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모든 것이 처음

부모도 처음이라 힘들지만 무엇보다 하나가 가장 힘들텐데...

by 아쉬타카

[하나. 518일]

하나를 낳고 처음 겪게 되는 모든 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요즘이다. 한바탕의 수족구와 연달아 벌어진 손가락에 작은 화상까지, 정신없던 날들을 보름 넘게 보내고 조금 익숙해지려나 싶었는데 계속되는 새로운 일들이 있었다.


하나는 길을 가며 지나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예쁨을 받을 만큼 낯가림이 없는 편인데, 그만큼 겁도 없어서 조금 걱정이다. 겁이 없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에 있어서 거침이 없고,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에도 거침이 없는 반면, 위험해서 못하게 막았을 경우 그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그럴 때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짜내며 한참을 울고 온몸을 활처럼 뻣뻣하게 펴가며 떼를 부리는데, 그럴 때마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감할 때가 많다.


unnamed (2).jpg 난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간다(가고야만다)


머리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지만 막상 하나가 짧은 시간도 아니고 한참을 소리 질러가며 온몸으로 저항을 하게 되면, 부모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고 견디기 힘든 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가 금세 미안해져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고.


보통 아이들은 처음 가보는 곳에 가면 겁이 나서 부모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거나 안겨서 내려오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많은데, 하나는 오히려 안고 있어도 내려 달라고 안간힘을 쓰고, 손을 잡고 걸으려 해도 뿌리치고 혼자 갈길 가는 스타일이다 ㅎ 그러다가 요새는 갑자기 주저앉는 일도 많아졌는데, 걷지도 안기지도 않겠다는 하나를 사람 많은 곳에서 겪게 되면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나나 아내나 워낙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조용조용 사는 스타일인데, 온 이목을 집중시키곤 하는 하나를 돌보는 일은 꼭 부모로서가 아니라 그냥 지금까지 살면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거의 겪어본 적이 없는 경우라 (그런 일을 겪을 것 같으면 미리 피하거나 했으니까) 더더욱 당황스러움이 큰 것 같다.


unnamed (4).jpg 난 내가 가고 싶을 때 간다


뭐 다른 부모들도 많이들 그렇겠지만 그래서 하나를 데리고 외출은 자주 하려고 해도 외식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몇 번 식당에 같이 갔었지만 나나 아내나 밥을 어디로 먹는지 모를 만큼 몇 분만에 마시거나 그냥 중간에 나와야겠다 싶은 적도 많았고, 아기 의자에 차분히 앉아서 먹는 일도 있지만 상위에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떼를 부리기 시작하면 몹시 당황스럽기 때문이다.


외출 시에 이런 일들도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는데 최근 들어 또 하나의 새로운 상황에 고생을 좀 하고 있다. 아무래도 하나가 성격이 조금 강하다 보니 오냐오냐 까지는 아니더라도 울고 떼를 부릴 땐 급하게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들을 불가피하게 사용해 왔었는데, 이런 것들을 하나씩 중단해 가는 일을 요즘 하고 있다. 첫째로 휴대폰 보여주는 것을 완전히 멈췄다. 사실 이것만큼 단 번에 해결되는 방법이 또 없어서 부모 입장에서는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여주게 되는 일이 많은데, 그래도 이것부터 좀 멈춰야 할 것 같아서 바로 그 날로 보여주는 것을 완전히 멈췄다. 다행히 이건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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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여주는 것도 (물론 EBS와 뮤직비디오가 전부지만) 최대한 자제하려고 하고 있다. 워낙 흥이 많은 하나라서 음악 듣고 춤추는 걸 완전히 멈출 순 없겠지만 그래도 줄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중이다.


요새 가장 힘든 건 늦은 젖떼기다. 이미 이유식도 다 넘어서서 밥, 반찬을 먹은 지는 꽤 되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하나가 젖을 먹으며 안정을 찾다 보니 특히 밤에 재울 때 젖을 먹이며 재우곤 했었다. 하지만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재우는 데에 선생님들이 애를 먹을 수 밖에는 없었다. 거의 1시간씩 안 자겠다고 우는 하나를 달래다가 지쳐서 잠들곤 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우리도 젖을 떼는 걸 심각하게 생각해볼 수 밖에는 없었고 말이 나온 날 바로 그날 밤부터 시작해 버렸다.


역시나 젖을 먹이지 않고 밤에 재우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는 꼭 젖을 먹고 싶어서라기 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가득해서 계속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며 한참을 잠들지 않았다.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도 쉬고, 나중에는 지쳐서 잠들다시피 했다. 그리곤 새벽에 몇 번이나 깨서 그런 일들을 반복해 나도 그렇고 특히 아내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어젯밤은 특히 감기 기운이 조금 있다 보니 이것까지 겹쳐서 더더욱 잠을 이루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나나 아내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 같다.


unnamed (6).jpg 이런 귀여운 짓도 요새 늘어서 하나 덕에 웃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렇게 새벽 내내 울며 몸살 하는 아이를 보며 순간적으론 힘들어 화도 내고했지만, 그렇게 울다 지쳐 감기 기운까지 겹쳐 그르렁 대며 잠든 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짠한 마음에 미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어 또 후회한다.


하나는 잘 커나가고 있는 건지. 아이들은 다들 그런 건지. 하나가 특히 유별난 건지.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하나 덕에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해진 것을 피부로 느끼며 또 하루를 이겨내고 있다.


하나야. 오늘 밤도 같이 잘 이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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