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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Feb 27. 2020

보스턴 일상 | COVID-19 사태를 겪으며...

한국만 문제일까?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요즘. 다 물어보는 질문은 "거기 상황은 어때?"


지난주 한국의 확진자가 늘면서부터 한국의 친구들은 "이 난리통에 나가 있어 너무 다행이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여기는 전시상황 같아", "사회가 마비되었다" 등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합니다. 또 혹 타지에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는지에 걱정을 하기도 하구요. 실제로 타지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이 힘들어한다는 소식들이 많이 들리기도 합니다.


어제부터는 유럽의 친구들도 연락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 때문에 스위스도 확진자 나왔다", "영국의 학교 30곳이 문을 닫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은 괜찮니?" 등등의 걱정과 안부를 묻는 연락들... 그리고 "먹을 것 집에 꼭 쟁여 놓으라"는 진심 어린 충고까지..


오늘 연락 온 일본에 사는 친구는 아베가 대규모 이벤트 취소 요청한다는 성명을 내 향후 2주간 국립극장의 공연이 취소됐다고 하네요.


여러 항공사의 한국행 비행 스케줄을 최소화, 한국인을 입국 금지시키는 등 한국인 입국자와 한국 방문에 대한 경계 강화,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판데믹을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WHO까지.. 두려움으로 가득한 상황...


아직까지 미국은 폭풍전야와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보스턴은 유학생의 천국이자 인종차별이 거의 없는 도시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큰 불편한 점은 없어요. 다만, 사람들을 대면하고 만나기 좀 꺼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게 되며, 일요일에 교회에 출석하는 대신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는 것.. 집콕 모드가 익숙해진 일상이에요.


사회 안정화를 위해 침묵 vs. 국민 알 권리를 위해 투명하게 오픈?!

2009년 신종플루 때 동생이 확진을 받아 함께 자가 격리했던 경험이 있고, 2015년 메르스 때는 초반부터 사망자 속출에 확진자 동선이 공유가 되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폭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당시 대중교통 이용에 두려움을 느껴 오랜 기간 묵힌 장롱면허를 탈출하고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했으니 말이에요.


이번에는 확진자 1이 등장할 때부터 모든 동선을 오픈하고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는 폐쇄, 소독을 하는 등 극강의 조치를 취했으며 뉴스에서 연일 보도했어요. 외식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은 "언론에서 너무 오버해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시민들은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고 마스크도 착용하며 조심하는 등 경각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하게 지난주부터 확진자가 급증을 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한국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는 없지만...


반대로 미국은 현재 정말 조용합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곳은 코로나보다는 독감이 더 주목을 받고 있었고, 짝꿍 말로는 1월부터 아파서 학교를 며칠 안 나온 사람들도 있고, 세미나에서도 기침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고 하네요. 우리끼리 '혹시 코로나 아냐?' 하면서 외출을 자제하고 조심하고 있지만, 언론이나 정부에서 코로나 검사를 독려하거나 경각심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보스턴 시에서도 2월 초에 우한에서 보스턴으로 온 확진자가 자가 격리를 했고 의료 당국에 자진 신고했다는 내용 외에는 별다른 공지를 하고 있지 않아요.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과 사회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서 정보를 오픈하지 않는 것.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실시간으로 정보를 오픈하고 국민의 경각심을 높였지만, 결국 사람들의 두려움이 극대화되어 사회가 얼어붙은 현실과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함으로써 두려움은 있지만 사회가 얼어붙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는 현실. 사실 이렇게 동시 비교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고 참 답을 쉽게 내릴 수 없는 난제.


COVID-19 정말 한국만 심각한 상황인가?

현재 이 시각 (2/26, 2020, 23:17 GMT) 전체 코로나 케이스는 81,406, 사망자 2,771, 완치자 30,370, 확진자는 중국이 78,073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대한민국이 1,261로 그 뒤를 잇습니다 (통계: Worldmeter-coronavirus).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현황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COVID-19 확진자 수치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는 중국에 이어 2번째.. 그러나 검사받은 사람의 수도 압도적으로 많아요. 대한민국은 5만 명이 넘은 사람 (53,553)이 검사를 받은데 반해, 미국은 445만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는 정말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의 수준은 정말 세계 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최선을 다해 부지런하게 진료를 보는 의료진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는 회사들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022622073787865), 그리고 조사대상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무료로 진행되는 검사...


미국의 경우, 아직 검사할 수 있는 믿을만한 키트의 부재 (Center for Infectious Desease Research and Policy 기사)와 비용 문제 (Forbes 기사) 검사가 쉽지 않은 듯합니다. Forbes에 따르면, 정확한 검사비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50~$1,500으로 예상하고 있다네요. 저 금액이면 저 같아도 검사 안 받으러 갈듯하네요... 오늘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을 찾아야 함을 강조하는 기사도 게재됐어요 (We Need a Cheap Way to Diagnose Coronavirus). 보스턴 시간으로 2월 26일 밤 10시 40분 CNN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New coronavirus case could be first instance of 'community spread' in US, CDC says). 기사의 영상에 보면, 하루에 천 명이상 검사를 받는 한국 케이스를 예로 들며 미국은 너무 보수적/제한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보도하고 있어요.


이렇게 보면, 미국에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쩌면 한국의 상황이 더 좋아 보이기도 하네요. 일단 증상이 있으면 손쉽게 검사라도 받고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COVID-19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요? 일단 가장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은 생활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는 것. 이미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그 속도를 더 가속화시키는 듯합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품절인 상품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버젓이 있는 현실, 재택근무를 장려하는 회사들의 증가,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톡이나 SNS로 이루어지는 대화들, 온라인으로 하는 종교생활, 외식이나 배달음식보다는 집밥 해 먹기, 유튜브 보면서 하는 홈트레이닝, 직접 하는 여행보다는 AR/VR장비를 이용한 방구석 여행...


이렇게 집안에서 하는 활동들을 몇 개월 하다 보면 이 생활에 익숙해져 사태가 잠잠해져도 나가지 않게 될까? 아니면 기다렸다는 듯이 외부활동이 더 늘어날까? 궁금하네요.



사실은 오늘 DMI (Design Management Institute)에서 하는 웹캐스트를 들으며 문득 '기술의 발달로 이렇게 집에서 편하게 웹 세미나도 할 수 있고 좋다" ->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때에는 더욱!!' -> '앞으로는 점점 직접 대면보다 온라인 활동이 많아지겠지?'라는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코로나 현황까지 알아보게 됐네요.


참 여러모로 불안한 때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서 잘 해결해 나가야 할 텐데 요즘은 서로 간의 불신, 헐뜯음으로 분열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하지 말고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고생하는 만큼 하루빨리 치료제가 나올 수 있도록 의료진과 연구진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게 급선무 아닐지...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자 수도 확진자 수도 늘어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치료제가 나와 또 한 번 세계에 대한민국의 능력을 보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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