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쉬는 시간의 아이러니

하나가 어린이집에 간 동안

by 아쉬타카

[하나. 546일]

하나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까지 하루 종일 혼자 아이를 봤을 땐 정말 정말 힘들었었다. 아내가 퇴근해 올 때까지 시간이 정말로 안 갔는데, 마치 시간과 공간의 방이 역으로 작용하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1~2시간은 된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겨우 15분쯤 흘렀던 적도 많고. 그래서 오히려 시계 보는 게 두려워 더 참다 참다 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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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어린이집을 보내고 나서는 그 꿀맛, 아니 꿈만 같던 7시간에 얼마나 몸과 마음이 기뻐했었는지 모른다 (웃음). 그렇게 어린이집을 다닌 지도 벌써 여러 달. 그 꿈만 같았던 7시간은 물론 아직도 내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쉬는 시간, 나만의 시간이지만 우습게도 이 시간마저도 온전히 나를 위해 쓰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게 간절했던 개인 시간인데 말이다.


unnamed (14).jpg 어린이집 입구 앞에서. 우편물도 확인해 본다.

물론 그 시간이 온전히 개인적인 시간만은 아니다.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 보면 몇 시간이 우습게 갈 때도 있고, 하나를 맞을 준비를 하는 시점부터 심적으로는 개인 시간이 끝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웃음), 더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간절하고 소중한 개인 시간들 중 많은 시간을 또 하나에게 할애한다. 우습게도 같이 있을 때는 떼로 많이 부리고 심신을 엄청 피곤하게 만들다 보니 지칠 대로 지치게 되는데, 그렇게 겨우 잠시 이별하고 집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가 하나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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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문이 닫히고 혼자 돌아서면서 바로 핸드폰으로 어린이집 오는 길에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는 걸로 시작해서, 집에 와서도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 하나의 지난 사진들을 보는 데에 시간을 보낸다. 그 귀한 시간들을 말이다 (웃음).


며칠 전, 하나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또 여느 날처럼 핸드폰으로 하나 사진을 찾아보고 있는 나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심지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하나. 금쪽같은 개인 시간에도 보고 싶은 가시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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