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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Oct 14. 2018

13. 시선을 견디는 일

새로운 종류의 감정노동이다

나는 오랜 시간 쇼핑몰 운영과 서비스, 마케팅과 관련된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오면서 감정노동이라 할 수 있는 CS를 여러 번 담당했었다. 그래서 나름 CS에 대해서는 나만의 원칙도 있고 노하우도 많은 편인데, 회사를 관두며 다시는 이런 감정 노동을 하지 않을 것만 같았으나 가게를 열고 나니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노동이 또 있었다.


어린 시절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일은 많이 해봤기 때문에 가게를 열면 어떤 종류의 일들이 있을 것이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을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잊어버렸던 것인지, 막상 가게를 열고 나니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견디는 일이 결코 녹녹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가게를 열었고 그런 같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이 찾기를 바랐지만, 당연히 가게는 그런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는 이들보다는 불특정 다수, 더 직접적으로 말해 전혀 관심이 없는 이들도 여럿 방문하게 되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힘들지만 가장 힘든 건 불특정 다수의 시선을 견디는 일이었다. 일단 '이게 뭐야?'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데, 호기심보다는 마치 핀잔을 주는 듯한 뉘앙스의 시선이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뭐야'하며 가게로 들어오자마자 발길을 돌리며 뒤따라 오는 동행에게 '야, 필요 없어 필요 없어, 나가자'말하는 경우도 많고, 더 많은 경우는 아예 들어오지도 않고 문밖에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거나 목만 문 안으로 넣어서는 위아래로 훑어보며 역시 핀잔주듯 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그럴수록 나갈 때 인사를 더 열심히 해야지 싶어 '안녕히 가세요'라고 크게 인사하곤 했는데, 요즘은 또 살짝 에너지가 떨어져서 유치하지만 '그럼 나도 안 해'식으로 나가실 때 인사를 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디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내어 견뎌야만 하는 일이었다. 오늘도 여러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계속 힘내어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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