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는 핫한 음성 소셜 미디어
미국 테크 업계에서는 2020년 4월부터 이 앱으로 난리가 났단다.
미국에 있긴 하지만 거의 집에만 있는 나는 한국의 마케터 모임 단톡방에서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근무 중인 짝꿍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이 앱을 아는지 사용해본 적 있는지 확인요청을 했는데, 연구원, 박사과정, 인턴 학생 모두 아무도 모르는 것. 연구만 하는 사람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트위터도 일찌감치 안 하고, 페북도 6년 전부터 거의 안 하다시피 하며 인스타도 비공개 계정으로 내 기록용으로 사용하는 1인으로 클럽하우스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그저 인싸들의 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자극하면서 buzz를 일으킨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클럽하우스가 뭔데?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엄청 시끄럽고 정신없겠네?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다고? 인싸 인증하는 앱인가?
게다가 아이폰 유저만 가능하다고?
1조 원의 가치로 인정받았다고? 도대체 왜?
그러다가 2월 2일 초대를 받게 되어 경험한 클럽하우스 (졸지에 핵인싸 반열에). 직접 경험하며 사용하는 방법, 느낀 것과 이 앱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01_클럽하우스 (Clubhouse)는?
02_이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은 누굴까?
03_Clubhouse 이용방법
04_그래서, 클럽하우스 성공할까?
1,500명의 유저를 보유했을 때 이미 1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받고, 출시 9개월 만에 10억 달러의 가치로 평가받으면서 급부상한 클럽하우스 앱.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어 실리콘벨리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핫한 소셜 미디어다. 이번에는 텍스트와 이미지 베이스가 아닌 음성 베이스. 그것도 실시간으로 대화가 가능한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이미 미국과 일본에는 유행하고 있고 한국은 이번 주 초부터 떠들썩하다.
이 서비스가 재미있는 것은 사용하고 싶어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EXCLUSIVE 함에 있다.
아이폰 유저만 가능 (개발자 부족으로 일단 아이폰 먼저)
초대 링크로만 가입 가능 (초대는 1인 2명까지, 활동을 많이 하면 추가 초대권 생성)
녹음 기능 없이 실시간 소통으로 인한 희소성과 휘발성(?!)
초대권이 없으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나 언제 내 차례가 올 지는 누구도 모른다.
인싸들의 FOMO심리를 건드리는 것으로 확실히 주목을 끌었고, 덩달아 buzz 효과도 톡톡히 챙겼다.
현재 초대권이 현금거래까지 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아이폰유저 #제한된링크초대 #FOMO #Buzz
스탠퍼드 및 구글 출신의 Paul Davison과 Rohan Seth가 공동창업자다. 이들은 클럽하우스 이전에 이미 10여 년 동안 다양한 소셜 앱을 만들며 실패와 경험을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실패한 앱이 최소 9개라니 하루아침에 이룬 성공은 아닌듯싶고 많은 시간과 노력, 경험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 하겠다. 이들은 스탠퍼드 동문이고 같은 해(2006년)에 구글에 입사를 했는데 서로가 알게 된 것은 2011년 지인을 통해서라고 한다.
Rohan Seth
Opendoor에 인수된 Memry Labs의 공동 창업가였다. 그는 딸 리디아가 앓고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 병의 연구비를 지원하기 위한 비영리재단 'Lydian Accelerator'를 설립하고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Accelorator로서의 역할도 했다. 이 과정에서 기금 마련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Paul Davison을 만나게 됐고, 장기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Paul Davison
2006년 스탠퍼드에서 경영학 석사과정 중 구글에서 여름 인턴십을 했다. 석사 졸업 후 Metaweb이라는 데이터베이스 회사에 입사해 제품 파트너십을 운영했고 이 회사는 구글에 매각됐다. 그는 구글에 입사하는 대신 Metaweb의 투자자 중 한 곳이었더 Benchmark에 입사했다. Benchmark는 가장 오래되고 튼튼한 입주 기업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벤처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이 곳은 안식년을 보내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그는 2012년에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타인과 공유하여 뜻밖의 대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 Highlight 앱과 Shorts라는 지인과 카메라 롤을 공유하는 앱을 출시했고 그의 팀은 2016년에 Pinterest에 인수됐다. 이후 그는 크립토 화폐 거래를 하는 CoinList의 CEO를 역임했고, 2020년엔 스타트업 스튜디오 Alpha Exploration Co. 를 설립하고 라디오 스타일의 전화 쇼를 실시간 방송하는 앱 Talkshow를 론칭했다. 여기서 발전한 형태가 Clubhouse인 듯하다.
to build a social experience that felt more human — where instead of posting, you could gather with other people and talk
-클럽하우스 창업자 Paul Davison과 Rohan Seth-
클럽하우스인 창업자 Paul과 Rohan은 조금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소셜 경험을 만들고 싶어서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한다. 베타 서비스인데도 엄청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인기를 끄는 데에는 코로나로 인한 집콕의 영향도 크다. 미국은(보스턴의 경우)한국과는 달리 거의 모든 회사들이 재택중이고,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들의 수도 엄청나게 줄었다. 각종 모임은 거의 진행하지 못하며 외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도 미국 와서 카페는 단 한 번도 안 갔고, 외식 안 한 지 1년 되어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과 문자가 아닌 음성으로 소통한다는 것에 대한 욕구도 엄청났을 것이다.
