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1일 오후 3시!
지난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마이페이보릿을 운영하며 겪은 일들과 생각들을 엮어서 내려고 했던 내 두 번째 책의 제목(가제)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였다. 실제로 100%를 다 쏟아내지 않고 적당히 파도에 몸을 맡기며 운영해 왔다. 무엇보다 100%를 다하지 않았다는 건 '무슨 일이든 100% 전력을 다하면 해낼 수 있어!'라는 일종의 비장의 카드 같은 거였기 때문에 내겐 마음 한 켠 항상 믿는 구석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라는 제목으로 그 간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야겠다라고 결심했을 땐, '앞으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겠어'라는 예상이 점점 확신이 되던 때였다. 그래서 어쩌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 제목을 더 늦기 전에 사용해야겠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그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탓에 최근 몇 달 너무나도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결국 저 가제만 정한 두 번째 책은 아직 무편집 상태로 보류 중이다. 너무 과거의 이야기가 되기 전에 뚝딱 만들고 싶지만, 내 시간과 능력은 결코 뚝딱해낼 만한 것이 못된다.
마이페이보릿을 시작할 때 가장 큰 키워드 두 가지가 있었다면, 하나는 좋아하는 영화 였고 다른 하나는 바로 오프라인 공간이었다. 지난 몇 년간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을 시작했고 그 덕에 아직도 살아남긴 했지만 내가 처음 부터 원했던 건 눈으로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이었고, 그 자체로 무언가 내가 다 알지 못하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오프라인에는 있다고 믿었다. 완전 취향의 것들만 판매하는 마이페이보릿과 대중 관광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관광지인 군산은 어쩌면 정반대의 궁합일거다. 그런면에서 항상 나는 우리가 굉장히 잘하고 있고, 운이 좋다고 생각해 왔다. 정반대의 궁합을 가지고도 제법 잘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남들도 그렇고 스스로도 그렇고 더 궁합이 맞는, 아니 우리 가게를 더 사랑해줄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서울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건 일종의 숙원사업이었다. 군산 매장에 온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여기 뭐하는데야?'를 제외하면 '야, 여기 (영화 좋아하는)누구 오면 진짜 좋아하겠다'였다. 즉,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거의 오지 않았고, 우연히 군산을 관광 온 덜 좋아하거나 안좋아하는 분들이 대부분 방문했다는 얘기다. 군산은 서울에서 차로 2시간, 길면 2시간 반 정도로 아주 멀다고는 할 수 없으나, 심리적 거리가 아무래도 있었던 것 같다. 뭐 나도 서울 살 땐 군산이라는 도시가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어떤 도시인지 전혀 몰랐었으니까.
그렇게 언젠가 맞닥들일 수 밖에 없었던 마이페이보릿 서울 매장이 드디어 내일 오픈한다.
준비 과정 중에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몇몇 곡절은 아직도 진행중이지만 어쨋든 내일이면 가오픈이라는 이름하에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다.
사무실과 매장을 겸해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은 평수는 고려할 수가 없었고, 그렇다보니 마음에 드는 컨디션인 공간이 많지는 않았는데 정말 운명과도 같이 내가 서교동 살던 당시 살았던 반지하 방의 바로 옆옆(정말 도보 1분도 안되는 거리)건물의 넓은 지하층에 매장을 얻게 됐다. 이 동네를 본래도 너무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살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의 익숙한 건물에서 가게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래서 이 매물을 보자마자 끌렸고 방문하고 나서는 큰 고민없이 선택하게 됐다 (작은 고민아닌 작은 고민들은 많았다).
올해로 벌써 마이페이보릿을 시작한지 5년 차이지만, 서울에서 매장은 처음이라 손님이 얼마나 올지 전혀 예상이 안된다. 진심(진심!!)으로 너무 많이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모두가 여유있게 둘러 볼 수 있을 만큼 적당한 인원이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나)오픈런 하는 분들도 없으셨으면 좋겠고 (무섭다!).
오늘 밤은 잠이 올까?
처음 군산에 매장 낼 때보다 더 긴장되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