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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Nov 30. 2020

Thanksgiving | 겉바속촉 터키 요리 레시피

2020년 추수감사절에 생애 최초로 도전한 터키 요리 한 번에 성공! 

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한 느낌의 미국의 명절 Thanksgiving. 

영국에서 메이플라워 (Mayflower) 호를 타고 1620년 플리머스 (Plymouth)에 도착한 102명의 청교도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확한 작물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드리고 함께 나눠먹으며 내년의 성공적인 추수를 기원하는데에 그 뿌리가 있다. 


추수감사절이 미국 건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명절인만큼 미국 토종 칠면조와 미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호박으로 만든 펌킨파이(pumpkin pie), 크랜베리로 만든 크랜베리 소스도 함께 즐기는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에는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Thanksgiving을 즐기고, 그 다음날인 금요일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각자 집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갖고 친구들과 함께 Friendsgiving을 즐긴다고 한다. (부페같은 느낌으로) 올해는 코로나의 기승으로 고향에 가는 일정은 모두 취소하고 삼삼오오 작은 규모로 지인들끼리 조촐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매년 불티나게 팔리던 30파운드 안팎의 큼직한 구이용 통칠면조의 수요는 줄어들고 10~14파운드짜리 어린 칠면조의 매출이 급증했다고 한다.


우리도 이런 시기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서 짝꿍과 조촐하게 보낼 예정이었던 추수감사절. 원래는 짝꿍의 2명의 친구 중 한 명의 와이프가 독일에 1년 넘게 가 있어서 그 친구 혼자 쓸쓸히 보낼 생각에 안쓰러워 같이 식사할까 물어봤는데, 다른 친구도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어쩌다 보니 미국 온 지 11개월 만의 첫 집들이 + 추수감사절 파티가 되어버렸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하버드 의과대학은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해서 서로 코로나 양성이 아닌 것이 확인되니 만나는 것이 그나마 안심된다.


터키 요리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1도 안 하고 있었는데, 짝꿍이 '터키 요리'를 해 먹자고 해서 졸지에 일이 커졌다. 친구 한 명의 와이프는 터키 요리하는 것을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도 난생처음 해보는 것인데 졸지에 쿡방 느낌으로 진행. 요리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놓을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야... 

터키 요리 스케줄표

터키 요리는 한국 요리처럼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아닌데, 며칠 전부터 염지 과정을 거쳐, 오븐에 굽는 동안 30분마다 해줘야 할 작업이 있어 인내력이 필요한 요리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터키 요리인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너무 맛있게 완성되어 뿌듯 +_+ 손님들이 작년에 터키 전문 식당에 가서 먹었던 터키보다 맛있다는 극찬에 어깨에 힘이 절로 :)


많은 분들이 맛난 터키를 해 먹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임 일주일 전부터 온갖 터키 요리 레시피를 비교 분석해가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든 것을 공유한다. (스압 주의)

겉바속촉 터키 요리 레시피

Step 1. 냉장에서 서서히 해동 및 염지

냉동 칠면조는 무게에 따라 2~5일 전에 미리 해동을 해야 한다. (young turkey, 보통 6킬로 내외, 기준 4일간 냉장보관)

코스트코에서 사 온 13.72파운드짜리 버터볼 터키 (집 앞 마트에 갔더니 같은 크기가 $29!!)

13.72 파운드의 터키 (약 6-7인분용)


비닐 밑면에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좌우로 찢으면 쉽게 꺼낼 수 있다. 

터키 손질은 짝꿍이 :)

버터볼 터키는 염지가 되어 있어 바로 오븐에 넣고 구우면 된다고 하는데, 혹시 몰라 염지 과정을 추가했다.


