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의 브랜드 마크 변천사 & 2021년 리브랜딩 사례
1953년에 설립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체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미국의 브랜드이자 버거 업계의 2인자 버거킹. 2021년 버거킹의 새로운 브랜드 마크가 소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의 새로운 브랜드 마크는 황금빛 번 (bun) 사이에 빨간색의 동글 둥글한 유선형의 대담한 'Flame-sans' 체 (버거킹의 새로운 시그니처 폰트)의 워드마크가 놓인 엠블럼 (emblem) 형태다. Flame-sans는 버거킹에서 강조하는 '불에 직접 구운 (Flamed Grilled_직화)'을 반영하는 이름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디자인은 1969년부터 사용된 4대 마크와 1994년부터 사용된 5대 마크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으로 창의성이 결여되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또 일각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마크가 마음에 든다고 하기도.
확실히 창의성과 주목성이 부족하고 엣지는 없지만, 1969년부터 사용한 버거킹의 아이코닉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며 시대 초월적인 (timeless) 디자인을 선보인 것은 나쁘지 않다. 또한, 1999년부터 사용한 이전 마크에 비해서는 모양과 색상 면에서 단순화된 형태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스케일에 다방면으로 활용이 유용한 것도 장점이다.
이번 브랜드 토크에서는 버거킹의 역대 브랜드 마크의 변천사와 2021년 새롭게 리브랜딩 된 사례에 대해 다룬다.
1953년부터 2020년까지의 버거킹 브랜드마크 변천사를 한눈에 비교한 그림이다.
이를 보면 초반 4년간은 브랜드 마크를 디자인하는데 갈피를 잘 못 잡다가 1957-1969년 픽토리얼 마크를 거쳐 1969의 버거킹의 아이코닉 엠블럼 디자인을 바탕으로 색상과 글자체, 비율 등을 조금씩 수정하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53-1954
회사 설립 첫해에 Insta Burger King으로 알려졌던 버거킹의 마크는 떠오르는 태양을 표현하는 픽토리얼 마크에 볼드한 폰트의 '버거킹' 워드마크를 병기한 시그니처(signature)로 사용됐다. 버거킹이 업계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디자인을 한 것일까? 너무 동떨어진 픽토리얼 마크 때문인지 이 마크는 오래가지 못했다.
1954-1957
1954년에 데이비드 에드거튼 (David Edgerton)과 제임스 맥라모어(James McLamore)에 의해 인수되면서 브랜드명이 버거킹 (Burger King)으로 변경되었다. 이때부터 진정한 버거킹의 역사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마크도 단순화된 형태에 위트가 느껴지는 산세리프체의 워드 마크로 변경되었고 이 로고는 3년간 사용되었다.
1957-1969
인수한 후 3년간 어떤 마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1957년에 새로 선보인 형태는 픽토리얼 마크와 엠블럼(도형 안에 글자가 함께 병기된 형태)을 조합한 시그니처이다.
'버거의 왕'이라는 브랜드명을 직관적인 픽토리얼 마크로 표현함과 동시에 금색 금장을 표현하는 듯한 사다리꼴 모양에 브랜드명을 워드 마크로 표시하고 그 하단에 주력 상품인 와퍼(Whopper)를 드러내는 태그라인 (tagline)을 병기하는 엠블럼을 조합한 시그니처를 완성했다. 픽토리얼 마크 자체에서도 재미와 위트를 느낄 수 있듯이 워드마크의 디자인도 재미있게 디자인한 산세리프 체다
12년간 이 마크를 사용한 것을 보면 꽤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마크로 인지도도 많이 올라가고 사람들의 인식에 버거킹이 확실히 포지셔닝되지 않았을까 싶다.
1969-1994
기존의 마크로 고객의 뇌리에 콕 박힌 버거킹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브랜드 마크의 프로토타입을 1969년에 만들었다.
기존의 마크에서 많이 단순화된 직관적인 햄버거를 형상화하는 엠블럼 형태의 디자인이다. 황톳빛 번(bun, 햄버거 빵) 사이에 버거킹의 브랜드명을 흘려내리는 케첩을 형상화하듯이 그려 넣었다. 번의 모양과 워드 마크 사이의 균형감과 안정감을 위해 'BURGER'의 크기보다 'KING'의 크기를 더 크게 디자인했고, 이는 25년간 사랑을 받았으며 이후의 브랜드 마크에서도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1954년부터 계속 유지하는 버거킹의 브랜드 마크의 디자인 핵심 중 하나는 'PLAYFUL'함이다. 글자에서 그 느낌을 계속 주기 위해 이번 버전에서도 위트감이 있는 산세리프체를 사용하고 있다.
