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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Sep 23. 2020

84. 다시 고요해진 시간여행자 거리

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브런치에 조금씩 글을 써온 탓에 가끔씩 예전 글을 읽어볼 때가 있는데, 롤러코스터라고 부를 만큼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 매출의 등락도, 방문하는 손님들의 숫자도, 그에 따른 나의 감정 기복도 엄청나게 요동쳤더랬다. 그때에 비하면 어느 정도 가게 운영에 익숙해지고, 매장도 자리 잡으면서 여러 가지 기복은 다행히 줄어들었지만 코로나 19 이후 요즘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특히 추석을 며칠 앞둔 최근 평일 시간여행자 거리의 풍경은 2년 전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골목은 1시간 넘게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 때도 가끔 있고, 몇 시간 동안 드문드문 사람이 다니기는 하지만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은 없거나 들어와도 바로 나가는 손님들만 있는,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분위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매번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점 정도다. 


가게를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년 전에는 정말 멘탈을 부여잡는 것이 쉽지 않은 날들이 여럿 있었다. 하루 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가게를 혼자 지키고 있거나, 끝내 아무도 오지 않아 매출에 숫자 0을 기록 아닌 기록하는 날은 우울함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요 며칠 군산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그때는 어떻게든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라도 해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잘 아시다시피 여행을 오라고 독려하기 어려운 때라 이마저도 어렵다. 손님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인데 (물론 전자가 아주 조금 더 낫지만), 다시금 고요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든다.


몇 달 전에는 너무 바빠서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추가적인 일들을 전혀 하지 못해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이 딱 그런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좋을 시기이련만, 회사와는 다르게 혼자서 으쌰으샤해서 기운을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다음 주면 긴 추석 연휴인데, 역시 연휴 기간 방문을 독려하기도 안 하기도 어렵다. 다들 그렇겠지만, 그러면 차라리 가게 문을 닫고 어디라도 마음껏 놀러 가 휴식이라도 취하면 좋은데 그럴 수도 없으니 여러 가지로 답답하다. 결국 이 작은 가게 안에서 어떻게든 모든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한다. 는 생각으로 오늘도 뭐라도 해보려고 이렇게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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