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정말 잘 안돼서 더 미안한
[하나. 625일]
한 동안 조금은 잠잠한 듯싶었던 하나의 떼가 요 근래 또 심해졌다. 갖고 싶은 걸 못 갖게 했거나, 더 놀고 싶은데 그만 놀게 할 때나, 들어가고 싶은데 못 들어가게 하거나 등등하고 싶은 건 못하게 하면 울며 불며 한 바탕 난리가 난다. 또 어떨 땐 아무리 알아보려고 해도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렇게 악을 지르고 통곡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더 난감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아이가 없을 땐 애한테 무슨 화를 내고 그러나 싶었었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면 화를 참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이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라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가끔 보란 듯이 하지 말라는 행동을 계속하고, 또 이유 없이 악을 지르며 힘들게 할 때는 나는 모르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겁을 주게 되는데, 다른 모든 부모들도 그렇겠지만 오래 걸릴 것도 없이 즉각 후회하곤 한다. 미안해... 하면서.
오늘도 위험해서 들어가지 말라는 데를 몇 번이고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치고, 또 물을 다 흘리는 바람에 젖어버린 옷을 굳이 안 벗겠다고 버티는 통에, 또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말았다. 심지어 '이번엔 절대 화내지 말자'라고 머릿속으로 되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아빠한테 한 소리를 듣고 서러운지 눈물을 주르륵주르륵 흘렸음에도, 내가 가까이 가자 울면서 바로 두 팔을 벌려 안기더라. 그 모습을 보니 또 얼마나 미안하던지. 나도 모르게 '하나야~~~'하며 또 미안해를 반복할 수 밖에는 없었다.
아이한테 화를 내면 절대적으로 후회할 수 밖에는 없는데, 이 작은 아기가 뭘 안다고, 당연히 그러니까 아기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진짜 이렇게 작은 아기가 뭘 알겠나. 그저 본인도 답답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정확히 못하게 하는 이유도 알지 못해 속상하고 억울할 텐데.
후회만큼이나 크게 다가오는 건 더 큰 자책감이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아이 아빠가 되어서 겨우 아이가 떼를 쓰고 말썽을 부린다고 그것도 못 참고 또 화를 내고, 이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는 사실 자체가 스스로에게 몹시 못마땅하고 진짜 자괴감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진짜 감정 기복이 롤러코스터 저리 가라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날 보며 웃는 하나를 보면 또 한 없이 미안해하며 '아빠가 잘할게 ㅠㅠ'하고 있고, 그러다가도 또 별 것도 아닌 일로 난리를 치면 또 참기가 어렵고. 무한 반복 같지만 그래도 매번 다짐한다.
'제발 화내지 말자' '제발 화내지 말자' '한 모금만 참아보자'
오늘도 그렇게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