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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쉬타카 Dec 28. 2023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브래들리 쿠퍼가 재현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조각

© Netflix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MAESTRO, 2023)

브래들리 쿠퍼가 재현한 레너드 번스타인의 조각


레너드 번스타인이 누구인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도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미국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번스타인이 유명했던 건 천재적인 그의 음악적 재능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중들에게 가장 친숙한 클래식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을 알게 된 건 그가 참여한 뮤지컬 영화의 걸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West Side Story, 1961)'였다. 안무와 음악이 전부라 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 그의 이름은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이후 그가 영화음악가(?)가 아니라 클래식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더 유명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고는 놀랍기도, 더 흥미롭기도 했었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였기에 그동안 영화화가 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인데, 브래들리 쿠퍼가 번스타인을 연기하는 것은 물론 '스타 이즈 본'에 이어 연출까지 맡는다는 건 더 놀라운 소식이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인물들의 이름이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필립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콜세지와 스필버그는 이 작품에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두 거장이 자신들이 연출하고 싶었을 번스타인의 이야기를 브래들리 쿠퍼에게 맡겼다는 사실 만으로도 쿠퍼에겐 영광이자 부담이었을지 모르겠다. 


© Netflix


실존 인물을 영화화할 때, 특히 레너드 번스타인처럼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오랜 세월 활동하며 많은 이야기를 낳은 인물을 영화화할 때는 더욱, 그 인물의 어떤 시기를 어떤 비중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브래들리 쿠퍼의 '마에스트로'는 번스타인의 전기 영화라고 부르기엔 다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삶의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었고 특히 관객들이 더 흥미를 가질 만한 지휘나 작곡의 관한 에피소드들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뮤지컬 영화 음악을 맡은 에피소드들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거의 번스타인과 대등한 비중으로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 그의 아내 펠리시아를 담아낸다. 양성애자였던 번스타인의 성정체성과 그로 인해 펠리시아와 겪는 갈등과 화해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데, 아티스트로서 번스타인의 화려한 면면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다소 좁은 범위의 번스타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가 만족스러웠나 떠올려보면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나 연출에 있어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말할 수 있겠다. 보통 영화가 애매한 것은 연출의 탓으로 돌리기 쉬운데 이 영화의 아쉬운 부분들은 대부분 각본에서 기인한 면이 크고, 그 각본도 겸한 브래들리 쿠퍼에게 탓을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울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연출과 촬영으로 인해 압도되는 장면들이 많았다는 것이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이다. 첫 시퀀스부터 '와, 이래서 스콜세지와 스필버그가 쿠퍼에게 맡겼구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흑백 이미지와 구도, 카메라 워킹이 등장한다. 이후에도 여러 번 스콜세지나 스필버그의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장의 손길이 느껴지는 시퀀스들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아름답고 압도되는 여러 장면들 만으로도 '마에스트로'는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 Netflix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번스타인의 개인사에 더 집중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사곡을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후반부의 시퀀스 하나만으로도 왜 번스타인이 천재였는지 또 이를 연기하고 있는 브래들리 쿠퍼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단번에 알게 해 준다. 실제로 브래들리 쿠퍼는 이 장면을 위해 오랜 기간 지휘를 배우고 실제로 지휘하며 연주한 장면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는데, 이 장면이 주는 에너지가 너무 대단했던 탓인지 좀 더 이런 음악가로서의 면모와 공연 장면이 영화 속에 담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든다. 


결론적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이라는 세기의 아티스트의 관한 거대한 삶의 역경과 예술적 성취를 엿보기엔 다소 조각에 가까운 시선이었지만, 배우로서는 물론 감독으로서 브래들리 쿠퍼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기술적으로 수준 높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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