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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Apr 19. 2023

141. 겁 없는 테스트

중간에 겁먹으면 안 돼!

가오픈하고 이제 일주일이 흘렀다.

애초에 서울에 매장을 내고자 했을 때 분명히 결심한 것이 있다. 군산 매장과는 다른 성격과 조건의 매장을 만들겠다는 것. 군산은 관광지여서 열에 아홉이 우연히 매장을 발견하고 방문, 그중 십중팔구가 그냥 나가는 구조다. 4년 넘게 하면서 그냥 나가는 손님들의 숫자도 조금씩 줄이고, 무엇보다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의 숫자를 늘리긴 했지만, 전반적인 경향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서울에 매장을 낸다면 과감하게 워킹게스트를 포기하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 위주의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 열에 아홉 반이 목적의식을 갖고 방문하고, 그중 십중팔구는 반드시 구매를 하는 구조. 하지만 전체적인 방문숫자는 관광지인 군산 매장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구조. 정확히 이런 구조를 예상했는데 이제 일주일 밖에 안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 예상은 완벽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사실 매출 측면으로 보자면 크게 아쉬울 것이 없고 (물론 상대적인 임대료를 생각한다면 분명 아쉬운 수준이다), 원하던 바(?)대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큰 규모의 매장 공간과 이전과는 다르게 아무도 없거나 손님이 한, 두 명인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 상황은 솔직히 조금 쫄리는(!) 상황이다. 방문하는 사람들은 많아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를 받았음에도 정작 구매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추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단, 방문하는 사람들이 10분의 1밖에는 안돼도 대부분이 구매하는 상황을 원했고 그렇게 됐는데, 여백의 시간과 공간이 갑자기 많아지다 보니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이런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할 때마다 유념하는 점이지만, 테스트를 할 땐 끝까지 같은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어려움을 돌파하는 것과는 별개로, 테스트를 목적으로 진행했다면 종료라고 생각될 때까지는 어떤 겁나는(?) 상황이라도 끝까지 조건을 유지해야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조건은 매장 바깥에 간판도 없고, 별다른 사인도 없어서 매장의 여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조금은 긴가민가 하며 출입구로 향하게 되는 조건이다. 홍보라고 해봤자 자체 인스타그램 채널로 공지한 것 밖에는 없고. 이런 조건 속에서 얼마나 방문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축적되면, 그다음 단계로 간판 등 외부 홍보물을 노출하고 다른 채널에 홍보하는 것들을 진행했을 때 효과를 좀 더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일주일. 매장을 신규 오픈하며 비용을 많이 끌어다 쓴 탓에 겁이 안 날래야 안 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겁 없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나중엔 이 초록색 문 위에 초록색 간판이 달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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