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PM 이야기
입사 후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때 첫 출장이 잡혔다. 개인 출장은 아니고 팀 전체가 함께하는 출장이었는데, 학회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리는 North American Spine Society (NASS)라는 학회로 꽤 규모가 큰 학회였다. 따라서 내가 속한 Spine 마케팅 팀 전체가 출장에 함께 했다. 이뿐만 아니라 sales, clinical development, clinical affairs 등 많은 부서가 함께 참가했고, CEO도 학회에 방문 예정이었기에 1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던 학회였다.
이번 학회에서 마케팅팀의 역할은 PM별로 각자 담당하는 제품이나 파트너 회사들과 미팅, Key Opinion Leader (KOL) 미팅, 의료진을 통한 Voice of Customer (VOC)을 수집 등이었다. 이런 활동은 개별로 각각 진행을 하게 되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학회를 통해 동시에 다양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학회참가는 들어가는 비용대비 유/무형의 이익이 더 많은 중요한 출장이었다.
우리 회사의 PM이 하는 업무는 크게 Upstream & downstream 마케팅으로 나뉜다. 그리고 회사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우리는 NPI (New Product Introduction)이라고 부르는 신제품 론칭 프로젝트 하나를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완전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무는 upstream marketing 관련 업무이며, 특히 이 학회를 통해 내가 집중적으로 진행했던 업무는 market research와 makrt needs에 대한 파악이었다. 경쟁사의 제품을 조사하고, 학회 참석한 의료진들과 미팅을 통해 현재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회 프로그램 중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마켓에 대한 발표를 직접 듣고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등에 대한 업무 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학회출장은 많이 경험했지만, 미국에서의 학회 출장은 처음이었다. 무엇이 다를까 궁금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직접 경험을 해보니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 및 기업 부스의 레이아웃은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차이점으로는 기본적으로 시장자체가 큰 미국인만큼 부스에 참여하는 회사 수라던지, 부스 규모라던지 scale관련해서 미국이 훨씬 컸다. 그리고 보통 많은 학회에서는 Live Surgery를 프로그램에 편성해 두는데, 새로운 제품이나 술기를 실제 수술하는 과정을 통해 소개하는 자리이다. 이 부분에서 내가 놀랐던 것은 이 Live Surgery가 *cadaver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 달랐다. 특히 다양한 규제들이 있어 한국에서는 cadaver 학회장 내 반입 자체가 안되는데 미국은 학회장 한복판에 오픈된 공간에서 cadaver를 통해 Live Surgery를 하는 것을 보고 약간 섬뜩했다. 물론 완전하게 오픈된 공간은 아니지만 누구든지 그 장면을 볼 수 있기에 신기한 경험이었다.
*Cadaver: 연구를 위해 기증된 해부용 시신
약간의 TMI: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cadaver는 다양한 연구 및 실습에 사용이 되기 때문에 해당 수술에 필요한 신체 일부만 가지고 진행을 한다. 예를 들어 머리수술에 대한 시연 및 실습을 할 경우 몸통 없이 머리만 수술대 위에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커버로 덮여 있기 때문에 상상하는 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이번 학회의 또 다른 특징은 Spine 분야는 MIS (Minimally Invasive Surgery)와 robotic surgery가 대세라는 것이었다. 외과 분야에서는 복강경 수술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MIS가 자리를 잡았고 robotic surgery도 꽤 많이 진척이 된 상황이지만 Spine에서는 이제 서서히 시작이 되는 느낌이다. 많은 회사들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거나 출시 예정인 제품을 전시했다. J&J, Stryker, Medtronic 등 거대 회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관련된 새로운 제품 출시 및 전시를 했다.
또한, 학회장 한편에는 한국관이 꽤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그 공간에 부스를 설치하고 수술용 로봇 및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을 뽐내며 수많은 의료진의 관심을 끌었는데, 나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관 부스 쪽으로 가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을 티 내고 다녔다.
생각보다 개인시간은 많이 없어 시카고 다운타운 구경은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재밌게 업무도 하고, 나의 첫 시카고 출장은 잘 마무리되었다.
매년 1월 회사에서는 National Sales Meeting이 열리는데 이때 마케팅팀도 참여해서 신제품 소개 및 교육을 제공한다. 매년 새로운 도시에서 열리는데 내년에는 내 마음속 고향인 애틀랜타에서 열릴 예정이다. 휴가 좀 써서 먼저 가서 친구들하고 골프 좀 많이 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