늘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에 고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한 노력 끝에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여 대박이 난 것 같다. 처음에는 Highlight는 위치기반, Shorts는 사진 기반, 그리고 Clubhouse는 음성 기반. COVID-19으로 인한 락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아이템이 탄생한 것 아닐까?
Clubhouse는 아무나 입장할 수 없이 초대권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멤버십이 있어야 입장 가능한 현실 세계의 클럽 하우스와 유사하다. 사람들의 소속감과 인싸가 되고 싶은 마음을 건드리는 브랜드 네이밍이다.
이용방법이 매우 직관적이라 어렵지 않다. 가입 문자를 받아 링크를 클릭하면 간단한 개인 정보를 입력하게 되어 있다. 이름은 본명을 써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영어 이름 혹은 영어 이니셜로 입력한다.
메뉴 설명
메뉴는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이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돋보기: 지인 및 클럽 검색
다양한 주제 중에서 선택해서 클릭하면 하위분류로 이동한다.
Knowledge를 클릭하니 인기 있는 셀럽 추천과 하단에 역사, 심리, 우주, 수학, 과학, 생물 등등의 하위분류들이 뜬다. Psychology를 클릭하니 역시 유명인과 하단에 심리학 관련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클럽 목록이 뜬다.
편지봉투: 초대권
클릭하면 내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목록이 뜬다. 그리고 각 연락처 사람들의 지인들이 몇 명이나 클럽하우스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달력: 내 관심 주제에 맞는 클럽의 스케줄
방의 주제, 오픈 시간, 진행자 및 스피커 등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다. 마치 클럽에서 이벤트 스케줄을 게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관심 있는 클럽을 지인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캘린더에 저장도 가능하다.
프로필 사진: 내 정보 및 추천인 링크
내 소개와 내 기타 SNS를 연동할 수 있다. 하단에는 가입일과 나를 추천한 사람의 사진과 이름이 뜬다. 이름을 클릭하면 추천인의 프로필로 이동하다. 이런 식으로 나를 초대한 사람을 초대한 사람... 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익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된 앱은 아니다. 또한 내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연락처와 동기화도 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에 조심하게 될 듯싶다.
방에 입장하기
목록에서 보고 마음에 드는 방이 있으면, 클릭을 하면 된다. 주최자와 발언자 그리고 청취자 이렇게 나뉘는데, 주최자는 방을 오픈한 사람이고 발언자는 주최자에게 발언권을 부여받은 사람이다. 초청받은 발언자일수도 있고, 청취자 중에 발언권을 얻은 사람일 수도 있다. 주최자와 발언자는 마이크를 켜고 끌 수 있고, 청취자는 오디오 기능이 나오지 않는다. 청취자 중에 발언을 하고 싶을 경우, 하단 우측의 손 모양을 클릭하면 된다. 또한 방 대화에 흥미가 떨어지면 하단 좌측의 'Leave quietly'를 클릭하고 조용히 사라지면 된다.
방 만들기
방 만들기 역시 매우 직관적이다. 하단의 'Start a room'을 클릭하면 오픈 방, 지인 방, 비밀 방을 선택할 수 있다. 'Let's go'를 클릭하면 주제 입력해서 만들면 된다.
# 언제 누구와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또 하나의 재미는 예상치 못한 셀럽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바로 Elon Musk가 며칠 전 클럽하우스에 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동부시간 2월 5일 오전엔 Mark Zuckerberg가 등장했다.
2021년 2월 2일부터 2021년 2월 5일까지 다수의 기사를 읽고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면서 내가 내길 이 서비스에 대한 결론은 광고 없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라디오 토크쇼 + 다수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학회 혹은 클럽(동아리의 의미도 가능하고 신나게 노는 클럽도 가능하다)이다. 낮에는 건전한 학회/컨퍼런스 분위기고 밤이 되면 신나는 클럽으로 확 분위기가 바뀌기도 하는 반전 매력이 있다. COVID-19의 상황에서 줌으로 하는 모임에 이어 클럽하우스 앱으로 즐기는 음성 파티라니!
