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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 박사 Nov 17. 2020

보스턴 일상 | 보스턴의 할로윈

여름의 끝,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할로윈

나의 기억 속의 할로윈은 분장하고 학교 가서 사탕과 초콜릿을 가득 받아오는 날.

1988년 영국에서 할로윈 분장으로 입었던 은빛 레인코트와 부모님이 쿠킹포일로 만들어주신 요술봉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97년 시카고에서의 할로윈 복장은 다리 옆쪽이 쫙 찢어진 검정 드레스. 엄마 파티복을 빌려 입고 갔었더랬다. 그 날 수업마다 친구들의 분장을 보고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다녔고 (필름 카메라로!), 수업 후에는 같이 Trick-or-Treating을 하러 다녔는데... 2020년 보스턴에서의 할로윈은 코로나로 인해 분장이며 Trick-or-Treating은 없었지만, 집값이 가장 비싼 동네이자 고급 주택이 몰려있는 비콘힐(Beacon Hill)의 할로윈 장식을 구경하면서 기분을 냈다.


할로윈의 유래 (All Hallows Eve, Halloween)

할로윈은 고대 켈트족의 겨울의 시작과 수확기의 끝을 알리는 축제 삼하인 (Samhain)에서 시작되었다. 2000여 년 전 현재의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북부 지역에 살았던 켈트족은 11월 1일 (All Saints Day)을 새해의 시작으로 정하고 축하했다고 한다. 따라서 10월 31일은 추수가 끝나는 여름의 끝으로 어둡고 추운 겨울이 시작이었고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날이라고 여겼다. 요즘은 그 전통을 재미있게 기리는 차원에서 분장을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무덤에서 살아 나온 귀신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분장했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 온다. 우리나라에서 동짓날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붉은 팥죽을 먹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10월 31일을 기점으로 서머타임도 끝나고 오후 4시 반이 되면 일몰이... 올해는 10월 30일 보스턴에 눈이 하루 종일 왔다.

 

10월 말의 겨울 왕국


마녀의 도시 세일럼 (Witch City, Salem)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약 26km 거리에 있는 세일럼 (Salem)은 1692년의 마녀 재판과 관련된 문화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 곳은 마녀의 도시 (Witch City)로 유명하며 <주홍글자>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 (Nathaniel Hawthorne)의 고향이기도 하다. 마녀재판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곳으로 세일럼 마녀 박물관 (Salem Witch Museum), 마녀의 집 (The Witch House, 1692년 마녀재판으로 19명의 여성을 교수형에 처한 코윈 Corwin 판사의 집), 세일럼 헌티드 하우스 (Haunted Happenings of Salem), 세일럼 마녀 재판 희생자 추모 공간 (Salem Witch Trials Memorial) 등이 있다. 나다니엘 호손의 고조할아버지도 마녀 재판관 중 한 명이었고, 이러한 부끄러운 사실에 나다니엘은 늘 죄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주홍글자>를 집필했다고. 마녀 재판은 종교를 빌미로 한 미국의 치욕스러운 역사이지만, 이 사건을 통해 자성과 자각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할로윈 기간에는 특히 이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할로윈 코스튬 파티도 진행되어 볼거리가 가득하다고 한다. 올해 코로나만 아니면 가봤을 텐데 너무나 아쉽....


보스턴의 할로윈

선거를 앞둔 주말이 할로윈 당일이었던지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라 평일 오후에 지인과 함께 비콘 힐의 할로윈 장식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가을느낌 나는 리스로 심플하게 장식한 집부터, 유니크한 호박 장식, 그리고 해골, 귀신 장식까지 다양한 할로윈 장식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장식을 끝낸 집들도 많았지만, 장식이 한창 진행 중인 집들도 있었다.

공들여서 장식한 집들은 집주인이 직접 하기도 하지만 전문 업체를 고용해서 하더라. 우리가 돌아다닐 때 보니 전문 업체 사람들이 장식해주는 집이 여럿 있었다.

이 날 찍은 사진이 거의 200장 정도 됐는데, 엄선해서 올려본다. 스압 주의

작은 앞마당에 묘비와 거미줄로 장식한 집
허수아비와 호박들의 콜라보
공을 많이 들인 집. 지저분해보이는 거미줄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귀신의 살아있는 표정이 눈길을 끌었다
알록달록한 컬러감은 없지만 내 맘에 들었던 장식. Black & White의 호박 장식이 독특하기도 했고 뭔가 죽음을 세련되게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족들이 각자 하나씩 만든 것 같은 집. 귀여움에 웃음이 :)
할로윈 장식은 아니지만 집 벽면의 나무 담쟁이 장식이 멋진 집이라 한 컷!
계단마다 놓인 귀여운 호박들
코로나 시대를 대변하는 강아지 조각상
호박과 거미 장식, 그 와중에 예쁜 대문 색깔
Spooky 한 느낌이 절로 드는 거미줄 장식
진짜가 나타났다. 심지어 대문에 걸려 있는 해골은 시간이 지나면 말도 한다 +_+ 호박에 박힌 해골도 웃김 (호박에 새겨진 갈비뼈)
상단의 징그러운 해골 장식과 깨알같이 호박을 물고 있는 쥐돌이 해골 장식
유리창으로 드나드는 유령 장식
곳곳의 깨알 동물 해골 장식
리스와 난간의 귀요미 호박 장식으로 포인트를
꼬마 여자 아이가 사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집.  요정 옷을 입은 해골이 으스스하면서도 귀엽다. 이 집은 할로윈데이 즈음에 누군가의 인스타그램에도 올라와서 더 반가웠던...
해골 리스와 잭-오-랜턴 (Jack-O-Lantern), 그리고 귀여운 종이 메모 (?)
진짜 공들여 장식한 집. 거미줄과 거미 크기 보소 +_+ 반 지하집 앞에 놓인 해골은 안전요원 조끼와 카우걸의 언밸런스한 조합
대왕호박이 놓여져 있던 집. 우리의 손과 비교해보니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
멀리서 보면 숲 같은 느낌 가까이서 보면 아기자기. 이 집 앞 표지판에는 호박 허수아비 장식이 있었다
빨간 대문 앞의 엉성해 보이는 유령과 각양각색의 Jack-O-Lantern
뭔가 공사가 한창 중이던 집. 사탕 바구니를 들고 있던 처키
민주당 밭인 보스턴에서 만난 트럼프 Jack-O-Lantern

이 사진은 비콘 힐이 아닌 커먼웰스 애비뉴의 (Commonwealth ave.) 집에 있던 장식이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 어쩜 저리 표현력이 좋은지 가발이 없어도 누구를 묘사한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어서 더 재미있는 작품. Hollow의 중의적 표현도 웃음 포인트


zipcar 빌리러 가는 길. 보랏빛과 하늘색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할로윈데이의 저녁 하늘

할로윈 당일엔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짝꿍과 zipcar를 빌려 타고 비콘 힐을 한 바퀴 돌았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분장을 하고 Trick-or-treating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진 촬영은 못했지만, 15세기 청교도 옷을 입은 꼬마와 엄마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래 사진은 멀쩡하게 길을 건너더니 갑자기 퍼포먼스를 하던 사람들 ㅋㅋㅋㅋ

차 타고 지나가며 웃으면서 찍느라 제대로 포착은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남겼다.

그나저나 공룡 표정이 너무 살아있네 >_<

길거리에서 퍼포먼스하던 사람들

나름 재미있게 보낸 2020년의 할로윈.

내년에는 마스크 없이 제대로 즐겨볼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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