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Mar 26. 2021

105. 하긴 그래, 쉬운 일이 아니었어

서점 입고가 더 어려울 줄이야


고대하던 책을 드디어 내고 나서 조금은 긴장이 풀렸던 탓일까.

분명 본래 목표는 책을 내는 것도 있지만 그 책을 내가 평소 좋아하던 여러 책방들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입점시키는 것이었는데도, 조금은 방심했었나 보다. 서점에 입점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요즘은 독립출판물의 경우도 일일이 개별적으로 납본하지 않고 일종의 유통사가 있어서 이 곳에서 일정 수수료를 갖고 여러 독립서점들과 대형 도서몰까지 대신 입점을 진행해주는 서비스가 있는데, 나는 일단 몇몇 점찍어 둔 곳들을 중심으로 일일이 개별 연락하기로 했다.


그렇게 독립 서점들을 리스트업하고 일일이 입고 문의 메일을 보냈는데, 일단 대부분은 답장이 아예 없고 (못 본 것인가 거절인 것인가) 가장 기대했던 곳 한 곳은 정중히 검토하겠다는 메일을 받았으나 사실상 거절인 걸 알아챘고, 다행히 다른 세 곳은 바로 입점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어디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쉽게 입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던 것 같다. 입점 자체에 실패할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했던 탓인지 그 단계는 뛰어넘고 다음 문제들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위탁으로 판매할까, 무조건 매입으로만 할까 등등). 그런데 바로 하루 만에 살짝 제동이 걸리고 나니 다시 한번 생각을 고쳐먹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다시 생각해보니 대형서점들도 아니고 작은 규모의 책방일 경우 더더욱 도서를 입고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이걸 모르고 넘어갔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규모의 독립 책방일 경우 더더욱 주인의 성격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즉, 아무 책이나 입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방 주인이 엄선하고 또 엄선한 책들만, 그것도 책방의 성격에 맞는 한에서 입고가 가능할 것이다. 공간의 크기는 정해져 있고, 무턱대로 전혀 다른 장르의 책을 받아서 팔 수도 없으며, 더 나아가 주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설령 엄청나게 잘 팔리는 책이라 하더라도) 입고시킬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취향으로 범벅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내가 미처 감안하지 못하고 그저 '입고는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다. 최종적으로 입고가 되고 안되고를 떠나서 내가 이걸 간과했다니, 실망이다.


계획했던 서점들에 입고시키는 일은 그렇게 조금은 속도를 줄이게 되었지만, 다행스러운 건 출간하고 이제 2~3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예상보다는 많은 직접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로 첫 출간 소식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나서 그 날 저녁에 딱 한 권만이라도 주문이 있었으면 좋겠다 (한 권도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건 너무 서운하니까)싶었는데, 다행히 그것보다는 많은 주문이 들어왔고 그다음 날도 제법 끊이지 않고 소소하게 책 주문이 들어왔다. 물론 아주 많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정말로 기대치가 낮았던 것에 비하자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적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소소한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끝까지 재미로 즐길 수 있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104. 책이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