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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Feb 25. 2020

보스턴 생활팁 | 31시간 만에 받은 집 열쇠

험난했던 아파트 열쇠 받기

한국에서 무리 없이 온라인으로 집 계약 마치고, 계약금과 예치금까지 지불했는데 비행기 타기 바로 전 날아온 이메일, 그리고 계약일 오류.. 이게 무슨 일이야!


험난했던 아파트 열쇠 받기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뒤늦게 날아온 정식 계약서와 납의 위험성 공지


2020년 1월 1일 새벽 5시 반,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우리가 계약한 아파트 Leasing office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58페이지에 걸친 PDF가 첨부되어 있는 자료였는데 열어보니 납 페인트와 납 파이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및 정보전달 자료와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아파트 정식 계약서였어요.


'아니.. 이걸 왜 지금 보내는 거지?'

'이메일로 아파트 계약 얘기할 때, 계약금과 예치금을 보내기 전에 처리할 사항이 아닌가...?'

'혹시 우리 아파트도 납으로 된 페인트와 파이프로 지어진 집?'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어요. 그 와중에 고딩때 즐겨보던 만화 The Simpson's가 떠올랐어요. 심슨네가 핵폭발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가 납 페인트 덕이었다는 내용의 에피소드였는데 그때는 '이게 가능해?' 웃고 넘겼는데 결국 납 페인트 사용한 옛날 미국 집을 풍자한 내용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네요.

아래와 같은 내용의 자료였는데, 나중에 혹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들은 '알릴 내용을 다 알렸다'라고 발뺌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어요.

미국에서는 납을 사용한 집들이 많아 계약서에 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의 정보를 포함시켜요.

납의 위험성 등에 대한 공지 성격의 자료 6페이지, 임대인이 납의 위험성에 대해 고지했고 임차인이 위험성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명하는 페이지 1, 그리고 이어지는 50페이지의 전문 계약서.. 계약금을 보낼 때 작성했던 계약서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더 황당한 것은 이메일로 몇 번이나 확인을 하고 H도 몇 번을 직접 오피스 방문해서 확인했던 실입주일이 이 계약서에는 1월 2일로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0-


사실 우리가 집 계약을 할 때, Leasing office에서 집을 실입주일보다 20일 정도 미리 선점해주는 대신 14일분(2주 치)의 월세를 미리 지불하는 방법을 권했습니다. H가 우리 대신 집 상태를 확인하고 동영상 및 사진까지 다 찍어 보내준 후, 계약일은 12월 14일, 실입주일은 1월 1일로 이야기가 되었었죠.. 그때 1월 1일이 휴일이라 Leasing office 오픈 여부에 대해 이멜로 질문을 했었는데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연중무휴인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갔어요(미국에서는 불안하거나 잘 모르겠거나 확실하지 않으면 확실할 때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거 다시 한번 느낍니다).


보딩 30분 전, 급하게 메일을 작성했습니다. 일단, 이 중요한 자료를 이제 보낸 것은 유감이다라는 내용과 함께 계약일 오류를 언급하며 13시간 후에 미국에 도착하는데 그전까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요청했어요. 불안하게도 이륙할 때까지 아무 답장이 없더군요. 불안한 마음으로 캐리어 2개, 이민가방 2개를 끌고 아파트에 도착해보니 오피스 불은 꺼져 있고... 컨시어지에 상황 설명을 했더니 열쇠가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말하던 미국의 일처리 방식이 이런 거구나! 를 절실히 느끼며... 이래서 정착 서비스를...!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호텔비와 택시 이동비를 오피스에 청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파트 로비에서 호텔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결국 짝꿍과 통화한 H가 집에 초대를 해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덕분에 미슐렝 스타 레스토랑에서 먹을 법한 Chef H표 Rib-eye steak와 함께 H의 가족과 즐거운 추억도 남길 수 있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어요.


다음 날 아침 아파트 Leasing office에 가니 우리가 컨택했던 (계약직) 직원이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어요. 이 중요한 서류를 비행기 타기 직전에 보냈으니 우리가 컴플레인할 것을 대비하여 나름 준비를 했더군요. 원래 한국에서 집을 예약하느라 미리 지불했던 12월의 2주 치 월세를 제해주는 제안을 하더라구요 (덕분에 돈이 굳었어요). 얼굴 붉히지 않고 일이 잘 해결되어 정말 다행.. 정식 계약서를 직원과 함께 검토를 하니 모르는 것은 바로 질문할 수 있어 더 좋긴 했어요. 납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이 아파트는 납 페인트와 파이프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규율상 서류에 포함시켜야 한답니다.


재산 보험 선택 & 전기세 계정 지원서 작성


58장의 계약서를 일일이 읽고 거의 1시간 만에 완료하니 보험과 전기세를 지불하는 계정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것을 하는데도 거의 1시간이 소요됐어요. 아파트와 계약이 된 보험회사의 다양한 상품을 보고 각종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하는데도 생각해야 할 게 많더군요(머리 아프다...).

