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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31. 2021

122. 아디오스, 2021

여러 가지로 다행이었어

1년 내내 괴롭혀 온 코로나 때문일까. 아니면 크리스마스는 물론 연말에 1월 1일까지 계속 하루도 쉬지 않고 바쁘게 일하고 있어서 일까.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는 게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전혀 기분이 나질 않고. 2021이라는 숫자는 안타깝게 끝날 때까지도 결국 익숙해지지 못한 채 2022이라는 새로운 숫자와 만나게 됐다. 2022년이라니 너무 우주적인 숫자다. 그렇게 느껴질 만큼 너무 오래 살았나 싶고.


2021년 한 해를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마이페이보릿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기획했던 첫 책을 드디어 올해 초 독립출판으로 세상에 내보냈고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서 들뜨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 내용으로 짧은 웹드라마 제작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 한 편 마이페이보릿은 물론이고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 뻔한 위험한 일도 있었으나 정말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수 있어서 다행 또 다행이었다. 책 얘기가 나와서 덧붙이자면, 내년에는 에세이도 에세이지만 바이닐과 관련된 가이드북 하나를 기획하고 있고, 또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영화 관련한 기획도 몇 가지가 있다. 내년에는 너무 늦지 않게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이페이보릿으로 보자면 많은 분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찾아주신 덕분에 또 한 뼘 성장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가지로 불편하지만 매장은 꾸준히 찾아주시는 분들 덕에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고,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는 매달 단 번에 사그라질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기는 하지만 계속 성장해서 이제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택배 포장과 발송에 매달리게 됐다. 따지고 보니 너무 바쁜 삶에 지쳐 회사도 관두고 먼 군산으로 와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올 한 해는 하루도 못 쉬고 매일 출근했던 1년이었다. 물론 그건 고통이 아니라 다행이었고. 내년에는 정말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출근하지 않고 전혀 일하지 않는 날을 만들어 보고 싶은데, 과연 내가 그걸 견딜 수 있을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 그리고 지난 9월부터는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로 직원분도 채용했는데, 다행히 너무 잘 적응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원래 계획했던 대로 매장은 직원분께 조금 맡겨두고 나는 다른 새로운 일들을 해보려고 하는데 그 역시 잘 될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잘 되게 해야겠지). 몇 년째 꾸준히 우리를 다른 곳에서 소개할 수 있었던 광교 스트롤(STROL)은 올 한 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 함께 할 예정이고, 지난해 말부터 함께 해온 커뮤니티시네마의 금지옥엽 역시 계속 무언가 더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해볼 수 있을까 노력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으로서 마이페이보릿은 명확한 장단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예전에도 한 번 이야기했던 것처럼 적당히 하고자 한다면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 과연 2022년에는 서울 혹은 다른 곳에 새로운 매장을 내게 될지 (내야 할지) 고민이다. 작은 규모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하면 할수록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작게 하려면 커져야 한다니 이게 무슨! ㅎㅎ).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는 이제 완전한 매출의 중심이 되었지만 그럴수록 고민이 되기도 했다.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빠르게 바이닐 판매처로 슬쩍 자리 잡기는 했지만, 바이닐이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고민은 더해졌다. '마이페이보릿이 음반샵 만은 아닌데...' '바이닐만 판매하는 곳은 아닌데..' 이러다가는 정체성을 더 고민하기 전에 자본주의 순리에 따라 완전히 잠식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반면 '바이닐 판매를 초기처럼 최소화하고 시네마 스토어로서만 존재했다면 과연 성장, 아니 생존할 수 있었을까?' 하는 현실적 고민도 있었다. 정체성만 내세우다가 생존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의미가 없고, 생존에만 매달려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되어버리면 그건 결국 악영향을 끼치게 될 테고. 이건 아마 마이페이보릿을 운영하는 내내 끝까지 고민해야 할 지점일 거다. 그 사이에서 존재할지도 모를 모순의 균형점을 계속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게 바로 올 한 해 가장 많이 노력해온 일이기도 하다.


2022년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시점에서 변화의 폭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분기점이   같다. 마이페이보릿 시네마 스토어는 내년에 과연 어떻게 될까. 고만고만한 정도로 하고 싶은 마음은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까, 아니면   기회의 바람에 휩쓸려 도전 아닌 도전을 하게 될까.  다행스러웠던 2021년을 마무리하며 이런저런 고민들을 남겨본다.


2021년 한 해 마이페이보릿을 온/오프라인으로 찾아준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2022년에도 애정 어린 관심 부탁드려요 :)


(왠지 오메데토 엔딩이 떠오르는 마지막이구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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