1994-1999
1994년에 기존의 브랜드 마크에서 번의 색상과 워드 마크의 디자인을 살짝 수정하며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식욕을 돋우는 주황색과 빨간색은 식품업계에서 선호하는 색상의 조합이다. 특히 버거킹은 메인 타깃 고객을 젊은 층으로 설정하여 열정과 자유로운 영혼의 젊음을 대변하는 빨간색과 주황색을 사용했다. 빨간색의 기존의 워드 마크에 비해 각은 있지만, 둥글린 형태의 아주 두꺼운 산세리프체를 활용하여 강인함과 자신감을, 주황색 번과의 조합은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1999-2020
21년간 사용된 버거킹의 6대 브랜드 마크는 스털링 브랜드 에이전시 (Sterling Brands Agency)가 디자인을 맡았다.
기존의 형태에서 번의 색상을 금빛으로 바꾸고 크기는 살짝 줄였으며 워드마크의 글씨 크기를 키우고 모던하고 활동적인 느낌의 각진 산세리프체로 변경했다. 또한 엠블럼 형태를 살짝 기울이고, 초승달 혹은 C형태의 파란색 모양으로 감싸 청량함과 활동감, 스피드, 그리고 전문성이 느껴지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파란색이 추가되면서 유사색만을 활용하여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어 눈에 확 띄는 에지 있는 디자인이 탄생했다. 또한 번에 빛 감을 표현하여 생동감과 함께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 디자인은 시각 디자인의 역사에서 색상과 모양면에서 가장 조화롭고 균형감 있으며 친근감과 환영하는 마음 (welcoming feeling)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2021년 리브랜딩에서 주목한 것은 버거킹이 유지해 온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인 '버거'와 '재미', 그리고 '최상의 품질'이다. 버거킹 브랜드마크의 변천사를 보면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직관적으로 '버거를 상징하는 그림(번)'과 '재미 요소 (위트)'이다. 또한 창업 초반부터 인위적, 싸구려, 건강하지 않은 정크푸드라는 부정적인 인식의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100% 순쇠고기 패티를 직화 방식으로 구워 조리하는 좋은 품질의 맛을 제공한다는 메시지로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최근에는 수제 버거 콘셉트의 버거들이 증가한 추세라 브랜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리브랜딩에서 '최상의 품질'과 더불어 '맛(taste)'에 특히 주력한 듯한 모습이다.
버거킹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Chief Creative Officer)인 라파엘 아브루 (Rafael Abreu)는 리브랜딩을 할 때 서비스 속도보다 음식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담으려 했음을 밝혔다. 그는 와퍼를 비롯한 모든 메뉴에서 인공 조미료, MSG, 고과당 옥수수 시럽 (high-fructose corn syrup)을 제외하고 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할 것이라 강조했다.
버거킹의 리브랜딩을 맡은 존스 놀스 릿치 (Jones Knowles Ritchie)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리사 스미스 (Lisa Smith)는 버거킹의 사업 전반을 변화시키는 미션에 걸맞게 버거킹의 전통성을 지키면서 자신감과 심플함, 재미를 주는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버거킹이 의도한 전략적 정체성을 브랜드 마크, 패키징, 직원 유니폼, 매장 외관 및 인테리어, 그리고 디지털 환경의 모든 시각적 요소에 반영하고 적용했다.
'맛'과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햄버거의 신선한 재료의 색을 그대로 브랜드 컬러에 활용했다. 토마토의 빨강, 햄버거 빵의 주황, 감자튀김의 노랑, 상추와 피클의 초록, 양파의 하양, 그리고 잘 익은 직화구이 소고기 패티의 갈색.
전반적으로 채도를 살짝 낮춰 안정감과 고급스러움을 담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2021년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브랜드 마크는 버거킹의 끊임없는 진화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풍부한 역사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디자인이다. 기존 마크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던 파란색 C형 테두리를 삭제함으로 버거킹이 인공 색소, 조미료, 방부제 등을 제거한 '최상의 품질'의 버거를 제공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담았다고 한다.
버거킹은 늘 '최상의 품질'을 중요시해왔고, 개인적으로 기존 버거킹의 마크의 파란색 C형은 청량감과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상징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파란색 상징이 인공 색소, 조미료, 방부제 등을 상징했던 것처럼 표현이 되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새롭게 디자인한 시그니처 폰트인 Flame-sans는 대담하면서도 자유로운 서체이다. 이는 음식의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흘러내리는 육즙, 케첩이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워드 마크에 사용된 서체는 더 심플한 버전이고, 패키징과 홍보물에는 변형된 디자인으로 활용된다.
주문한 메뉴에 따라 어울리는 문구와 컬러의 패키징 디자인은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1954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버거킹의 정체성 중 하나인 '재미(위트)'가 잘 표현된 패키징이다.
