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빠가 된 것보다 더 실감 나지 않는 것.

실감이 안 난다기 보다 선뜻 인정이 안된다

by 아쉬타카
IMG_5351.JPG 정말 잠 한 번 재우기 힘든 하나 ^^;


[하나. 34일]

하나를 낳고 나서 내 삶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단 예상했던 대로 그동안 온통 내 중심이던 삶은 거의 선택의 여지없이 아이가 중심이 되었고, 무엇보다 '아빠'라는 어색한 호칭을 갖게 되었다. 아빠가 되고 싶었고 마음에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내 스스로가 아직까지 아빠라는 게 정말 어색하고 병원에서 가끔 '아버님'이라고 부를 땐 나를 부르는 게 아닌 것처럼 아직도 잘 와 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아빠가 된 것 보다도 더 실감 나지 않는 일, 아니 그것보다는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건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우리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 이건 진짜 나 스스로를 아빠라고 부르는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어색하고, 솔직히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을 정도다. 내가 아이를 낳았으니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런 점을 잘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아직은 그냥 '엄마' '아빠', 아니 영원히 엄마, 아빠 일 것만 같았던 존재가 정신없는 사이에 벌써 할머니, 할아버지로 불릴 때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서럽기까지 하다.


IMG_5443.JPG 잠을 너무 안자서 잘 자는 사진만 올리나보다 ㅎ


며칠 전 하나를 보러 엄마랑 아빠가 올라오셨는데, 정말 좋아하셨다.

나는 하나를 보면서 '하나야, 할머니랑 할아버지 오셨네~'라고 해야 하는데 절대 그 말이 안 나오더라. 결국 가실 때까지 하나에게 한 번도 '할머니' '할어버지'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도 그렇지만 엄마랑 아빠도 본인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무래도 어색하신 것 같았다. 엄마도 하나를 안고 달랠 때 '할머니야~'라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나도, 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질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요즘은 기분이 참 묘했다. 슬픈 건 아닌데 서글프고, 행복한 순간인데 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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