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페이보릿 군산의 엽서 맛집입니다.
설날 연휴 내내 많은 손님들로 인해 하얗게 불태웠다는 글을 쓴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하얗게 불태우다 못해 훨훨 산화되어 날아가는 일이 어제 생겼다.
지난 8월에 가게를 열고 난 뒤 그 달과 그다음 달이 여름 성수기라 뭣도 모르고 영업하던 때에 제일 많은 손님이 왔었는데, 그 기록이 어제 깨졌다. 어제 창업하고 나서 가장 많은 손님이 우리 가게를 찾았다. 피크 타임에는 정말 인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몰렸는데, 출입구가 한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들어오려는 사람과 나가려는 사람 그리고 가게 앞에서 들어오려는 사람들 뒤를 따르는 사람들까지 한꺼번에 몰렸을 땐, 동네 사람들이 오해하기 딱 좋은 그림이 펼쳐지기도 했다.
아, 이 오해에 대해 잠시만 이야기해보자면 골목의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우리 가게는 비교적 큰 실내 공간을 갖고 있기도 하고, 꼭 구매를 하지 않아도 구경을 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다 보니 확실히 상대적으로 입출입하는 분들은 더 많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가게 앞, 옆에서 입구를 바라보는 동네 분들은 우리 가게가 엄청 잘 되는 줄 아시는 것 같다. 실제로 저번에 공과금 고지서가 문 앞에 꽂혀 있었는데, 누가 뜯어보았는지 개봉되어 있더라. 전기세로 매출을 가늠해 보려고 하셨던 건가 싶고.
그럴 때마다 막 이렇게 얘기하고 싶어 진다.
'여기요, 저희 손님 대부분은 천 원짜리 엽서 한 두 장 사세요 ㅠㅠ'
'그 천 원짜리 엽서 한 장도 위탁 판매라 저희는 300원 번다고요. 그리고 카드수수료에 봉투 비용까지 하면 ㅠㅠ (오열)'
다시 어제로 돌아가, 어제는 정말 허리가 아플 정도로 서있었다. 손님이 한 번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끊이질 않았는데 그래서 오픈 이후 처음으로 손님이 있는 도중에 화장실에 갔다. 주말엔 혼자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점심은 못 먹고 화장실도 손님 없을 때 휘리릭 다녀와야 하는데, 어제는 정말 화장실 한 번 가기가 힘들 정도로 틈이 없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와, 정말 대박 났구나' 할 수도 있지만 본론은 지금부터다. 어제는 기록적인 수치들이 처음 나와서 일부러 숫자를 기록해 두었다. 이전 매출 최고 기록을 세웠던 날 주문 건수가 70건 정도였다. 매출도 최고 기록을 세웠었지만 70건도 처음 해 본 기록이었다. 그런데 어제는 무려 90건을 했다. 나도 속으로 '70건 넘을 수도 있겠다'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순식간에 80건을 넘어서 90건이 되어 있더라 (참고로 오늘은 일요일인데 32건을 했다. 그러니 90건이 얼마나 많은지;;;).
주문 건 수 외에 판매된 제품 수량도 확인할 수 있는데, 평소 160~70개 정도 판매하면 '와, 많이 팔았다' 싶은데, 어제는 무려 249개를 판매했다. 주문 건수나 판매 제품 개수나 어느 정도 늘어야 계속 기록을 깨는 맛이 있을 텐데, 한 번에 멀리 가도 너무 멀리 간 숫자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역대 최고 주문 건수와 최대 판매 개수를 기록했음에도 최대 매출은 기록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 많은 건수의 판매가 대부분 천 원짜리 엽서 한 두 장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눈물 ㅠㅠ). 참고로 우리 가게에 입점해 있는 한 분의 작가님 엽서는 어제 하루에만 (무려) 백장이 팔렸다. 다른 분들도 그동안의 기록을 (아마도) 갈아치웠고. 정말 어제 하루 엽서는 원 없이 팔았던 것 같다.
사실 엽서를 처음 팔기로 했을 때 조금 고민을 했었다. 실제로 작가님 중 한 분은 다른 곳에 위탁 판매했을 때 10장 세트로만 판매했었다고 얘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결국은 1장씩 낱장 판매가 가능한 구성으로 판매하게 되었고, 우리의 주 판매 품목은 자연스럽게 엽서가 되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바람) 중 하나는 최소 판매 단가가 4천 원만 되어도 좋겠다 하는 건데, 어제 포스트카드 페스티벌을 마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낱장 판매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하고. 물론 아직도 더 효율적인 판매 방법이나 가성비를 고민해 보고 있지만 (실제로 엽서 한 장만 판매하고 비닐봉지를 제공할 경우, 엽서 포장을 위해 제공하는 opp와 위탁 판매 수수료, 카드 수수료 등을 계산한다면 우울해질 때가 많다), 어찌 되었든 낱장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한 두장만 구매하고자 하는 손님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 (이렇게 무한 긍정으로 한 번 바라보았다).
누군가 우리 가게를 다녀가신 분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서 태그로 #엽서맛집 을 넣으셨던데. 그래, 각종 유명 맛집들이 자웅을 겨루는 군산에서 우리도 엽서 맛집으로 한 자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