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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Jan 13. 2021

새로운 환경에서 뉴 노멀의 삶으로 가득했던 2020년

2020년을 마무리하며...

2020년 1월 1일 보스턴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다.

그 1년 사이에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우리 생활 전반을 뒤흔들었다.

그로 인해 삶의 기반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가속화되었고,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와 서비스, 관광산업이 입은 타격은 실로 엄청났다. 기나긴 재택근무로 주거 공간에 대한 관점이 바뀌기도 했다.


2020년은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다. 늘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쫓기듯이 바쁜 삶을 살아왔는데, 조금은 여유를 갖고 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습관을 만드는 삶을 산 듯하다. 지난 1년의 삶을 돌아보며 기록을 남긴다.




삶의 흔적, 생각의 흔적 남기기

미국에 올 때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미국 가서 무엇을 할 것이냐"였다. 한국에서는 하던 일도 많았고 바쁘게 살았는데, 그 모든 것을 일시 중단한 상태로 갑작스럽게 3개월 만에 미국행을 하게 됐으니 다들 걱정이 되었나 보다.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증 (work permit)을 받으면 그래도 '어딘가라도 내가 일할 곳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생각보다 허가증도 빨리 나와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미국 고용시장은 좋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 어딘가에 직장을 잡기보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에 집중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중 하나는 나의 삶의 흔적과 생각의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2020년에는 거의 매일 학술 논문, 잡지 칼럼, 그리고 블로그와 브런치에 다양한 종류의 글을 작성하며 시간을 보냈다.  


연구자로서의 초석 다지기

2020년 나는 갇힌 목표를 설정하는 대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학자로서의 나의 가능성, 나의 적성을 시험해보고 살펴보기로 했다. 이 경험을 통해 학자로서의 자세, 마음가짐에 대해 느끼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현업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직장생활, 사업, 강의를 병행했다. 그렇기에 학자로서의 시각보다는 실무자의 시선으로 생각하고 글을 작성하는 것이 더 편했다. 2019년 여름에 투고한 소논문에 대한 평가 중 하나가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학술 논문이라기보다는 white paper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학술 논문은 하나의 문제를 깊이 파고들며 작성해야 하고, 명확하지 않은 내용을 넘겨짚듯이 작성하면 안 된다. 문장 하나하나를 쓸 때도 reference를 달면서 작성해야 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학위 논문을 쓸 때도 그랬는데, 학술 논문을 작성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연습을 해보고 노하우를 터득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탈락의 두려움을 버텨내며 논문을 읽고 공부하고 투고한 학술 논문을 수차례 수정하며 매 고비마다 버틴 결과 Journal of Product and Brand management에 드디어 출판하게 됐다.

Journal of Product and Brand Management에 게재된 논문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학술 논문은 데이터가 있고 시간만 있으면 후딱 쓸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학술 논문을 투고하기 위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을 때는 글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게 느껴져서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게 아깝다',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지도교수님으로부터 1차 코멘트를 받고 나면 거의 일주일 정도 들여다보기도 싫을 정도로 우울하고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빨간펜 선생님...). 리뷰어들에게 평가서를 받고 나서도 비슷한 느낌. 내가 공들여한 일에 누군가의 비판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나는 비판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우쭈쭈 해주면 더 힘을 내서 하는 스타일이지만, 비판을 받으면 움츠러들고 다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성향이랄까? 그래서 코멘트나 평가서를 받으면 처음에는 부들부들 떨리고,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눈물이 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비판을 건설적으로 수용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학자의 길은 언제나 서로 건설적인 비판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학술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그런 정신을 배우고 익히는 훈련이라는 생각을 했다. 리뷰어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고 노력을 들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금전적인 보상이 없다) 참여를 하고 조언해주는 것을 보면 감사함과 감동이 밀려온다. 현업에 비해서는 프로세스가 너무 더디어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학계의 이런 노력에 후대 세대들에게 전달되는 신뢰할 수 있는 기록물이 만들어지고 학문적인 발전이 지속된다는 생각을 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한 단계씩 밟아가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였고, 나도 학계에서 미약하나마 학술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다짐했다. 이에 2020년 9월부터는 영국에서 2022년 출판 예정인 '관광경영& 마케팅' 백과사전에 '브랜드 이미지', '케이스 스터디', '한류 관광', '질적 연구 데이터 소스'에 대한 개념과 관광분야에서의 연구 비교, 나아갈 방향 제시에 대한 정리하는 entry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칼럼니스트로 활동

호텔업계에서 호텔 로비 및 세일즈 & 마케팅, 홍보, 경영기획 부서에 꼭 비치되어 있는 잡지인 '호텔 앤 레스토랑'에 10월부터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재작년 지인을 통해 오퍼가 들어왔었는데, 그때는 물리적인 시간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어 도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 있는 것이라고.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다 보니 현업 전문가와 대중에게 흥미로운 브랜드 스토리를 전하는 동시에 나의 콘텐츠를 만들어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몇 년 동안 매주 신문에 디자인 칼럼을 기고하셨던 아버지를 봐왔기에, 매월 소재를 찾아 글을 작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에 망설였으나, 내 관심분야의 정보를 그냥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료 수집하고 분석하며 내 생각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온라인 위주의 세상에서 오프라인으로 잡지책을 발간한다는 것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매월 2권씩 집으로 배송을 해주는데, 나는 미국에 있으니 안타깝게도 받아보지는 못한다. 그래도 부모님이 대신 받아보시고 피드백을 해주시니 그것도 좋고 뭔가 가시적인 성과물이 실물(잡지책)로 있으니 더 뿌듯하다.