[염지 방법]

소금 3/4컵과 설탕 (우리는 꿀 파우더 사용) 3/4컵, 물 4컵을 넣고 끓이다가 당근 1개, 후추 2 tbsp, 레드페퍼 플레이크 1/2 tbsp, 월계수 잎 2장, 타임 2줄기, 샐러리 다이스 1/3컵 (생략 가능), 로즈마리 (생략 가능) 넣고 끓인 후 식혀준다. 

식힐 때 차가운 물을 터키가 잠길 정도로 부어주면 더 빨리 식음. 

식힌 물에 터키를 넣고 1~3일 정도 냉장 보관한다. 

냉장 보관하는 동안 터키가 위로 떠오를 수 있어서 우리는 하루에 한 번씩 뒤집어줬다.

염지 재료 및 방법

Step 2. 당일 요리 1시간 전 실온에 꺼내 두고 터키 손질

키친 타올로 꼼꼼하게 터키의 안과 밖을 잘 닦아준다.

터키와 살과 껍질을 분리하고 날개는 몸통 아래로 넣어준다. (우리는 까먹고 안 함. 안 해도 큰 문제는 없다)

터키 껍질은 매우 두꺼워서 분리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물기를 깨끗이 닦아주고 껍질과 살 분리

Step 3. 버터 만들고 바르기

갈릭 버터 레시피: 무염버터 6 tbsp, 레몬 제스트 1 tbsp, 갈릭 파우더 1 tbsp, 다진 마늘 1 tbsp, 파슬리가루, 로즈마리, 월계수 잎 적당히 

갈릭 버터 준비물

껍질, 살, 다리, 날개에 골고루 발라주기

터키 가슴살 분위가 퍽퍽할 것 같아 갈라주고 그 안에 버터를 넣어줌 (양쪽 모두)

버터가 손에 묻는 게 싫어서 라텍스 장갑을 끼고 발랐는데 터키 살에 잘 발리지 않아서 덩어리 덩어리를 잘 숨겨놓는 방식으로 했다. 버터를 살짝 녹여서 뿌려주는 방식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흐르지 않는 정도로)

요리조리 버터 발라주기

Step 4. 터키 속 채우기

터키 뱃속을 채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호에 맞게 하면 되는데, 우리는 미니 당근, 양파, 오렌지, 레몬을 넣었다. 양파와 오렌지 레몬은 모두 슬라이스를 해서 넣었다. 터키가 더 부드러워지기를 바라며 일부 레몬과 오렌지는 즙을 내어 터키에 뿌려줬다. 

터키 스터핑

빵을 구워 넣기도 하고 밤을 구워 넣기도 한단다. 미국 친구는 본인이 먹었던 젤 맛났던 터키는 구운 밤 스터핑이었다고 한다. 터키 뱃속에 생재료를 넣으면 익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므로 버섯이나 빵, 밤 등을 넣을 때는 반드시 미리 구운 후에 넣어줘야 한다. 양파, 오렌지, 레몬은 수분이 터키 속에 스며들어서 나중에 꺼냈을 때 살짝 말라 있었다. 


스터핑이 끝나면, 로즈마리와 월계수 잎, 파슬리 가루를 얹어준다. 


여기까지는 쉽다. 1시간 안에 끝나는 작업! 이제 인고의 시간이...


Step 5. 오븐에 3시간 반~4시간 동안 굽기

오븐은 화씨 450도 (섭씨 232도)로 예열한다. 

터키를 오븐에 넣기 전에 터키를 담은 팬에 물 4컵은 넣어준다. (이 과정을 생략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것을 꼭 해줘야 겉바속촉이 가능하다) 

화씨 450도로 예열한 오븐에 터키 넣고 물 4컵 부어주는 모습 (넣기 전에 까먹어서 오븐에 넣은 채로 물을)

첫 30분은 화씨 450도에서 바싹 익혀주고, 그 이후에는 화씨 325도 (섭씨 163도)로 낮춰서 익혀준다.

