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하나. 477일]
지난 2주 간은 부모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겪는 하나의 병치레에 꼼짝없이 붙들려 있었던 날들이었다. 어린이집을 다녀와 열이 조금 있을 때만 해도 금세 나을 줄로만 알았었다. 그날 밤늦게 열이 많이 나고 울음이 멈추질 않아서 새벽에 부랴부랴 응급실을 찾아 나섰을 때만 해도, 차차 진정되고 잠이 드는 하나를 보고는 큰 일은 아니다 싶었었다. 하지만 다음 날도 열이 나고 온 몸에 열꽃이 나기 시작하더니 손과 발, 허벅지까지 작은 수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결국 수족구가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수족구라는 걸 얼핏 들어보기만 했었지 잘 몰랐었는데, 아무래도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어린이집이다 보니 쉽게 질병에 노출될 수 밖에는 없고,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어린이집 보내는 집에서는 다들 한 두 번씩 고생한다고들 하더라. 그래도 한 일주일이면 많이들 낫는다고 하던데 우리 하나는 조금 심한 편이라 꼬박 2주간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에서 격리된 날들을 보내야 했다. 그 뽀얗고 깨끗하던 팔과 다리가 순식간에 수포로 가득 찬 모습을 보니 참 마음이 아프더라. 그 많은 수포가 다 터지거나 덧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거의 터지지 않고 빠르게 사라져 가는 중이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수족구는 딱히 약이 없어서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 병원에서도 그저 보완하는 항생제 정도를 처방해 주는 정도고. 수족구가 걸렸던 첫날은 손발뿐만 아니라 입안이 붓고 헐어서 하나가 정말 많이 아파했었는데, 아파서 그저 울고 있는 아이를 두고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더 답답하고 견디기가 힘들더라.
그렇게 수족구로 고생하던 가운데 또 한 번 일이 터졌다. 하나가 전기밥솥 근처에 갔다가 배출되는 증기를 건드려서 오른손이 살짝 덴 것이다. 다행히 빠르게 얼음물로 응급조치를 해서 크게 심하지는 않았지만 하나가 놀라서인지 오열하는 바람에 우리가 더 놀라서 또 급하게 응급실로 달려가 조치를 하는 일이 있었다.
응급조치를 하고 기다리는 약 20분 동안 정말 잠시도 쉬지 않고 곧 죽을 것처럼 악을 지르며 우는 하나 덕분에, 그 밤에 응급실이 떠들썩했다. 내 평생 응급실을 하나 덕분에 이렇게 처음 오게 되었다. 크게 데지는 않아서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음 날 피부가 조금 벗겨지는 바람에 며칠 또 고생을 좀 했다. 이 상처도 어제 거의 다 아물어서 붕대도 풀고, 수족구도 지난 주말 다 나아서 어제 부터는 어린이집도 다시 등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큰 병치레 없이 커온 것에 감사했었는데, 이번에 크고 작은 일들로 응급실도 가고 하루 걸러 하루 병원을 다니며 그동안 큰 병 없이 커온 것에 더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가 아프면 아이도 몰라보게 성장하지만, 부모 역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한 뼘씩 커버리는 것 같다.
하나야, 2주간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나머지도 얼른 다 나아서 다시 우윳빛깔 신하나로 만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