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14개월에서 15개월 사이

하나는 더 빠르게 커가는 만큼 육아일기의 텀도 길어졌다(져버렸다).

by 아쉬타카

[하나. 436일]

날짜를 써놓고는 혼자 움찔했다. 436일이라니. 뭐랄까, 400이라는 첫 시작과 36이라는 숫자의 조합은 시간이 지나도 한참 지난 것만 같은 느낌이라 어색하고 이상한 느낌마저 드는 숫자였다. 그렇게 적응할 시간도 채 주지 않고 하나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자라나고 있다 (이렇게 매번 성장 속도에 대해 쓰다 보니 마치 SF영화 속에서 어떤 행성이 지구로 돌진해 올 때 역으로 시간을 계산하는 장면 같다는 생각도 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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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낼 때 고민이 많았던 어린이집은 이제 완전히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워낙 떼를 쓰고 잠도 안 자려고 해서 며칠 애먹었는데 요새는 몇 시간씩 잠도 잘 자고 오고, 또 밥도 반찬 투정을 좀 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잘 먹는다고 한다 (간식은 정말 잘 먹는다고). 어린이집에서도 귀여움을 독차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생님들이 특히 예뻐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제일 어린 녀석이 완전 대장 노릇을 한단다. 여기저기 소리 지르고, 겁 없이 돌진하고 ㅎ


며칠 전에 한 번은 하나가 같은 반 친구에게 이틀 연속으로 물려서 문 아이 어머니가 너무 미안해하며 내가 하나를 데리러 올 때까지 어린이 집에서 기다렸던 일이 있었다. 뭐 물린 자국을 보며 (다행히 금방 아물었다) 당연히 마음이 아프기는 했지만 뭐 애들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죠'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그 아이가 다른 아이들도 자꾸 물어서 아이 엄마가 고생이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뭔가 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아이로 인해 부모가 사과를 하거나 다른 어른들과 대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제야 사회적 부모로서 의무를 갖게 되었다는 걸 조금은 실감할 수 있었다. 나 혼자 만의 일일 땐 나 혼자 해결하면 그만이었는데, 부모가 되면서부터 내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대상이 생겼다는 생각에 뒤늦게 무거운 책임감과 (솔직히) 스트레스가 느껴졌다. 앞으로 이런 일들은 더 많아지겠지.


IMG_3360.JPG 너무 잘 걸어서 문제다 ㅎ


처음 걸음마할 때 기뻐했던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요즘은 너무 잘 걸어서 곤란할 때가 많다 ㅎ 그리고 밖에 나가면 어찌나 혼자 걸으려고 하는지 다른 길로 가는 하나를 붙잡으려 쫓아가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속도는 왜 그렇게 또 빠른지 ㅎ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멋모르고 디자인만 보고 산 신발들이 있는데, 이제 하나씩 다시 신겨봐야겠다. 요즘 같아서는 무슨 신발을 신고도 엄청 잘 걸을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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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하나를 데리고 식당에 가는 건 엄두도 못 냈었는데 요새는 외출을 하면 가끔씩 식당에도 같이 가서 아기 의자에 앉혀두고 같이 밥도 먹곤 한다. 어찌나 맨밥을 좋아하는지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기도 한다. 참고로 처음에 맨밥을 너무 잘 먹길래 무작정 좋아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편식하는 아이들이 맨밥만 먹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밥 먹을 때마다 최대한 반찬을 섞어서 먹여보는 중이다. 여전히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건 바로 골라내곤 하는데, 그래도 아주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이것도 저것도 안될 땐 그냥 맨밥을 아기 김에 싸서 주면 완전 잘 먹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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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너무 더워서 어린이집 다녀오면 자기 전까지 주로 에어컨이 나오는 거실 매트 위에서 지낸다. 오자마자 옷 갈아 입히고 저렇게 이불을 깔아주면 자는 곳인 줄 알고 그 위에 딱 올라앉거나, 벌렁 드러눕는다. 바구니에 정리해 두었던 인형들도 몇 개 꺼내고, 장난감도 다시 풀어놓으면 한 동안 이것저것 만지면서 잘 논다. 얼마 전부터는 그림책도 소리 내어 읽어 주는데 아직은 그냥 책을 넘기는 것 자체에 더 흥미를 갖는 것 같다. 그래도 찍찍이로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들은 확실히 인지 했는지 과일 모양의 종이들을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자기도 엄청 좋아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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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도 많이 자랐다. 특히 뒷 머리는 더 길어서 조금 잘라줄까 싶기도 한데, 빨리 조금 더 자라서 예쁘게 묶어 주고 싶다.


그렇게 무더운 계절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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