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의 명물, Make Way for Ducklings statue
보스턴의 중심에는 동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아름다운 조경의 공원이 있다. 원래는 습지였던 곳을 1837년에 미국 최초의 공립 식물원으로 재탄생시킨 곳. 이 곳에 방문할 때마다 복잡한 세상과 분리된 몽환적인 상상의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느껴 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1634년에 조성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보스턴 코먼(Boston Common)의 서쪽에 인접한 공공 정원의 뜻을 가진 보스턴 퍼블릭 가든이다.
보스턴 코먼과 보스턴 퍼블릭 가든은 조경과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둘 다 아주 매력적인 공원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이 두 공원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보스턴 퍼블릭 가든의 오리 동상 (Make Way for Ducklings statue)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동상은 1941년의 동화 Make Ways for Duckling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Mallard" 가족의 동상이다. 스토리와 보는 재미는 물론 살아있는 홍보물 및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보스턴의 명물 중 하나이다.
Make way for ducklings 동화
미국의 동화작가인 로버트 맥클로스키 (Robert McCloskey)의 1941년 작품으로 칼데콧 상(Caldecott Medal_매년 여름 어린이도서관 협회에서 그 해 가장 뛰어난 그림책을 수상한 작가에게 주는 문학상으로 뉴베리상과 함께 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한다)을 수상했다.
이 동화의 배경이 보스턴이고 보스턴 퍼블릭 가든이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스턴에 대해 잘 알까? 왜 보스턴을 배경으로 동화를 썼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작가가 보스턴의 예술학교에서 그림을 공부했다고 한다. 로버트도 보스턴과 보스턴 퍼블릭 가든에 대한 애정과 매력에 푹 빠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 동화는 청둥오리 Mallard 부부의 보금자리 마련과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보스턴 라이프에 대한 내용이다. 여느 부부나 거주지에 대한 의견 일치를 하기 어렵듯이 이 부부도 그동안 의견 일치가 어려웠는데, 이 곳은 둘 모두가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그렇게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수영을 즐기던 부부 앞에 나타난 백조 보트(Swan boat). 백조 보트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땅콩을 먹으며 '살기 좋은 곳'이라 생각하는 Mallard 부부. 그러나 사람들이 붐비는 퍼블릭 가든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이에 보스턴 곳곳을 날아다니면 완벽한 장소 물색에 나선다. 찰스 강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8마리의 아기 오리를 낳으며 보스턴 퍼블릭 가든에 산책하러 오늘 길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삽화는 현재의 보스턴 퍼블릭 가든의 모습과 거의 같다.
동화 속 오리 가족이 동상으로 탄생
보스턴 퍼블릭 가든에 있는 Ducklings 동상의 이름은 "Make Way for Ducklings Statue"로 1987년에 공공 예술 조각가 낸시 쇤 (Nancy Schön)에 의해 공원에 만들어졌고 세워졌다.
이 동상은 시즌 별,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패셔너블하게 변신하는데 예고 없이 변신해서 갈 때마다 꼭 들러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패셔너블한 오리 가족
패셔너블한 Mallard 가족의 의상 모음을 소개한다.
사진만 모아봐도 어느 시즌, 어떤 사건, 어떤 기념일이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어 기념사진으로 남기기 좋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 사건
COVID-19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마스크 착용이 미국인들에게는 큰 이슈로 다가왔고, 오리 가족 역시 마스크를 착용했다.
3월 셋째 주 수요일 성 패트릭의 날 (Saint Patrick's Day)을 기념하는 초록색 옷과 장신구, 마스크를 착용한 오리가족.
노란 마스크를 착용하고 봄 나들이 가는 4월의 오리 가족
Black Lives Matter
인종차별로 인한 사고에 대항하는 비폭력 저항 운동. 올해는 조지 플로이드 (George Floyd)의 사망 사건과 코로나로 인한 인종차별(이건 거의 아시안들을 향한 것이었지만...) 및 락다운에 사람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저항 운동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그러한 움직임에 엄마 오리의 옷도 맞춤형으로..
여름휴가
여름휴가 가는 오리 가족. 삐뚤게 쓴 선글라스가 너무 귀엽다.
Thanksgiving
청교도 복장을 한 Mallard 가족. 올해 추수감사절엔 이 복장을 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봄나들이
부활절
크리스마스
산타로 변신한 Mrs. Mallard와 뒤를 잇는 아기 오리들
눈이 많이 오는 보스턴의 눈 온 풍경과 겨울 나들이를 하는 Mallard 가족
10월에 이 동상의 존재를 처음 알고, 퍼블릭 가든에 들를 때마다 장식을 확인하는 재미에 빠졌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평범한 동상인 줄만 알았는데 뒷 이야기를 알고 나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보스턴에서 그림 공부를 한 작가가 쓴 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40여 년 후 동상을 만들고, 평범한 동상으로 방치하지 않고 살아있는 홍보물 및 지역주민과의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참 좋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또 어떤 옷으로 갈아입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