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다섯 개, 발가락 다섯 개
산후 조리원에 있다 보면 아이와 관련한 이런저런 정보들도 얻지만 정보 + 영업당하는 일들도 많은데, 오늘은 애기 손 모양과 발 모양을 본 떠서 조형물로 만드는 걸 구입하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거절은 마치 옵션에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문했다 ^^
하나를 처음 안아봤을 때 여러 가지가 놀라웠지만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가 손가락과 발가락이 쭉쭉 뻗어 있는 모습이었는데, 기념도 할 겸 조형물로 남겨도 좋겠다 싶었다 (손가락, 발가락 다섯 개씩 다 건강하게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 순간의 감정을 잊지 말자는 의미도 되겠고).
전화로 이거 주문할까 말까 묻는 아내의 말에 '그래 하고 싶으면 하자'라고 말하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왠지 중학교 수학여행 갔을 때 숙소로 찾아온 방문판매(?) 업자에 말에, 알고도 속고 그 분위기에 동요돼 그 전까지 평생 사본 적 없는 부모님께 드릴 건강식품이나 기념품을 사는 느낌인데? ㅎㅎㅎ' 하는.
아마도 내 아이의 유일한 순간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아니었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더 나아가 혹시 사더라도 이런저런 구매 조건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구입했을 것들. 말 그대로 분위기에 휩쓸린 점도 있고 어느 정도 휩쓸렸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평소 아이가 생기기 전부터 농담처럼 자주 했던 말이 '돈 벌려면 유아 용품 장사를 해야 돼'라는 말이 었는데,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기 것은 아끼고 참아도 아이의 것은 좋은 것만 해주고 싶어 하고, 또 남부럽지 않게 해주고 싶은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문득 '아, 벌써 시작된 건가?' 싶어 또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제 앞으로 아이 것을 살 일들이 계속 닥칠 텐데 과연 내걸 살 때처럼 평정심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들었다 (내 거 살 때를 생각하면 정말 고된 자기 합리화 과정을 거친다 ㅋ). 당장 유모차, 카시트, 아기 침대 등을 샀는데 솔직히 얘기해서 이것들에도 다 조금씩은 '과함'이 섞여 있는 듯하다. 아마도 나를 위해 사는 것이었다면 조금은 더 가성비나 더 많은 고민을 했을 텐데 ㅎㅎ
아... 앞으로 나 스스로가 걱정된다. 정신 바짝 차리고 꼭 필요한 것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가려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하나가 더 건강하게 웃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