10월 '호텔 브랜딩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11월 '아웃 도어 부티크 호텔 '오토캠프(AutoCamp)'', 12월 '매 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경험을 풍부하게, '아이스호텔(ICEHOTEL)''. 그리고 2021년 1월 '직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코-크리에이션'까지 4개의 주제에 대해 작성했다.

2020.10-2021.1월 칼럼

칼럼은 확실히 학술 논문에 비해서는 작성하는 것 자체는 수월하지만,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주제 선정, 그리고 전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작성하는 칼럼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 또한 그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원고를 발송하고 나면 그다음 원고에 대한 주제 물색을 하고 자료를 모으면서 어떻게 작성할지 구상을 하면 '이제 쓰는 일만 남았다'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부터 또 시작이다.


막상 글을 작성하기 시작하다 보면 생각대로 글이 안 풀리고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1차 작성한 후 리뷰어인 짝꿍에게 검토를 받을 때는 또 살 떨리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짝꿍의 반응을 보면 '이번 것은 나름 괜찮네?', '전면 수정해야겠네'하는 생각을 할 수 있으니 꼭 거쳐야 하는 관문. 매회가 거듭되면서 조금 더 흥미 있는 정보를 양질의 질로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작성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작성한 칼럼을 브런치에 올리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재밌고,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지인들에게 받는 연락도 참 반가운 일이다.


블로그 및 브런치에 글쓰기

거의 방치해 놓은 상태로 있던 2017년부터 오픈한 블로그와 2019년부터 오픈한 브런치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원래는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작성할 목적으로 오픈했던 브런치지만, 다시 시작하면서는 나의 일상, 생각을 조금은 자유롭게 비형식적으로 기록해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2020년 1월에 얼떨결에 작성한 브런치의 '보스턴에서 집 구하기'가 브런치 메인글에 올라 12시간 만에 조회수 2,000을 돌파하면서 보스턴 생활기에 대한 글을 약간은 두서없이 보스턴의 생활 팁 위주로 작성했는데 예상치 못한 주제에서 조회수가 나오기 시작.

브런치 메인에 올라갔던 '보스턴에서 집 구하기'


글을 쓰다 보니 나는 에세이보다는 브랜드에 관한 정보 전달성 글을 작성하는 것이 조금은 더 편하게 느껴졌다. 블로그랑 병행하면서 둘을 어떻게 균형 있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보고 내린 결론은, 블로그는 꾸미는 재미도 있고 글도 더 자유형식으로 작성할 수 있는 데 비해 브런치는 뭔가 일관된 주제로 조금은 더 정돈되게 작성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끄적대며 올리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도...


11월에는 블로그에 대충 작성한 요코하마의 피노키오 빵집에 대해 작성한 글이 네이버 디자인 섹션의 메인에 오르면서 조회수가 폭발하고 이웃 수도 증가했다. 이 빵집의 브랜드 스토리는 조금 더 정리해서 브런치에도 소개할 예정이었는데 결국 해를 넘겨버렸네.

네이버 메인에 올랐던 '발걸음 붙잡는 빵집 디자인, 피노키오'


재미있는 것은 기사나 자료를 읽다가 브랜드와 관련하여 문득 든 생각을 블로그에 대충 적어놔야지 하고 끄적거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이 있게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 이거는 브런치에 올리는 게 맞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도 둘 간의 균형 있는 운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어찌어찌 나의 일상과 생각의 흔적 남기기는 계속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보스턴에 와서는 3월부터 그야말로 집콕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전혀 었다. 한국은 그래도 외식도 가능하고 재택 하는 회사들보다는 출퇴근을 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반해 미국은 3월부터 학교, 회사 모두 재택근무 중이다. 그러다 보니 까딱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 그래도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기회가 되는대로 온라인으로 하는 모임이나 웨비나에 참석하려는 노력을 했다.


한국의 마케터들과의 Zoom 모임

한국에서 격주로 토요일 오전 10시에 오프라인으로 모였던 마케터의 모임 '이름 없는 스터디'를 미국에 오면서 더 이상 할 수 없음에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을 자제하고 Zoom을 통한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하게 되어 멀리서도 참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미국 시간으로는 황금시간인 금요일 저녁에 3~4시간 진행이 되는 거였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꼭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2020년에만 발제를 2번 하게 되어 Zoom을 통한 온라인 발제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프라인 강의 경력은 한 4년 되다 보니 그래도 할만했는데, 온라인으로는 처음 하는 거라 첫 발제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고 진땀 나서 혼났다. 그나마 두 번째는 조금이나마 익숙해져서인지 그래도 조금은 나았다.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끼리 그룹별로 토론을 하고 발표를 하는 토론식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제 모든 대학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토론식 수업은 못하겠구나 싶었는데, 마케터 모임에서 Zoom을 통해 그룹별 토론하는 것을 경험하며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오프라인 토론 수업보다는 여러모로 제약이 있겠지만, 그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가는 거지...

