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PM 이야기
나는 헬스케어 회사에서, 그중에서도 메디컬 디바이스 분야에서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다. 메디컬 디바이스를 기준으로 PM은 주로 마케팅 직군에 속하고 크게 Upstream 업무와 Downstream 업무로 나뉜다.
Upstream 업무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시장 분석, 경쟁사 조사, 고객 니즈 파악 등의 제품 초기 단계의 업무를 주로 다루며, 제품 개발이라는 업무 특성상 R&D 부서와 많은 협업을 하게 된다.
Downstream 업무는 개발된 제품의 시장 프로모션, 판매 대상 설정, Go-to-Market (GTM) 전략 수립 및 제품 출시와 그 후 관리 등의 업무를 맡게 되는데, 이 업무들이 항상 명확히 나누어 진다기 보단 회사마다 업무 범위가 다르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PM이 Upstream과 Downstream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어떻게 하면 메디컬 디바이스 PM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PM으로 취업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PM으로 일하는 분들의 경력과 학력, 그리고 어떠한 특징과 공통점이 있는지 조사해보았다 (미국 기준). 분석 대상은 메디컬 디바이스 회사 중 규모가 크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회사 17개를 선정했으며 총 조사 인원은 50명이었다. 50명은 링크드인 프로필을 통해 랜덤으로 선정했다. 다만 샘플 수가 50명이기 때문에 이 자료를 통해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꽤나 유의미한 결과를 찾아볼 수 있었고, 이들이 가진 주요 공통점과 특징이 무엇인지 파악해 볼 수 있었다.
분석 결과:
- PM 직전 회사: 50명 중 43명은 PM 전에 헬스케어 관련 회사 근무 경험, 나머지 7명은 헬스케어 관련 회사 경험은 없지만 학부 전공이 Biomedical Eng. 혹은 MBA 졸업 후 PM으로 직무 변경.
- PM 직전 직군: 대부분 Marketing, Engineering, Sales.
- 학부 전공: Business와 Biomedical Eng. 전공자가 전체 60% 차지.
- 내부 이동: PM 직군으로의 내부 이동 사례는 4건으로, 이 중 2명은 Business, 다른 2명은 Biology를 전공. Business나 Biology는 PM 공고에서 요구하는 학부 전공에 자주 언급되는 전공들임.
*나의 경우 학부 Business 졸업 후 6년간 메디컬 디바이스 회사 Intuitive에서 Sales 직군으로 6년간 근무 후 미국 MBA 졸업. 그 후 다시 메디컬 디바이스회사에서 PM으로 취업.
내가 내린 결론:
- 분석 결과에 따르면 Business 또는 Engineering (특히, Biomedical Eng.)전공이 PM에 유리. 그 이유로 1)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거나, 2) 신제품 개발 시 R&D와 협업이 많아 기술적 지식이 중요하기 때문.
- 통계 슬라이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PM 이전 직군이 Marketing, Engineering, Sales가 아니더라도 모두 PM 업무와 연관된 직군들이었음. (e.g. Pricing, Clinical Affairs, Project Manager, Management Consultant).
따라서, 위 특징을 잘 이해하고 준비하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특징들은 수많은 루트 중 몇 가지 일 뿐이고 필수 조건은 아니기에 얼마든지 프로덕트 매니저가 될 수 있는 루트는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루트 중 몇 가지 옵션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째. MBA 활용. 내 경험을 비추어 볼 때나, 주변 케이스를 볼 때 MBA에서 Summer Internship을 통해 기존에 헬스케어 경험이 없거나, 관련 직군 경험이 없더라도 PM이나 마케팅 분야로 취업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또한 MBA에서 실제 회사와 컨설팅 프로젝트를 해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들이 있는데, 이때 헬스케어 관련한 프로젝트를 한다면 이 경험만으로도 헬스케어 회사에 취업할 때 도움이 꽤 많이 된다.
둘째. 헬스케어 산업으로 이직. 현재 헬스케어 산업에 있지 않다면, 기존 직군 경력을 살려 비슷한 직군으로 헬스케어 관련 회사에 이직을 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가 많고 업계에서만 사용되는 다양한 용어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빨리 공부하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PM은 수 많은 부서와 일을 하기 때문에 제품은 물론이고 업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를 통해 PM으로 이직을 준비 해 볼 수 있다.
셋째. PM 연관 부서로 내부 이동. 헬스케어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현재 업무가 PM과 크게 연관이 없다면, 현재 회사에서 PM들이 하는 주요 업무이나 같이 협업하는 부서들을 파악 후 그 부서 중 하나로 직무 이동을 고려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정도 경험을 쌓고, PM들과 잘 네트워킹을 통해 내부 이동으로 가는 방법이 있다.
위 세가지 옵션은 단순히 50명의 PM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옵션일 뿐,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PM으로 일을 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나도 한창 리쿠르팅을 하던 시기 PM 직군 면접을 보게 되면 듣던 피드백이 PM 경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경력과 장점을 이력서에 잘 녹여 내고 면접을 통해 잘 전달함으로서 PM으로 취업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