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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pr 02. 2021

106. 소속되고 싶나 자네?

나는 소속되고싶은 걸까?

책을 내고 부지런히 평소 관심 있던 서점들에 입고 문의 메일을 보내는 중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예상과는 달리 모두 입점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거절당하는 (혹은 정말 메일을 못 봤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미련...) 일도 종종 생겨나면서 저자로서 또 독립 출판을 한 작은 출판사로서 아주 조금씩 내성이 생겨나는 중이기도 하다. 


그렇게 서점들을 SNS를 통해 검색하고 조사하다 보니 작은 서점들, 독립 책방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연대하고 함께 프로젝트들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의 작은 책방지기들이 만나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함께 작은 마켓을 열어 서로가 선택한 독립출판물들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생각보다는 작은 연대와 함께 하는 움직임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오랜만에 다시 떠올랐다.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걸까?'


영화 굿즈샵을 창업하기 전부터 같은 업종의 동료나 선배 창업자가 없다 보니 그나마 가장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독립 책방들에 동질감을 갖게 되었는데, 관심은 갖고 마음 한 켠에서는 동종업계라는 생각도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막상 따지고 보면 우리는 서점이나 책방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에 기재된 업종이나 업태로는 오히려 같다) 여기에 쉽사리 함께 하진 못했다. 마음 한 켠에서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영화 관련 굿즈를 생산하는 제작자 브랜드나 스튜디오들인데, 같은 업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고 실제로 많은 공감대를 공유하고는 있지만 여기도 결정적인 순간엔 우리는 제작자가 아니기 때문에 또 주저하게 될 때가 많다. 물론 다 나 혼자 만의 생각이지만.


처음 군산에서 창업을 했다고 했을 때 다들 '아니, 서울에 사시다가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창업을 할 생각을 하셨어요. 대단하세요'라고들 했다. 사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로 나는 '별로 대단하게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고가 있어서 지인들에게 도움도 받고 의지도 하면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업종의 특성상 혼자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터라 큰 영향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무 연고도 없는 군산에서 생전 처음, 그것도 생소한 가게를 창업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것 같다는 기분은 무언가 쓸쓸하긴 한 것 같다. 그에 따른 자유로움이 좋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함께 할 때 주저하게 되는 나를 보면 종종 쓸쓸하고 가끔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볼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책을 내면서 또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지만 책을 낸 저자라는 이유만으로 어쩌면 드디어 평범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가 생긴 것만 같아서. 


독립출판 저자 모임에서 불러 준다면 이제 주저 없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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