오븐에서 익히는 동안 30분마다 알람을 맞추고 팬에 떨어진 육수를 터키에 부어주는 과정도 필수! 중간에 계속 확인하며 팬에 물이 1cm가량 유지되도록 신경 써준다. 

3시간 정도 지나면 온도계로 터키 내부 온도를 확인해주고, 내부 온도가 화씨 165도 (섭씨 74도) 이상이 되면 완성! (4시간 정도 지나야 내부 온도가 화씨 165도 이상이 된다)


3시간 정도 지나면 고구마를 쿠킹포일에 쌓아서 오븐에 함께 구워주면 군고구마도 즐길 수 있다. 


매쉬드 포테이토도 이때 같이 만들어준다. 


[세상 고급스럽게 맛있는 매쉬드 포테이토 만들기]

1. 감자 3파운드 (약 1.5킬로)의 껍질을 까서 2cm 크기로 썰어준다 (더 빨리 익히기 위해)

2. 감자를 물에 잠기게 하고 소금 1 tbsp 넣어서 삶아준다. 

3. 삶는 동안 브리치즈 8oz(237ml)의 흰 껍질을 벗겨내고, 무염버터 3/4컵, 하프 앤 하프 (우유와 크림) 1/2컵을 전자레인지에 2~3분 데워 녹인다. (브리치즈의 흰 껍질을 잘 벗겨내지 않으면 녹였을 때 덩어리가 생긴다)

4. 삶은 감자를 으깨면서 3번의 치즈 버터를 섞어주면 완성!

5. 파슬리가루 뿌려주기

무려 노르망디 브리 치즈로 만든 매쉬드 포테이토

Step 6. Resting & 소스 준비하기

접시에 담아서 식지 않게 덮어서 레스팅 시키는 방법도 있고, 오븐 안에 두고 레스팅 하는 방법도 있다. 

레스팅을 하는 동안 그레이비소스 준비. 

우리는 그레이비소스를 코스트코에서 사 왔고, 거기에 터키를 구우면서 나온 육즙을 더해서 풍미를 살렸다. 

그레이비소스에 터키 육수 첨가하기 (왼쪽), 크랜베리 소스 & 잼 우측 하단

터키에 빠질 수 없는 크랜베리 소스와 크랜베리 젤리. 

크랜베리 소스는 딸기잼같이 달달한 맛이고, 크랜베리 페퍼 젤리는 양고기와 함께 먹는 민트 젤리와 유사한 형태이고 맛은 스위트 칠리소스를 젤리화 한 것 같은 맛. 둘 다 너무 맛남! 

생크랜베리는 먹으면 시고 쓰고 난리 난다. 그냥 장식용으로 사용한다고...


터키 완성
영롱한 자태의 터키 요리
디저트

미국 고구마와 유자 에이드, 비스킷, 포도, 치즈, 올리브, 프로슈토 플레이트


원래 계획은 군고구마에 마시멜로를 얹어서 한 번 더 굽는 거였는데, 마시멜로를 까먹고 안 사 왔다....

미국 고구마는 우리나라 고구마보다 수분이 많고 더 호박에 가까운 맛이다. 달짝지근하니 맛있다. 

북미지역에서는 Yam이라도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Sweet potato고 Yam (마과의 뿌리식물)과는 다른 종류이다. 그냥 구워 먹거나 쪄먹을 때는 맛있지만, 한식 요리에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다 흐물흐물해져서 형태가 없어진다고...

디저트


남은 터키 해결법

손님들이 맛있다고 해서 터키와 매쉬드 포테이토를 포장해갔는데도 많이 남아 한 끼는 보관해놓은 육수에 한번 끓여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누룽지백숙을 해 먹었다 :)

4~5인분 정도 되는 터키 누룽지 백숙

오렌지와 레몬즙이 있어 시트러스 향이 살짝 나긴 하지만, 한방 재료 넣고 생강에 물을 많이 넣어 인스턴트 팟으로 푹 끓였더니 구수한 맛이 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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