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누군가가 엄청 애를 썼다는 얘기다

by 아쉬타카

[하나. 563일]

하나를 낳고 또 키우면서 가장 많이 깨닫게 되는 건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이런 의식의 흐름은 힘듦과 피로가 절정에 다다른 뒤 화가 터져 나오기 직전에 머리를 멍 하고 스쳐가게 되는데, 오늘도 그랬다. 오늘도 그랬다는 건 이런 순간이 벌써 여러 번, 아주 여러 번 있었다는 얘기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는 건 누군가는 전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경험한 것과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것 하나는 분명 말할 수 있겠다. 나는 평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깨우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는 쪽인데, 반대로 말하자면 꼭 고생을 직접 해보지 않고도 이에 버금가는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얻으려고 평소 노력하는 편이다. 실제로 누군가의 경험담으로 깨우쳐지거나, 간접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사실 육아도 그런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일일 거라,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모든 일을 통틀어서 하나를 꼽으라면 지금의 육아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절대 그와 동일한 공감대나 깨우침을 얻을 수 없는 종류의 일이라는 걸 육아를 직접 하는 내내 경험하고 있다.


나는 한 편으로는 다른 아빠들보다 운이 좋은 편일 거다. 대부분은 엄마가 육아를 전담하거나 주력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 남편은 기껏해야 도와주는 경우가 다일 텐데, 나는 내가 좋던 싫던 내가 더 많은 시간을 육아에 할애하고 있고 그만큼 보통의 아빠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내가 만약 평소처럼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아마 지금과 같은 경험은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아무리 잘 해도 그저 엄마를 도와주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더 중요한 건 나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실제로 더 이상 육아를 도와줄 수 없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해 함께 할 수 있는 육아는 사실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정리하고 가자면 육아를 아빠가 도와준다는 말 자체가 잘못된 말이다. 엄마 아빠가 같이 하는 게 당연한 거지. 도와준다는 생각을 서로 하게 되는 순간부터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더 도와주지. 많이 도와줬잖아.라는 갈등은 시작부터 한계가 분명해진다. 실제 육아 분담엔 한계가 있을 수 없으니까.


요 며칠 나도 그동안 준비하던 일들을 조금씩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육아의 분담을 덜어낼 수 밖에는 없는데, 그게 쉽지 않을뿐더러 이런저런 외적인 상황들을 가능하게 만들었음에도 아이는 결코 그대로 따라오지 않는 경험들을 하면서, 다시 한번 '야, 진짜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구나' 싶었다. 남들 다 하는 일,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니까 그냥 어느 정도는 저절로 되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계속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다. 저절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 만약 저절로 되었다면 그건 그냥 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반드시 애를 쓴 거라고.


나도 아내도 그리고 하나도.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하루하루를 저절로 그런 것처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 나중엔 애를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날이 오겠지. 그것도 아주 금방.

조금만 더 애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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