Melty Juicy (녹아내리는 풍부한 육즙), Golden Crunchy (황금빛 바삭함), Cheesy Bacony (치즈 베이컨), Tender Crispy (겉바속촉) 등등 포장 문구만 봐도 식욕 자극.
버거킹의 잘 익은 직화구이 소고기 패티의 컬러인 갈색은 직원 유니폼의 기본 색상이다. 셔츠와 점퍼의 목 칼라 부분에 빨강, 노랑, 흰색의 3색 띠가 둘러져 있어 활기참을 느끼게 한다. 또한 셔츠의 맨 윗 단추는 주황색으로 포인트 줬다. 언뜻 보면 스마일리 페이스 같이 보여 귀여움이 더해진다. 오른쪽 가슴에는 버거킹의 새로운 브랜드 마크가 수놓아져 있다.
또 다른 점퍼는 어깨선부터 팔부분까지 빨강, 노랑, 흰색의 선이 들어가 있고, 이 안에는 받쳐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과 생동감 넘치는 색상의 티셔츠가 있다.
주방에서 입는 앞치마 역시 갈색 바탕에 버거킹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고, 빨강, 노랑, 흰색의 삼색 리본으로 산뜻함을 더한다. 그에 받쳐 입는 티셔츠도 갈색 바탕에 목 칼라와 뒤판의 삼색 띠로 포인트를 준다. 앙증맞은 다양한 모양의 배지로 재미있게 연출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버전의 일관성 있는 유니폼 디자인은 직원들의 업무, 직급, 상황에 맞게 착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장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역시 버거킹의 컬러 팔레트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의 외관은 갈색 나무 재질을 활용하여 안정감과 품격을 더하고, 빨간색 수평 지붕으로 포인트를 준다.
버거킹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역사와 전통, 품질을 자랑하는 문구 '1954년부터 직화 (Flame Grilling since 1954)'도 빼놓지 않았다. 공간감과 확장감을 위해 매장 입구 부분은 높은 층고의 유리와 검은색(혹은 진갈색) 스틸 골조의 전실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주차장의 4색 선이다. 이 역시 버거킹의 컬러 팔레트의 색상을 그대로 옮겨놓아 색채감과 재미를 더한다. 또한 건물에 직접적으로 녹색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조경의 나무의 녹색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다.
매장 인테리어는 깔끔함을 강조하기 위해 흰색 배경에 나무 재질을 활용하므로 따뜻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주문대의 프레임은 진갈색 스틸 프레임으로 붕 떠 보일 수 있는 공간을 안정감 있게 눌러준다. 프레임 상단의 'flame-sans'로 제작한 버거킹의 워드 마크 역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버거킹의 색상 팔레트를 활용한 메뉴를 배치하여 생동감을 준다. 주문대 우측에는 키오스크를 배치하여 디지털로 고객이 직접 주문 가능하도록 했다.
판촉물 디자인도 신경을 많이 썼다. 각 재료의 특징과 색상을 잘 매치해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버거킹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맛'과 '품질'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옥외광고는 눈에 띈다.
보는 순간 'M'과 'Juicy'만을 활용하여 '음~~~~~ 육즙이 풍부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창성과 위트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존 6대 브랜드 마크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가 디지털 환경에서 작은 스케일로 사용할 때의 어려움이었다. 아무래도 모양과 색상의 디자인 요소가 많다 보니 스케일을 줄이면 가독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 마크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색상과 모양의 단순화를 꾀했다.
스마트 워치와 같이 작은 화면에서 활용되는 파비콘 (Favicon) 디자인은 번과 워드 마크의 엠블럼 형태와 색상은 유지하되 가독성을 위해 'Burger King'의 위치에 'K'로 대신하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의 론칭보다 어려운 것이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고객들의 인식 속에 남아 있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호불호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기존의 것과 비교하며 갑론을박의 의견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리브랜딩의 성공은 브랜드 마크의 디자인, 브랜드명, 컬러 팔레트 등 단일 요소만 갖고 평가할 수 없다. 브랜드 오너가 의도한 방향(왜 리브랜딩을 하고 싶은지, 어떠한 모습으로 리브랜딩을 하고 싶은지)과 고객과의 접점 (touchpoint)의 다양한 요소들에서 촘촘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일관성 있게 실행되었을 때, 직원들은 물론이고 고객들에게까지 무언의 브랜드 메시지로 전달이 되면 성공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버거킹의 2021년 리브랜딩은 좋은 사례로 보인다.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패스트푸드의 특성상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버거킹의 시그니처 송을 무한 반복으로 재생시켰던 기억이 남아있다. 서비스의 스피드보다 품질과 품격을 높이기 위한 방향으로 전환한 지금 시점에서 버거킹의 시그니처 송도 새로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