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꿈인가 싶다
[하나. 618일]
엊그제부터 세면대에 작은 발판이랑 어린이용 호수(?)를 연결해서 하나가 어린이집 다녀오면 여기서 같이 손을 씻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는데, 어찌나 물놀이를 좋아하는지 도대체가 그만두려고 하질 않아 걱정이다 ㅎ
첫날 손 씻기(하나에겐 물놀이)가 엄청나게 재미있었는지 그다음부터는 기회가 날 때마다 화장실로 가자고 손을 잡아 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자동으로 화장실로 달려가더라. 손 씻기를 좋아하는 건 좋은데 씻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만하자고 하면 울고 떼를 쓰고 난리니 이것도 한 동안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하나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때면 잠깐씩이기는 하지만 선생님이랑 요즘 하나가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하나가 다른 친구들을 때리고 깨물고 한다고 해서 걱정이다. 예전에는 하나가 물려 온 적은 있었는데 다른 아이를 이유 없이 때린다고 하니까 이게 더 걱정이 된다. 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기도 하겠지만 어찌 되었든 단체 생활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보니 선생님도 나도 고민이 많다. 선생님은 나보고 너무 집에서 오냐오냐 키우지 말라고 하는데, 매번 아니라고 해도 못 믿는 눈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냐오냐 키워 볼까도 싶을 정도다 ㅎ 여하튼 어린이집 생활은 시간을 얻는 대신 많은 걱정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며칠 전인가. 평소 같은 저녁 시간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한 바탕 난리법석을 중간쯤 정리한 뒤 하나는 거실에서 놀고 있고, 우리는 소파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문득 이 장면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 현실이 실감 나지 않는 느낌이었는데, 아주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생각해보니 어느덧 나는 아빠가 되어있고, 나를 닮은 한 아이가 너무 깊숙이 내 인생에 들어와 있는데, 이 순간에서 갑작스레 한 발 물러나면 아직도 도저히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게 어느 것도 익숙해지지 않는 동안 하나만 점점 커간다고 생각하니 문득문득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