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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Jan 19. 2021

97. 연중무휴

말도 안 돼!!

자고로 아직 '워라벨'이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기도 전. 나는 진짜 가슴에 손을 얹고 한 점 부끄럼 없이 회사 일을 정말 열심히 했지만, 나보다 회사 일이 더 중요할 수는 없었다. 따지고 보면 나보다 더 중요한 회사 일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이걸 밖으로 소리 내어 내뱉는 순간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나는 경영진에게 그저 '쟤는 자기가 더 중요한 애잖아'라는 마이너스로 돌아올 뿐이었다 (그러니까 요즘같이 워라벨이 성행하는 시기에도 이걸 대놓고 들으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마세요). 내가 진짜 모든 일에 회사보다 내가 우선이라 회사 일을 등한시했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을 텐데, 정말 나를 제대로 못 챙겼을 정도로 (회사를 관두기 직전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일에만 몰두했는데도 언젠가 선언처럼 했던 말이 깊게 각인된 탓인지, 나는 그저 일보다는 자기가 더 중요한 사람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뭐 요즘은 워라벨이 가훈, 아니 사훈처럼 자연스러워진 세상이니까 조금 덜하려나.


이런 내가 요즘 고민이 참 많다.

우리 가게는 현재 월요일 하루만 쉬는 주 6일 근무환경이다. 공식적으로는. 그런데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자리 잡은 온라인 업무 탓에 딱 하루 쉬는 날인 월요일도 매장을 오픈하는 날과 거의 동일한, 아니 오히려 주말 밀린 택배 포장으로 하루 종일 다른 날보다 더 바쁜 날이 되어버렸다. 즉,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 7일 근무, 그러니까 연중무휴 쉬는 날 없이 일만 하는 회사(?)가 되어버렸다.


악착같이 돈을 벌거나 성공하겠다고 자영업에 뛰어든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좀 적당히 살고 싶다는 모토로 시작한 일인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하는 환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하루의 근무시간 총량은 보통보다 몇 시간 더 적기는 하지만, 매일 출근한다는 것 자체가 좀처럼 여유를 갖기 힘든 구조다.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어디를 놀러 갈 수도 없고, 별다른 외출 활동을 할 수 없다 보니 체감하는 면이 적다 뿐이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 삶에 언제부턴가 익숙해져버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더는 이러면 안 되겠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들었다. 이렇게 일하다 보면 당장은 좀 더 많은 매출도 올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조금 더 생길지 몰라도, 아마 더 빨리 지칠 거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요새는 거의 못 보고 (영화 굿즈샵 사장이 영화도 못 본다니 이거야 말로 의미 없는 장사다), 예전처럼 반짝반짝한 일들도 거의 못하고 있어 매번 남몰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 기회, 지금 타이밍이 아니면 못할 것 같아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지속해 왔는데, 조금 더 할 수 있을 때 미리 멈추는 것이 내 장점이다. 


지금 상태에서 하루나 이틀을 (진짜) 쉬려면 여러 가지 정리해야 할 일들이 고민이기는 하다. 매장에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할지도 모르고, 온라인 스토어는 당일 배송이 아니라 하루 정도 더 걸릴 수 있다는 공지나 이로 인한 CS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처럼 여유가 없는 삶은 더 이상 안 되겠다. 빨리 대책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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