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쉬타카 Nov 11. 2021

나르코스 : 멕시코 시즌3

실패의 역사


나르코스 : 멕시코 (Narcos: México)

실패의 역사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던 '나르코스'도 따지고 보면 그랬다. 거대 마약 카르텔과 이를 막으려는 마약단속국(DEA)의 이야기는, 좁게 보면 하나의 에피소드에 따라 넓게 보면 하나의 시즌에 따라 카르텔 혹은 DEA가 승리한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정의와 불의, 경찰과 악당 등 어떤 입장에 중점을 두더라도 이 드라마의 감정은 언제나 메마르고 암울했었다. 매력적으로 묘사된 카르텔의 두목 에스코바르가 승승장구할 때는 물론,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던 에스코바르의 제국이 무너지고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을 때도 DEA 요원들에게서 승리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듯 전반적으로 암울한 무드는 '나르코스 : 멕시코'에 와서 더 짙어졌다. DEA 요원 키키의 이야기를 다뤘던 시즌에서 이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선과 악이 불분명한 세계 속에서 시청자가 드디어 100% 공감할 만한 정의로운 인물의 이야기가 등장했으나, 그 끝은 결국 비극이었고 이 드라마는 그 참혹한 현실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멕시코 시즌은 바로 이런 암울한 현실을 세상에 외치고자 하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멕시코 시즌 3은 새롭게 카르텔의 보스로 자리 잡게 되는 아마도, 이를 소탕하기 위해 다시 멕시코의 전선으로 뛰어든 DEA 요원 월트 브레슬린, 부패한 경찰로 우연한 기회에 여자들의 살인사건을 알게 되고 추적하게 되는 빅토르, 라보스의 기자 안드레아 누네스의 이야기로 요약된다. 이들은 각자 원하는 바는 달랐으나 모두 결국엔 실패와 좌절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실패는 처음부터 영원할 수 없었던 마지막이었기에 예상되었던 추락이었고, 어떤 실패는 무의미한 반복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으며, 어떤 실패는 잠시나마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꺾여버린 커다란 좌절과 죽음이었다.


나르코스 전체를 놓고 봐도 그렇고, 멕시코 시즌만을 두고 본다면 더 분명하게 실패의 역사에 관한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각자 가는 길과 속도는 달랐고, 어떤 길은 해피엔딩이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모두의 결과는 실패로 끝이 났다. 그 점에서 시즌 3의 직접적인 화자가 라보스의 기자 안드레아 누네스라는 건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실제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 설명하는 스토리텔러여서가 아니라, 이 모든 일을 겪고도 현재까지 바뀌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이런 실패의 역사를 겪고 또 알고 있으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거죠?'라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용한 희망 (Mai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