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내부 설계를 중시하는 프랑스의 건축가 듀오 라카통과 바살
프리츠커 상 Pritzker Architecture prize 은 하얏트 재단이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건축가를 선정하여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부터 제정된 이 상은 건축가들에게 아주 의미 있는 상이다. 2021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주인공은 2인조 건축가인 안 라카통 Anne Lacaton과 쟝 필립 바살 Jean-Philippe Vassal이다.
이들의 작품이 더 주목받은 데에는, 집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그들에게 최고의 편의와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 이들의 노력에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기존의 건물을 더 멋지고 현대적이면서도 기능적인 곳으로 재창조한 결과로 이어졌다.
01_같은 건축 신념을 가진 콤비의 탄생
02_그들의 지난 발자취
03_이번 작품
라카통과 바살은 1970년대 후반 프랑스 남부 보르도에서 건축학도로 만났다. 이후 1987년 보르도에서 설계 사무소를 공동 개업했고, 2000년 파리로 옮겨왔다. 이 둘의 건축에 대한 가치관이 통했기에,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존 건물을 절대 부수지 않는다.
- 라카통과 바살의 건축 원칙 -
그들의 건축 원칙은 바로 기존 건물 존치하면서 사람들이 더 풍요롭게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며, 더불어 사회적, 경제적 혜택도 누릴 수 있게 하면서 도시의 진화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좋은 건축은 삶에 열려 있다.
건축은 드러내 놓고 표현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하고, 유용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조용히 도울 수 있어야 한다.
- 안 라카통 -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물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최선을 다했다.
...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의 기억을 잘 살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거주자가 편안함을 느끼거나, 행복을 느끼거나, 혼자 있거나, 구름을 바라볼 수 있다면, 바로 이때 건축은 창조되는 것이다.
- 쟝 필립 바살 -
이런 그들의 신념은 34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다수의 프로젝트로 실험을 하며 내실을 다져 마침내 그 진정성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다수의 프로젝트 중 주목할 만한 것은 1960년대 초에 지어진 17층 도시 주택을 2011년 리모델링한 작업이다. 콘크리트 파사드를 없애고, 거주자들을 위한 공간을 늘렸으며, 테라스와 도시를 전망할 수 있도록 큰 창문을 추가해 자연과 소통하는 삶을 제공했다. 이는 이번에 수상한 프로젝트와 닮아 있다.
또 하나의 주요 프로젝트는 2012년 파리의 팔레 드 도쿄 Palais de Tokyo 미술관을 개조한 것이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사용된 건축물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단순한 재료를 최소한으로 활용해 공간을 재창조했다. 더불어 부분적으로 새로운 지하 공간을 창조하여 면적을 2만m2가량 증가시킨 사례이다.
상세 도면과 변화된 공간을 볼 수 있는 기사들:
http://architectuul.com/architecture/rehabilitation-of-the-palais-de-tokyo
https://arquitecturaviva.com/works/palais-de-tokyo-10
https://www.dezeen.com/2021/03/17/key-projects-anne-lacaton-jean-philippe-vassal-pritzker-prize/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콘크리트형 아파트. 이것이 보르도 지역에 1960년대에 지어진 Grand Parc 타워의 모습이다. 이곳은 프랑스의 산업적 과거의 증거물이자 공산당 전성기의 유물로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민과 노동자 계급 가족에게 대량으로 제공된 530세대의 공공 주택이다.
라카통과 바살은 그들의 건축 원칙에 따라 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대신, 기존 건물을 존치하고 앞쪽에 공간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이곳의 거주민들은 이주하는 번거로움 없이 더 확장된 쾌적한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건물의 옆면을 보면, 콘크리트 앞쪽에 추가된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맨 앞쪽에는 바깥공기를 쏘일 수 있고, 잡동사니를 놓을 수 있는 트인 발코니가 있다.
그 뒤로는 원 건물과 발코니 사이의 윈터 가든이 있다. 유리문을 활용하여 공간을 보온 효과가 있어, 겨울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주민들이 사계절 내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이닝 룸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베란다처럼 활용할 수도 있으며, 라운지처럼 활용할 수도 있는 활용도가 좋은 공간
하단의 도면을 보면 기존의 건물을 그대로 둔 것은 아니고, 약간의 변형을 했다. 거실과 방의 창문 하단의 콘크리트를 제거하고 통유리를 활용해서 답답함을 줄이고 공간에 확장감을 제공한다.
기존의 건물과 새롭게 리모델링한 공간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라카통과 바살은 자신들의 관심사는 화려하고 멋진 외관이 아닌, 공간의 목적이나 사용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최선을 다하는 내부 설계에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창고 과정의 결과로 생겨나야 하지 우리가 처음부터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항상 마지막에 일어난다.
- 라카통과 바살의 건축 신념 -
브랜딩을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자 시작점은 바로 각 브랜드가 갖고 있는 핵심과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채 무작정 예쁜 디자인, 멋진 제품을 있어 보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부푼 꿈만 갖고 시작하면 갈피를 못 잡고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는 내가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접 경험한 것이기도 하고, 브랜딩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이다.
건축과 브랜딩이 서로 다른 분야일 수 있지만, 라카통과 바살도 그들의 건축 철학을 건축물로서 보여주며 브랜딩 한 것이고, 오랫동안 쌓여 그 진정성이 가치를 인정받은 것 아닐까? 역시 분야는 달라도 기본적인 원칙은 통하기 마련이다. 라카통과 바살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건축 원칙과 신념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