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이 기록하는 이들에 대한 찬사
웨스 앤더슨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2021)'는 잘 알려졌다시피 감독이 평소 사랑했던 잡지 '뉴요커'와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담긴 이야기다. 편집장의 죽음으로 인해 폐간하게 된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기자들과 어떤 기사들로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활자 예술을 영상 예술로 풀어낸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 권의 잡지를 영상으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한 권의 잡지, 한 편의 기사, 기사 속 한 줄의 문장이 나오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정제가 필요한지 새삼 생각해보게 만든다.
웨스 앤더슨이 대칭적 구도에 집착하는 이유는 곧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의 여러 요소 가운데 특히 미적 완성도에 지대한 공을 들이는 웨스 앤더슨의 작품들은, 반대로 이야기는 몹시 냉정하고 더 나아가 냉소적이며 쓸쓸한 감정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전작들과 비교하자면 쓸쓸한 감정이 남는 건 여전하지만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땐 왜인지 모를 슬픈 감정까지 느껴졌다),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아름다움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조금 더 활력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여전히 여러 종류의 잡지가 만들어지고 지속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올드미디어로 분류되고 존재 자체가 희미해져 가는 활자 매체의 현실을 떠올릴 때, 기자 그리고 잡지 만의 명확한 잣대를 가지고 타협하지 않으며 명맥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진심 어린 모습들은 그 자체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저 이상하고 독특하기만 하고, 아기자기 감각적인 세트와 구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프렌치 디스패치'는 캐릭터들이 더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유명한 배우들이 단역에 가깝게 등장과 퇴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등장 자체가 생각보다 큰 임팩트가 없었던 건 이제는 익숙해진 웨스 앤더슨 월드이기 때문이 아니라,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잡지 기사 속에 이야기로(활자로) 완전히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누구보다 인상 깊은 영상미를 보여주는 웨스 앤더슨의 영화였지만, 엔딩 크래딧이 올라갈 땐 책(잡지) 한 권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듯한 기분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쓸쓸하고 애잔한 기분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