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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22. 2021

만달로리안

완벽한 스타워즈의 가능성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 2019)

완벽한 스타워즈의 가능성


오랜 스타워즈 팬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원대한 바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이 좋은 스타워즈를 더 많은 이들이 봐주고,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나만 알고 있었음 하는 몇몇 페이보릿 영화들과는 달리,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이들은 (나를 포함해) 유독 아직 스타워즈를 잘 모르거나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더 좋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다. 사실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몹시 이기적인 것인데, 스타워즈의 인기와 인지도가 높아져야만 '내가' 좋아하는 스타워즈를 더 쉽고 많이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워즈의 팬덤이 확고한 북미지역과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스타워즈 관련한 아이템들이 작품의 릴리즈와 상관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반해, 국내는 관련 영화가 개봉할 때조차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점점 더 인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썼던 글처럼 츄바카를 모두가 바야바로 알고 있는 것도 한 가지 예다).


최근 10~20년 사이 스타워즈 팬들이 가장 부러웠던 건 더 말할 것도 없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다. 단순히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가 아니라, 광범위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다양한 플랫폼과 작품들로 그 세계관을 점점 더 디테일하게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팬들이 MCU를 보며 부러워했던 건 이 세계관이라는 구체적인 장점이 스타워즈엔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MCU 이전에 이미 세계관이라 불릴 만한 광범위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갖고 있었고, 또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팬들의 전유물로 남는 것에 그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일반적이라면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기 힘들 정도의 캐릭터와 이야기들까지 관련 작품으로 제작되고 있는 마블을 보고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 를 통해 (드디어) 보게 된 '만달로리안'을 보고 나서는 확신에 가까운 기대가 생겼다. '스타워즈'의 세계관도 이런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서는 동시에, 더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세계관에 종속된 성격의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새로운 관객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작품들은 관객들이(혹은 팬들이) 이미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쉽게 많은 이유나 전사들이 생략되어 있는 것은 물론, 가끔은 생략된 내용을 반드시 알아야만 100%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으로 해당 세계관을 처음 접하게 되는 관객들은 충분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그 작품 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반쪽짜리가 되기도 한다 (MCU의 경우는 그들 스스로 차근차근 쌓아나간 공도 있지만, 이제는 역으로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찾아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만달로리안' 역시 스타워즈 뉴비에게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 역시 팬들만 알고 있을 법한 생략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을 감동적인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달로리안'은 이전의 에피소드 영화를 제외한 스타워즈 관련 작품들과는 달리, 조심스럽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생략된 이야기들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100% 감상에 장애물이 되지 않으며, 이 시리즈 만으로도 충분한 100%의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로 인해 '만달로리안'으로 처음 스타워즈를 접하는 이들은 다른 스타워즈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팬들은 그 생략된 지점들로 인해 플러스알파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만달로리안'을 다 보고 난 뒤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역시 디즈니+ 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다큐에 담긴 여러 제작자들의 인터뷰와 대화들을 통해 왜 '만달로리안'이 다른 스타워즈들과는 달랐는지 알 수 있었다.


'만달로리안'은 놀랍게도 각 에피소드들 마다 다른 감독들이 연출을 맡고 있는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존 파브루의 지휘 아래 (마치 케빈 파이기가 MCU 전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드라마로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모두가 스타워즈의 팬이었던 감독들은 그저 팬심을 고백하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그 팬심을 (내가 스타워즈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니! 같은) 굳이 숨기거나 즐기는 것을 주저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런 팬심, 그러니까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를 본인이 왜 좋아했는지를 상기하며 원작에 대한 존중을 지키는 가운데 최대한 자유롭게 새로운 이야기를 연출해 냈다. 재미있는 건 이들이 영화 제작 전에 참고한 것은 이전의 스타워즈 영화들이 아니라 (그건 너무 잘 알고 있기도 하거니와)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며 참고했던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완벽한 서부극이며 또한 사무라이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만달로리안'의 감독들 역시 공통적으로 루카스가 영향을 받았던 작품들을 연출 전에 챙겨보도록 일종의 권유를 받았는데, 그런 노력들이 '만달로리안'을 새로우면서도 정통한 스타워즈 드라마를 완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 듯하다. 실제로 이 작품의 주인공 만도는 여러 면에서 서부극의 카우보이를 닮았으며, 단순한 이야기의 구조 역시 서부영화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스타워즈 정서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내적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보니, '만달로리안'은 팬들에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고 새로운 관객들에게는 '처음'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감독과 제작자, 작가, 배우들이 스타워즈라는 세계관 내에서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이들이 만드는 스타워즈 이야기라면, 아니 이들이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지속은 물론, 또 다른 새로운 스타워즈 이야기를 만들어주길 팬으로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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