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시작된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애슐리림 입니다.
2007년 덴마크, 코펜하겐 유학 당시를 돌아봅니다.
시드니 대학교에서 건축 공부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교환학생 장학금을 탔어요. 돈이 없는 학생인지라 비싼 북유럽에서 1년 동안 ‘버틸 자금’을 만들기 위해서 2006년 1년 동안 학업을 쉬고 풀타임으로 건축회사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유럽에 그 많은 학교들 중에서 덴마크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어요. 호주 시드니로 이민 가서 처음 만든 친구이자 베프가 스웨덴 친구여서 북유럽이 사실 친근(?)하다고 느껴졌었고, 유럽에서 영어로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대학교는 영국 외에 많지 않아서 선택의 폭은 사실 좁았죠. 무엇보다, 디자인은 스칸디나비아! 북유럽에서도 덴마크가 단연 유명하고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도 덴마크 건축가, 외른 우트존 (Jorn Utzon)의 디자인으로, 그분이 건축을 공부한 학교이기도 했고요.
그 고마운 장학금과 1년 동안 모은 자금을 갖고 부푼 마음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고고!
1월 말에 도착한 코펜하겐의 첫인상은, 정말 긴 밤과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 시드니에서 삼천원이던 아보카도가 만원 돈이더라고요. ㅠㅠ 호주 물가보다 싼 건… 맥주 하나였습니다.
개학하기 전 살아남기 위해 처음으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습니다. 인구의 99.99% 가 이용하는 교통수단이었고, 무엇보다 대중교통은 비싸고 정말 불편했었거든요 (서울 같은 곳이 없습니다). 그렇게 20대 중반에 처음 배운 자전거 타기로 한 번은 브레이크를 제때 못 걸어 도로 한가운데에서 엎어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은 정말 좋아하는 자전거 타기가 되었지만요.
그때까지 어딜 가서도 적응 잘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아름다운 덴마크에서 교환학생으로 적응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겨울에 도착해서 우선 추운 날씨에, 매일 하루 종일 가랑비가 내리는 도시여서 항상 뼈까지 추웠고 우울했죠. 이때 깨달았죠! 이런 날씨 때문에 북유럽에서 자살률이 높다는 걸… ㅠㅠ
무엇보다 문화의 차이가 컸었어요. 호주는 따뜻한 날씨만큼 모르는 사람들 한테도 미소 짓고 가볍게나마 친한 척하는데, 덴마크 사람들은 굉장히 예의 바르고 친절하지만, 굉장히 내성적이고, 약간은 쌀쌀하고, 관계를 맷는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 문화라는 걸 배우게 되었죠. 이 관계가 풀리는 상황은 오직 술이 넘치는 학교 파티더라고요. 그래서 (그나마) 싼 맥주 참 많이 마셨었네요.
그렇게 맥주 마시면서 나름 많이 친해지고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덴마크 친구들이 한두 명 생겼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친구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술 깬 다음날엔 뭔가 친해지기 전과 같은 묘한 냉랭함이… 뭐지? 많이 헷갈리더라고요.
은근히 길어지네요... 다음에 이야기를 더 풀어볼게요… (떡밥투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