마케터 모임 줌 스터디

미국의 전문가들의 세미나 참석

미국의 여러 기관에서도 코로나 시대에 맞게 온라인으로 다양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보스턴 공공 도서관에서는 도서관에서 진행하던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온라인 과정으로 개설했고, Hospitality design과 Design Management Institute에서도 여러 브랜드 오너 및 임원진들의 특강을 온라인 세미나로 진행했다. 이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심심하지 않게 보냈음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심사나 생각,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건강한 습관 만들기

한국에서 야행성으로 살던 내가 미국에서는 아침형 인간으로 탈바꿈했다. 내 스케줄을 내가 관리하는 것이다 보니 게을려지려고 하면 한없이 게을러지고 하루를 아무 소득 없이 보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아침 루틴을 만들어서 나 스스로와 지키려고 노력했다. 집콕을 한 이유도 있지만, 한국에서 늘 달고 살던 감기를 이 곳에 와서는 한 번도 앓지 않았다.


아침 일과 루틴 만들기

초반에 시차 적응이 안 되었을 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인 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아침 일과 루틴은 일어나서 성경공부로 하루를 시작하고 홈트레이닝으로 간단한 운동을 하고 관련 뉴스를 보는 것으로 했다. 8월부터는 보스턴에서의 삶을 집콕만 하고 있기 아까워 동네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2km를, 그다음엔 5km를 걷다가 나중에는 10~12km까지 걸었다. 1시간~2시간 정도 동네 산책을 하며 BBC world, Biz talk, Bloomberg 등의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멋진 풍경도 사진에 남겼다. 보스턴의 변하는 계절도 느끼고 명소들을 알아가며 도시 브랜딩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를 알아가는 좋은 기회였다.

8월부터 12월까지 아침운동 기록 엄선한 컬렉션


건강한 집밥 해먹기

한국에서는 주말부부를 했기에 주중에는 거의 대부분을 외식/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일주일에 5일 점심, 저녁 다 약속 있는 날도 허다했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외식을 한 횟수가 딱 6번. 1월에 도착해서 우여곡절 끝에 집 열쇠를 받기 위해 은행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1번, 하루 종일 일처리를 하고 집 열쇠를 겨우 받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 먹으러 1번, 세간살이 장만한다고 장 보러 코스트코랑 한인마트 돌아다닌 날 1번, 하버드 메디컬 스쿨 카페테리아에서 짝꿍이랑 점심 2번, 그리고 내 생일 기념한다고 1번... 그 이후 코로나 터져서 강제 집밥 생활 시작.


미국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우버 이츠(ubereats)나 그랩 허브(grabhub)등을 통해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음식점의 주방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그냥 번거롭더라도 집밥을 해 먹기로 했다.


짝꿍은 미각이 발달한 사람이라 음식을 한 입 먹으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를 다 파악한다. 예를 들면 그냥 설탕인지 뉴슈가가 들어갔는지까지도 알아채는 수준이다 -0- 그런 짝꿍과 요리를 함께 하다 보니 나도 덩달아 요리 실력이 늘었다. 그리고 무언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예전엔 '어디 가서 먹을까?'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해 먹자'로 바뀌었다. 한국의 맛집에서 먹었던 생각나는 메뉴들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꼭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도 확실히 미국 음식은 너무 짜고 맛이 없어서 미국 살면 요리 실력이 는다고 하긴 하더라.



보스턴에서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다들 집콕으로 힘들어가고 괴로워하던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하며 살았다. 살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삶을 즐긴 적이 있던가 싶다. 이전에는 무언가 지속적인 아웃풋을 내기 위해 달리기를 해왔다 하면 2020년 한 해 동안은 한 숨 돌리며 정신적인 풍요와 지적인 채움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짝꿍과 매일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차이를 인지하는 시간은 매우 값졌다. 문과생인 나와 이과생이자 공학도인 짝꿍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등이 참 다르다. 순간의 판단력과 실행력이 좋은 나에 비해 짝꿍은 심사숙고하고 돌다리를 여러 번 두들기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다 해본 다음에 움직이는 사람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하기에 그 관점의 차이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미국에 와서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또 짝꿍의 행동들을 살피며 나의 사고의 폭과 관점의 깊이가 확장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과거의 내 모습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됐다. 역시 사람이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야 이런 게 가능하지 싶다.


유학생이 많은 도시인 보스턴은 코로나로 인해 자국으로 돌아간 사람이 많다. 덕분에 전반적으로 월세가 20-25%정도 낮아졌고, 이에 우리도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며 2021년을 시작했다. 서북향의 하버드 의과대학이 보이던 뷰에서 동남향의 멀리 대서양이 보이는 뷰로...일출을 보며 올 한 해도 순간순간을 즐기며 의미있게 살아보자고 다짐해본다.

집에서 본 일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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