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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an 27. 2021

99. 누군가를 고용할 타이밍

오지 않기를 바랐던 그 타이밍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땐 늘 인력이 부족했었다. 야근은 계속됐고 기존 팀원들도 지쳐갔는데 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회사에 지속적으로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물리적으로 사람 하나가 더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바로 눈앞에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추가 인력의 능력보다는 당장의 일손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딱 100% 마음에 드는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고 이력서를 받은 이들 가운데 가장 나은 사람을 조금은 어쩔 수 없이 뽑게 된 경우는 결과적으로 더 큰 리소스를 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곤 했다. 물론 팀장이나 대표로서 누군가를 고용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면접 시 100% 마음에 드는 사람은 드물고 또 설령 100% 마음에 들었더라도 막상 함께 일을 해보면 면접 때 느꼈던 것과는 거리가 있어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 되는 일도 많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금 운영하는 이 작은 가게에도 드디어(파이널리) 누군가를 고용해야 할지도 모르는 순간이 곧 올 것만 같아 그랬다. 나는 지금까지도 어디 가서 마이페이보릿 대표로 불리거나 할 때 몹시 어색하다. 아직 규모가 작기도 하거니와 결정적으로 아직 아무도 고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대표로서 누군가를 고용해본 적도 없는데 이 고용이라는 것의 중요성은 왜 이리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고용하고 월급을 준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고만 싶었던 것이 직원 채용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일부러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제 직원을 뽑아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매출 규모나 서비스의 질, 업무의 양을 감안했을 때 파트타임이라도 한 명 정도가 더 있다면 훨씬 더 운영이 수월하겠다는 계산이 나오는 타이밍을 지나고 있다. 


시네마 스토어라는 영화 굿즈샵/편집샵의 특성상 아주 많은 부분이 가게 주인(나)의 성향과 장악력에 달려있다. 즉, 회사 일처럼 업무 분장을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력을 채용하고도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서 그저 알려주거나 전달하기만 한다면 그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그 직원에게도 별다른 비전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신경 안 쓰고 일부분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희박한 확률일 거다.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시작하면 의외로 잘 풀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누군가의 일(직업)을 나는 그저 '일단 뽑고 보자'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는 않아 계속 고민 중이다.


정말 조만간 채용공고를 올리는 날이 올까? 

올 것만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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