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중엔 이 시간들을 분명 그리워하게 될꺼야
[하나. 147일]
하나를 낳고 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많은 일들을 현실로 직접 겪게 되었는데, 육아와 회사 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워 겪게 되는 문제에도 직면하게 되었다. 많은 부부들. 그중에서도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 중에서도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아이를 봐줄 상황이 되지 않는 경우, 이 작기만 한 아이를 어떻게, 누가 키울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는 없을 텐데, 나 역시 요 근래 이 일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일단 나에게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혹은 보육교사 분을 집으로 불러 맡기는 옵션은 아예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조차 않았었다. 물론 상황이 더 어려울 경우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하는 일들도 있겠지만, 나는 최대한 다른 상황을 조정하는 한이 있어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먼저 회사를 쉬고 있던 내가 결국 육아를 맡고, 아내가 회사를 복직하는 걸로 결정. 그동안 둘이서 하루 종일 나눠서 아이를 보다가, 오늘부터 8시간 넘게 나 홀로 독박 육아를 하게 되었다.
예상은 했다. 아내도 혼자 8시간 넘게 아이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터라 내가 아이를 그렇게 오랜 시간 홀로 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예상보다도 더 힘겨운 일일 거라는 것까지 예상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는데 아이를 보는 것 외에 다른 것들을 전혀 할 수 없다 보니 시간이 정말 안 갔다. 한참을 안고 있고 기저귀도 갈고, 놀아주기도 하고, 또 안고 있다가 힘들어서 '이 정도면 시간이 좀 되었겠지?'하고 시계를 보았다가 겨우 1시간이 조금 넘게 지났음을 확인하고는 너무 기가 차서(?) 나도 모르게 하하하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ㅎㅎ
요새는 안 그래도 낮잠을 잘 안 자서 둘이 같이 있을 때도 애를 먹곤 했는데, 역시 예상은 했지만 정말 안 자더라 ㅎㅎ 8시간 넘는 와중에 겨우 1시간 정도 잠들었던 것 같다. 그것도 애기띠 하고 있는 상태로 잠든 거라... (내 어깨는 결코 쉬지 못했다 ㅠㅠ).
그렇다 보니 남은 시간들을 거의 다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조금만 침대나 바운서에 내려놓으려고 하면 어찌나 중력센서가 발동해서 금세 울고 마는지, 어쩔 수 없이 또 안아줄 수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는데도 겨우 2~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아 또 하하하 하고 웃음을 ㅎㅎ
그렇게 몇 시간 동안을 하나를 안고 집 안 구석구석을 그저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보냈다. TV를 볼까 하다가도 별로 재밌는 것도 없거니와 아이가 벌써부터 TV에 집중하는 게 별로 안 좋기도 하다 보니, 그저 고요한 집 안을 계속 천천히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
그렇다 보니 하나한테 계속 말을 걸게 되는데 웃기는 건 왜 말로 걸지 않고 노래를 자꾸 만들어서 하게 되는지 ㅋㅋㅋ 이 정도 실력이면 프리스타일 랩을 해도 잘하겠다 싶을 정도로 멈추지 않는 생활 가사로 무장한 창작 곡들이 오늘 하루 동안에도 여러 곡 쏟아져 나왔다 ㅋ
정말 힘겨운 하루였지만 그래도 좋았던 건, 하루 종일 하나랑 둘만, 그것도 거의 안고 지내다 보니 하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게 되는 시간이 엄청 길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얼굴을 한참 보는 일은 많았지만, 오늘만큼 많이 바라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시간 가운데 적지 않은 시간은 하나도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는 시간이었고.
이 글을 쓰면서도 가장 믿기지 않는 동시에 솔직히 막막한 건,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라는 거다 ㅎㅎㅎ
앞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래도 나중에 하나가 컸을 때 이 시간들을 분명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확신으로,
내일도 힘을 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