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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Feb 01. 2021

100. 우린 잘하고 있다

기분보다 기록이 말해준다

지긋지긋한 2020년이 드디어 끝나버려서인가. 기다렸던 2021년은 유난히 빨리 시간이 가는 것만 같다. 무언가 새로운 해를 시작한 기분이 아직 나질 않는데,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가 2월이다. 코로나 19는 확진자가 많아졌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점차적으로 줄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하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직까지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정도로 코로나 없던 같은 달 대비 매출은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새로운 아이템과 새로운 감각, 더 반짝이는 것들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검색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이 주된 일 중 하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매일매일 더 멋진 곳들 (멋진 이들)을 보며 자극을 받곤 한다. 그 자극은 좋은 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더 많은 경우는 일단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더 멋진 글을 읽고, 더 멋진 공간을 만나고, 더 멋지게 운영하는 회사와 경영자를 엿보고, 나를 훨씬 앞질러 나가는 것만 같은 가까운 이들을 볼 때면, 기운도 빠지고 다급함도 생긴다. 여전히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들이 많은데 어쩌다 보니 일 매출, 월 매출 등 숫자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며 하루를 문제없이 완료하는 것에 그치다 보니 매번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영화 '소울'을 보고 이런 스트레스는 조금 덜 신경 쓰게 됐다).


지난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그렇게 한 달에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달리다 보니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 결국 월요일 정기 휴일 외에 화요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하루 더 쉬기로 했다. 물론 쉬는 게 쉬는 게 되려면 택배 발송이 관건인데 일단 월요일과 화요일은 지연될 수도 있다는 공지를 해두었다. 이 공지대로 월, 화요일에는 택배 발송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쉬는 것이 목표이나 단숨에 그리 쉽게 사람이 일을 놔버릴 수는 없을 터. 그래도 최대한 월요일은 종일 포장을 하고 화요일은 가급적 온전히 쉬는 것으로 애써볼 작정이다. 


그렇게 주말 내내 밀린 택배를 포장하러 나온 월요일. 유독 주말 내내 주문이 많아 요 근래 가장 많은 양의 택배 포장을 하게 되었는데, 가게 안에 가득 쌓인 택배 상자들은 보니 절로 이런 말이 나왔다.


'우린 잘하고 있어'


이 어려운 시기에, 가게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도 있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직원 하나 없는 규모로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건 정말 잘하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아내와 서로 다독였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내가 100% 바라는 방향에서 조금 각도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완전히 궤도가 변경되지는 않았으니 가는 동안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것 자체가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 행운이라고 되뇌었다.


내일 오전부터 가게에서 인터뷰 촬영이 있는 덕에 오랜만에 가게 대청소를 시원하게 했다. 그동안 시간도, 쌓인 짐들을 놓은 공간도 부족해서 임시방편으로 정리해 두었던 것들을 모두 있어야 할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렇게 2월 한 달도 산뜻한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해본다.


오늘 뚝딱뚝딱 새로 단 액자 선반. 내 페이보릿 영화들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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