그 다음은 전기세... 보스턴이 있는 뉴잉글래드 지역의 주 에너지 공급자는 Eversource에요. 사이트에 접속해서 계정을 만들고 지원서를 작성한 후, 서비스 센터에 전화해서 지원서 완료 요청을 했어요(이걸 완료해야 account #를 받아서 계약서에 입력을 해야 열쇠를 받을 수 있다네요). 그러나 실제 완료 처리는 익일에 해주더군요. 미국의 흔한 일처리 속도....


미국 은행 계좌 개설, Certified check 발급하기


아파트 계약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미국 은행 계좌가 필요합니다. 계약금이나 월세를 현금이나 여행자수표로 거래하지 않고 Certified check(지불보증수표, 은행에서 발급)나 Money order(송금수표)로만 해요. Money order는 처음 들어보는 거였는데, 은행, 우체국이나 마트(Stop & shop, Starmarket 등)의 CS나 info desk에서 발급 가능하고 현금이나 신용/직불카드로 결제하면 돼요. 아파트와 계약을 한 이후 월세는 자동이체가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 은행 중 BoA(Bank of America)가 SSN (Social Security Number) 없이도, J2비자를 가진 Dependent도 계좌 개설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하여 근처에 있는 BoA에 방문했습니다. 날씨가 좋아 15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 지점으로 갔는데, 학기가 시작할 때라 사람이 너무 많아 예약을 하고 2시간 후에 다시 방문을 해야 했어요.

보스턴의 눈 오는 추운 겨울을 생각하고 왔는데 햇살이 내리쬐는 봄 같던 1/2의 보스턴 풍경

12시가 훌쩍 넘어 예약시간까지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둘러보니 세상에 '카페베네'가 있는 거예요!

미국에서 만난 반가운 카페베네

한국에서는 잘 가지 않는 곳이었지만 미국에서 만나니 너무나 반가운 카페베네 :)

베이글과 커피 한 잔 하는 여유


예약된 시간에 은행 방문해서 짝꿍과 각자의 은행 계좌를 개설, 한국에서 가져온 여행자수표를 입금처리, 그리고 아파트 월세로 지불할 지불보증수표를 발행하는 데에 2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직 SSN과 신용도가 없기 때문에 Savings account는 개설 못하고 Checking account만 개설할 수 있어요.  은행, 지점, 직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필요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여권

2. 운전면허증 or 신용카드

3. 미국 내 거주 주소

4. 한국 주소 (영문)

5. DS-2019(J 비자 소지자의 경우) / I-20 (학생비자의 경우)


부부인 경우 Joint account (계좌 하나에 직불카드 각자 명의로 2장 발급)로 개설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희는 각자 계좌 오픈하고 각자 명의의 직불카드를 신청했어요. 카드 발급까지 3~4일 정도 소요되는데 그동안에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수표도 챙겨줬습니다.


은행에서 계좌 개설하고 카드 사용 내역을 paperless가 아닌 우편물로 받는 것이 다음 일처리를 하는데 좋아요. 그 이유는 미국에서는 ID 발급을 할 때 실거주지 확인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필요한 것이 내 이름으로 된, 집으로 온 우편물이에요. 보스턴 도서관 ID, Mass ID/Real ID를 발급받을 때도 이 우편물이 필수랍니다. 특히 Dependent들은 우편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어서 은행 계좌를 본인 명의로 개설했다면 꼭 paperless에 uncheck을 하는 것을 추천해요.


열쇠 받기


일처리를 다하고 돌아오니 4시 반이 조금 넘었고, Eversource에서 계정 등록 완료를 해주지 않아서 난감해하고 있었어요. 시차 극복 안됐지, 하루 종일 돌아다니고 머리 쓴다고 지쳐 있었는데.. 한국이 그립더라구요.. 그런데 Leasing office 직원이 우리의 지친 표정을 보고 불쌍했는지 고맙게도 열쇠를 주더군요 ^^ 덕분에 오후 5시쯤 집 열쇠를 드디어 받을 수 있었습니다. 31시간 만에 받은 집 열쇠!!


집에 들어오니 발코니에서 보이는 석양이 멋져, 잠시 넋 놓고 봤네요.

앞에 보이는 흰 건물이 하버드 의과대학 건물들이에요. 옛날 핸드폰이라 화질이 영...>_<

미국 집들은 조명이 현관, 화장실, 부엌 정도만 있어서 첨에 도착하면 조명은 필수적으로 사야 해요. 특히 이 아파트는 부엌이 별도로 나뉘어 있어서 해가 지니 집이 너무나 어두웠어요. 다행히도 저는 한국에서 어피치 실리콘 조명을 갖고 와서 이 아이로 며칠 버텼답니다^^

31시간 만에 받은 집 열쇠와 어피치 조명

집 계약 처음부터 끝까지.. 정착 서비스를 신청했으면 겪어보질 못할 값진 경험들이었어요. 덕분에 다음에 집 계약을 할 때는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겠어요. 우여곡절 끝에 열쇠 받은 날 밤, 우리는 한국에서 핸드캐리 한 온수매트와 이불속에서 꿀잠을 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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