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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an 06. 2019

25. 그래야 길게 할 수 있을 테니까

정말 1년의 시간은 필요할 듯하다

최근 들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의외로 통계를 가지고 계획을 짜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남들보다 그런 통계를 (말이 안 되지만) 감으로 좀 더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 편인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일은 또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회사를 다니며 디지털 마케팅 일을 할 때는 이러한 방식을 적용시켜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레퍼런스를 만들고 적용해볼 수 있었는데, 거리에 가게를 내고 불특정 다수를 손님으로 만나는 일은 정말 전혀 다른 일이었다.


우리끼리는 흔히 '그래도 1년은 해봐야지 뭘 알 수 있겠지'라고 자주 얘기하곤 했는데, 솔직히 그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 진짜 1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 정말 1년이 시간이 고스란히 필요하겠구나'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 갭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솔직히 비수기가 언제 정확히 찾아오는지 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형편이다. 겨울 들어 군산 시간여행자 거리는 확실히 비수기를 겪고 있다. 겨울이 되고 기온이 내려가고 해가 짧아지면서 확실하게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가고 있는데, 연초라는 특수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도 통계로 말하기엔 절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요즘은 주말에도 공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이러니 당최 매출을 예상할 수가 없다.


나보다 먼저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해왔던 주변 분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는데, 모든 것을 처음 겪는 나로서는 이것이 평균인지 최악의 상황인지 알 수가 없어 당황스러울 뿐이다. 겉으로는 계속 1년 간은 해봐야 알 수 있겠지 하지만 시간을 한 달, 일주일, 하루로 쪼개가며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오늘도 기다렸던 주말인데 어제와 오늘 이틀을 합친 매출이 평일 하루 보다도 못한 수준이라 솔직히 많이 놀랐다. 그 와중에 배탈까지 나서 골골한 탓에 기운마저 더 빠지는데, 이제 슬슬 입맛이 돌아오는 것 같으니 오늘 저녁엔 일부러 더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어야겠다. 길게 봐야지. 길게. 그래야 길게 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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