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PM 이야기
이제 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3달이 지났다. 보통 첫 3개월은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는 시기이고, 사람들로부터 ‘New Hire’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조직의 일원으로서 더 이상 모르는 것이 많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이는 내 생각일 뿐 여전히 동료들과 매니저는 내가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배려를 해준다. 그럼에도 큰 부담을 갖고 열심히 배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짧지만 지난 3개월 간 그래도 정말 많이 배우고 정말 많은 실무에 투입이 되었다. 특히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PM의 가장 주요 업무 중 하나인 New Product Development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첫 한 달은 매주 매니저와 weekly 1 on 1을 하면서 지난 한 주와 차주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면 둘째 달부터는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지고 점점 내가 해야 하는 업무들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자 bi-weekly 1 on 1으로 그 빈도수가 바뀌었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매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우리 회사에는 아시아인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유일하게 본건 그나마 같은 팀은 아니지만 같은 마케팅 부서에 중국인 친구가 한 명 있다. 회사 임직원 대부분이 전형적인 미국인, 그중에서도 백인의 비율이 거의 70-80% 정도로 구성이 되어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아시아인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큰 도시가 아닌 미국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좋아할 은퇴 후 살기 좋은 느낌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US News에서 발행한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더 놀랐던 것은 Virginia Beach가 Virginia주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말도 안 돼...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인종과 일을 해본 경험이 적은 것 같고, 그렇다면 나는 눈에 띄는 이방인인 셈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좋은 점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는데, 나의 행동이나 업무역량이 이들에게는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K-Culture가 미국 전역에 만연한 현시점에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편견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 조직에서 이것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였다.
첫째, 일을 잘하는 것. 둘째, 남들보다 성실할 것.
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미국인들과 일을 할 때 내가 많이 느끼는 것은 이 친구들은 말을 잘한다. 흔히 말하는 말발이 좋다. 이는 말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잘한다의 관점보다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 입장에서 이들의 말은 유독 더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미국에서, 그리고 다양한 인종과 서로 경쟁을 하고 사는 미국인들에게는 분명 장점이다. 왜냐하면 말을 잘한다는 것은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어에 있어 큰 불편함은 없다. 그럼에도 내가 과연 말발로 이들보다 설득력이 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이는 분명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내가 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다른 방법으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째, Reponsive
내가 같이 일하면서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들이 뭐냐 묻는다면 답장을 제때 하지 않거나 요청에 반응이 없는 경우이다. 그 답답함이 싫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매우 짜증 나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무언가 일에 대한 요청이던 부탁이던 받게 되면 최대한 빨리 반응을 해준다. 당장 답할 수 없는 부분이라도 언제까지 전달할 수 있는지 타임라인을 주고, 큰일이 없는 한 그 타임라인 안에 끝낸다. 혹시라도 오래 걸릴 것 같으면 미리 안내하고 수시로 진행상황을 업데이트해준다. 이를 통해 나와 일하는 사람들은 물어보지 않아도 업무 진행상항에 대해 알 수 있고 상황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부분은 실제로 내 매니저가 상당히 흡족해했고 잘하고 있다고 좋은 피드백을 주었다.
둘째, Understanding of the Healthcare Market
나는 헬스케어 업계에서 약 7년 정도 일을 하고 있고, MBA에서도 헬스케어 관련 프로그램에 초점을 둔 공부를 많이 했다. 이를 통해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많이 높일 수 있었고 이는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할 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우리 팀(Spine)에서는 각자 담당하는 제품에 대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전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많이 해보고 산업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Spine 분야는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매니저와 팀원들의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팀원 중 한 명은 입사 3달 차인 나에게 내가 제품 전략을 짤 때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접근했는지, 그리고 Slide를 어떻게 만드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었다.
셋째, Beyond expectatioin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 한 회사에서 6년간 일을 했을 때 돌이켜보면 이 부분을 내가 잘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처음 사회생활을 했던 회사에서 6년간 많이 성장하고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차장님 부장님들 눈엔 내가 여전히 신입 때의 모습으로 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했고 그로 인해 내가 어떻게 업무를 한들 완벽하지 않고 부족해 보일 것이라 혼자 단정해버렸던 적이 많았다. 따라서 매니저의 업무요청에 대해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만 정확히 전달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MBA를 하고 MBA 인턴십을 거치면서 나는 업무적으로 더 성장했지만 업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beyond expectation'이었다. 예를 들어 매니저의 업무요청을 받게 되면 예전처럼 요청받은 업무를 정확히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서 왜 이 업무를 시켰는지, 그리고 이 업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게 무엇이고 어디에 사용을 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업무를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수행할 수 있었고, 이는 매니저로 하여금 흡족한 업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위 세 가지는 일을 잘하기 위해 내가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고, 일 외에 내가 또 미국인들 사이에서 눈에 띄고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성실함'이다.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하다. 이 중에서 내가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것은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는 것이다. 회사의 공식적은 업무시간은 오전 8시 15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보통 8시 30분에 대다수가 출근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항상 내가 제일 먼저 출근하고 사무실 불을 켜고 있다. 보통은 7시 40-50분에 출근을 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7시 20분쯤 출근을 한다. 일찍 출근하니 좋은 점이 꽤 많다. 출입구와 가까운 주차공간은 매번 내 자리가 되고, 사람이 없는 시간에 꽤 집중이 잘되는 환경에서 많은 업무를 해결하고 있다.
여전히 아직은 부족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아직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