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커리어 이야기
나는 지난 2022년 MBA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왔다. MBA를 온 목적은 이전 글에도 자주 다뤘지만, 취업을 위해서였다. 보통 MBA는 지역, 산업, 직군 중 변화를 주기 위해 MBA를 레버리지 삼아 오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셋 중 산업은 기존 그대로인 헬스케어 산업에 지역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변화를 주기 위한 목적이 제일 컸다. 직군은 Product Manager나 Product Marketing Manager를 원하긴 했지만 보통 세일즈와 마케팅은 비슷한 업무 스콥이고 같은 Commercial role이기 때문에 MBA가 아니더라도 어려움이 크지 않다.
나는 학생비자 (F-1) 신분으로 미국에 왔고 내가 공부했던 학교는 특정 세부전공 없이도 MBA 졸업하면 전 학생이 STEM전공으로 인정받아 일반적으로는 졸업 후 1년간 일을 할 수 있는 *OPT 비자가 주어지는 반면, **STEM 전공은 기존 1년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어 총 3년간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가 주어졌다.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 temporary employment authorization that allows F-1 students to work in their field of study for up to 12 months after completing their degree.
**The STEM OPT Extension is an additional 24-month work authorization available to F-1 students who earned a degree in a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or Mathematics) field.
이는 미국 취업에 있어 엄청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에게 OPT는 주어진 1년 간 경험을 쌓고 한국에 돌아가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H1B (워킹비자)를 지원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 비자는 매년 1회 (4월 1일) 추첨을 통해 선정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보통 미국은 졸업시기가 5월이고 6월부터 OPT 시작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다음 해 4월 1일에 H1B 비자 추첨까지 합법적으로 체류 및 일할 수 있는 비자가 필요하고 이 OPT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The H-1B visa is a non-immigrant visa that allows U.S. employers to temporarily hire foreign workers in specialized fields requiring theoretical or technical expertise.
하지만 H1B 비자에 뽑힐 확률은 일반적으로 25~30%로 보고 있는데 학사 졸업자는 65,000개의 슬롯이 있고, 석사 이상 졸업자도 이 슬롯을 가지고 추첨이 된다. 그 후 석사 이상 졸업자만을 대상으로 추가로 20,000개의 슬롯을 가지고 다시 추첨을 하기 때문에 학사 졸업자보다는 약간의 확률이 더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악용사례 등으로 인해 실제 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이렇게 쉽지 않은 H1B 비자 추첨 확률로 인해 1년만 일을 할 수 있는 OPT 비자가 있더라도 회사들에게는 많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그리고 채용을 꺼려한다. 비자 추첨에 떨어지면 직원은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TEM OPT가 있는 경우 이 H1B 추첨 과정을 총 세번 (사실 졸업 전 채용확정이 될 경우 어떤 회사들은 졸업 전에 4월 1일에 맞추어 H1B 추첨을 위해 서류 제출을 해주기도 한다. 이 경우 1번의 추가 기회가 더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보다는 훨씬 위험부담이 적고 사실 3년이면 굳이 비자 지원이 필요 없는 직원들도 많이 그만두기도 하는 시점인 만큼 채용의 기회가 조금은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예전에 면접을 봤던 회사 중 HR Screening 인터뷰에서 HR 담당자가 비자 스폰이 필요하냐 물어봤고 나는 필요하고 STEM OPT가 있기 때문에 3년간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했었다. STEM OPT냐 아니냐로도 비자 지원 대상에 포함될지 안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었다.
또는 내 주변의 경우를 들어볼 때 H1B 비자를 지원해주지 않은 회사였지만 STEM OPT를 통해 3년만 일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을 했음에도 취업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었다. 회사 입사 후 결국은 H1B 비자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하니, 무조건 들어가고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의 많은 학교들이 MBA가 STEM 프로그램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고, 이 결과에 따라 국제 학생들의 지원 수가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 학생들은 대부분 학생비자로 왔다가 OPT를 통해 취업을 하고 H1B를 받는 프로세스로 대부분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내가 MBA 입학 당시 세부전공으로 Business Analysis 관련 트랙을 전공해야 했는데 필수 과목들이 꽤 어렵고 까다로운 수업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입학하자마자 얼마 안되어 특정 트랙 전공 없이도 모두가 STEM으로 지정이 되어 누구든 STEM MBA로 졸업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