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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Mar 22. 2019

37. 관광지라는 장단점

양날의 검 안 쓰려다가 더 뻔한 표현 장단점 써버림

언제가 얘기했던가. 처음 군산에서 가게를 하기로 정했을 때 관광지라는 점은 거의 인지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면 관광지라는 점을 모를 수가 없었겠지만, 당시 나는 아마 일단 서울만 아니면 어디든 상관없다 라는 넓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지역의 특성을 면밀히 고려하기보다는 아주 집약적이고 한정적인 조건만으로 선택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건물의 선호도나 가게 앞 거리의 풍경 말이다.


가게를 연지 6개월 정도가 되어 가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수기와 비수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경험하다 보니 확실히 군산이 관광지라는 걸 모를 수가 없더라. 관광지도 아주 상 관광지랄까. 관광지로서의 장단점이 너무도 뚜렷한 곳이 군산이다.


장점부터 말하자면 별다른 홍보 없이도 관광을 위해, 즉 다른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지나가는 길에 불특정 다수가 방문할 확률이 저절로 생긴다는 점이다. 가게를 오픈하고 소소하지만 SNS로 홍보도 하고 영화 관련 커뮤니티 등에 노출되기도 하지만, 우리 가게를 방문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산에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래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손님의 95% 이상은 군산을 방문한 일반 관광객이다. 나머지 5%가 일부러 찾아온 분들과 이미 방문한 경험이 있는 군산 분들일 것 같고.


별다른 자체적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성수기에는 손님이 저절로 많이 온다는 건 자영업자로서는 축복받은 일이다. 손님 한 명 가게 안으로 끌어들이기가, 더 나아가 그 손님의 지갑을 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고 나면, 큰 노력 없이도 많은 손님이 오가며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은 그냥 장점이라고만 표현하긴 미안할 정도다. 특히 우리 가게는 반드시 입장하면 무언가를 구매해야 하는 음식점이나 카페도 아니고, 가게 밖에 내놓은 매대가 주 판매처인 근처 작은 공방들과는 달리 매장 내의 크기가 제법 되기 때문에 일단 물건을 꼭 사지 않아도 입장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다. 그렇게 정확히 뭘 파는 가게인지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입장하거나, 평소 영화 굿즈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기 때문에, 방문하는 손님 대비 구매하는 확률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건 행복한 스트레스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단점이라면 저절로 손님이 모객 되는 성수기와는 달리 비수기에는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한적하다 못해 절망적인 시간들을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시간들을 견디기 위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보는 중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비수기의 적적함을 극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 골목골목의 가게들은 정확히 오픈하는 시간이나 문 닫는 시간, 그리고 영업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표기하지 않은 곳들이 많다. 왜냐하면 성수기 때와 비수기 때가 현격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꾸준히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 가게를 보기 힘든 건, 한 편으론 이 곳 사장님들의 노하우라 해야겠다. 놀면 뭐하나 싶은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는데, 정말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날을 며칠 가게를 지키고 있다 보면 차라리 맘 편히 놀며 충전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게 군산은 관광지로서의 장단점이 아주 뚜렷한 도시다. 특히 우리 가게가 위치한 월명동은 더 그렇다. 처음엔 성수기, 비성수기와 상관없이 관광지로서의 장점이 그리 와 닿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점점 그런 장점들을(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얻게 된) 갖고 있는 것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관광지라 겪는 단점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조금씩이라도 극복해볼 여지가 있는데, 관광지라 얻는 장점들을 100% 노력만으로 가능하겠나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가 될지, 영영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만약 2호점을 내게 된다면 그때는 처음부터 관광지를 생각해보지 않을까. 아, 그때쯤 되면 서울의 동네 동네는 점점 더 관광지 성격이 짙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서울도 후보가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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