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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an 21. 2021

98. 하루의 할당량

오늘은 모래시계가 빠른 속도로 소진

육체적으로 말고 정신적으로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업무의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아니 정해져 있다. 유난히 정신적으로 힘든 날들이 있는데, 감당할 수 있는 총량을 넘어버리면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아침 9시가 되기 전부터 '띠링'소리와 함께 온 컴플레인 톡은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었으나 막무가내에 가깝게 나오는 터라 결국 내가 덜 스트레스받기 위해 환불을 해주기로 마무리 졌는데, 이게 침대에서 막 나오며 시작된 일이었다. 그렇게 출근도 전에 몇 건 더 컴플레인 상담을 한 뒤 이미 절반 이상 에너지를 쏟고 나서 출근한 매장은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구경만 하고 안 사는 사람들의 연속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오늘은 이미 오전부터 심리적 에너지를 잔뜩 쏟아낸 터라 계속되는 매장에서의 힘 빠지는 순간들을 더 오래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와 이 가게를 지키기 위해 조금 일찍 문을 닫았다. 뭐 문을 닫고도 가게에서 한참이나 더 일을 해야 하지만, 그저 손님을 상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마무리된 것만 같다.


요새는 온라인 판매가 중심이 되면서 하루하루 CS도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점점 더 감당하기 어려워 짐을 느낀다. CS가 많아진 다는 것은 장사가 더 잘된다는 얘기이기도 할 텐데, 그것으로 다 상쇄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오늘도 조금 덜 벌더라도 조금 덜 스트레스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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