처음 가입하고 방을 둘러보며 30분 동안은 엄청나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내가 입장했을 때는 한국시간으로 밤 시간이라 농담 따먹기 식의 콘텐츠가 많았기에 콘텐츠의 품질과 오고 가는 대화의 신뢰성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이슈였다. 직접 경험한 후 아직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고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미국 방을 둘러보며 건설적인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보고 왜 그렇게 투자를 많이 받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고, 가능성도 보인다. 물론 유저들의 관리 및 그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품질이 유지되며 추가적인 유용한 기능이 더해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클럽하우스의 장점 및 가능성
추천인 제도로 인한 완벽한 익명성의 앱은 아님 (초대권이 판매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조금 달라질 수는 있으나,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평판을 생각해서 아무나 초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유저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을까?)
오해 발생 및 악플 피해 문제: 짧은 댓글, 혹은 글로 표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익명성 뒤에 숨겨진 공격성이 덜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사람과 의견 공유를 통해 영감을 얻고 사고 확장 가능: 내 관심 주제에 대해 이미 이룬 사람, 노력하는 사람, 실패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실시간 피드백으로 서로가 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조금은 덜 가식적인 소셜 미디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순간만 자랑하듯이 올리는 페북과 인스타와는 달리 나의 꾸밈없는 모습과 생각 표출 가능
손쉬운 접근성: 지인 및 동료들과 간단한 미팅을 해야 할 때 화면 없이 클릭만으로 손쉽게 가능하다. 줌의 링크 공유 등의 복잡함을 생각하면....
유저를 오래 가둬둘 수 있다: 한번 앱을 켜면 3-5시간 정도 이용하고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이용하는 유저도 있다고 한다.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고 다른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페북이나 인스타보다 더 사용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유입되는 플랫폼: 현재 베타 서비스 운영 중인데도, 그리고 탈퇴 기능이 없는데도 유저가 자발적으로 가입하고 싶어 초대권을 찾아다니게 하는 전술이 제대로 먹혔다.
언젠가 전화를 대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반 강의나 복잡한 내용의 지식 전달의 경우에는 이 앱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관심분야에 대한 가벼운/심오한 의견 및 경험 공유 등을 통한 사고의 확장, 그리고 네트워크를 늘리고 네트 워킹하기에는 유용할 것 같다. 이 앱이 초반에 특히 스타트업 종사자들, VC들에게 환영을 받은 이유다. 아마 그들끼리의 경험 공유, 신뢰할 수 있는 탄탄한 네트워크 확장 및 네트워킹 (초반에는 더더욱 추천인 제도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 가능했기에 의미가 있었을 것이고, 그들만의 inner-circle에 참여하기에 좋은 사다리가 되었을 것이다.
고민해봐야 할 것
문제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신선한', '유용한' 콘텐츠가 지속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현재는 서로에게 배우는 점들이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자발적으로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소비되기만 한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탈자들이 생길 것이다.
또한 사용자가 늘어나면 '인싸'들이 이용하는 클럽하우스라는 인식이 사라질 것이고 이로 인한 이탈자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유저 증가에 따라 관리가 안된다면 기존의 클럽하우스의 장점이었던 것들이 서서히 묻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저가 증가함에 따라 고급 콘텐츠보다 일상의 심심풀이용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 또한 기존에 유용한 콘텐츠를 만들어가던 유저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악플보다 더 무서운 음성으로 하는 공격, 실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앱은 녹음 기능이 없으므로 증거를 수집하기도 어렵고, 실시간의 상황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일에 대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는 성공할까? 에 대해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기는 무척 어렵다.
현재는 호불호도 갈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갈린다. 모든 서비스가 그러하든 장단점은 있고, 한때 장점이었던 것이 예상치 못한 단점 혹은 위협으로 변하기도 하듯 클럽하우스도 그런 면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하루아침에 탄생한 루키가 만든 앱이 아닌 나름의 성공과 실패를 겪고, 사람들 간의 연결에 많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만든 앱이고, 1조억 원의 가치로 평가받아 투자 유치를 했을 때는 아직 대중에게 알리지 않은 숨겨진 큰 그림과 계획이 있지 않을까 싶다. VC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투자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아! 그리고 클럽하우스의 주식은 현재 핑크시트의 상태다. 어쩌다 보니 CLUBHOUSE MEDIA GROUP이라는 주식이 이 회사의 주식으로 인식되어 주가가 폭등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벌어졌단다.
https://www.ft.com/content/3b5d1e23-d857-46cb-ba46-6028ebebad76
클럽하우스에서도 역시 인플루언서, 셀럽들이 주도권을 갖고 다양한 기회를 창출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1년 후, 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에도 클럽하우스는 현재와 같은 인기를 유지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한 기사:
https://techcrunch.com/2020/04/18/clubhouse-app-chat-rooms/
https://www.businessinsider.com/who-are-clubhouse-founders-paul-davison-rohan-seth-2021-1
https://www.cnn.com/2021/01/29/tech/clubhouse-app-twitter/index.html
https://www.cnet.com/news/clubhouse-what-is-it-and-how-can-you-join/
https://fortune.com/2021/01/25/clubhouse-reaches-a-1-billion-after-taking-off-some-nine-months-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