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호텔 앤 레스토랑' 매거진 기고문
2021년 5월 '호텔 앤 레스토랑' 매거진에 제가 기고한 글은 아프리카 케냐의 자연 속 고요한 낙원, 더블 데커를 이용한 에어비앤비 숙소의 사례입니다. 1950년대에 영국에서 수입해 아프리카 학생들의 스쿨버스로 활용되다가 30년간 방치되었던 더블 데커. 호스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 투숙객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개성있는 숙소로 변신한 브랜디 버스의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아프리카 자연 속 고요한 낙원,
더블 데커를 이용한 숙소 The Brandy Bus
에어비앤비(Airbnb) 서비스를 통해 개인들은 여분의 방이나 집 등의 공간을 특색 있는 숙소로 제공할 수 있다. 숙소의 호스들은 숙소의 특색에 맞는 네이밍, 공간 꾸미기를 한 후, 사진을 통해 고객들에게 해당 숙소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에어비앤비로 인해 개인들은 자신만의 감각과 개성을 바탕으로 숙소를 브랜딩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카렌(Karen) 지역에는 색다른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다. 런던에서 온 2층 버스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곳. 바로 스쿨버스로 사용되던 오래된 더블 데커(Double Decker)를 레노베이션한 브랜디 버스, The Brandy Bus다.
케냐의 나이로비(Nairobi) 서남쪽 외곽에는 거대한 저택들과 숲과 나무의 자연이 어우러진 ‘카렌’이라는 지역이 있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인 카렌 블릭슨(Karen Blixen)의 소유였던 이 지역은 그녀가 머물며 아프리카의 식민지 회고록 <Out Of Africa>을 작성한 곳이다. 1931년에 개발자인 레미 마틴(Remi Martin)은 블릭슨이 소유한 토지를 구입해 주거용 부지로 전환했고, 이곳은 나이로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외 지역 중 하나가 됐다. 지역이 개발된 후 카렌 블릭슨을 기리기 위해 이곳은 ‘카렌’으로 명명됐다. 카렌은 고요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으로 케냐의 부유층과 정치인들이 거주하며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카렌 지역에는 카렌이라는 이름의 호스트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 숙소, 브랜디 버스가 있다. 이 낡은 더블 데커 (그림 2)는 1950년대에 런던에서 나이로비로 수입된 것이다. 케냐 학생들의 통학을 책임지는 스쿨버스로 활용되던 이 버스는 호스트인 카렌의 할아버지 소유였으며, 그의 정원에 30년 넘게 놓여 있었다. 이 유서 깊은 버스를 물려받은 카렌은 버스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내며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 측면에 쿠브와지에(Courvoisier) 브랜디 광고가 붙어 있었기에 이 버스는 ‘브랜디 버스’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름을 갖게 된다. 독특한 브랜드명은 궁금증을 유발하며 투숙객은 자연스레 이 버스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를 배울 수 있으니 이는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과 스토리를 제공하는 포인트가 된다.
브랜디 버스는 기존의 버스의 색을 그대로 살려 아이보리 색상에 녹색 가로 줄로 포인트를 줬다. 총 6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숙소는 1층에 주방, 거실, 화장실이 있고 2층엔 침실이 있는 구조다. 총 6명까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의미고 적정 인원은 2~3명으로 판단된다. 작은 공간이지만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정수기, 미니 냉장고까지 구비돼 있어 투숙객들은 편하게 식사를 준비할 수 있고, 창문 앞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바 테이블도 있다(그림 3). 버스 내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샤워시설이 포함된 화장실 공간은 사실은 바깥쪽에 추가적으로 건설한 구조물이다. 버스의 특성상 앞, 뒤, 측면에 모두 유리창이 있어 개방감을 더해준다. 이에 더불어 좁은 주방과 거실의 답답한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보리 색상의 페인트로 천장을 칠했고, 흰색 가구와 아이보리 색상의 패브릭을 활용했다. 나무 색의 가구들과 바닥은 공간에 따뜻함을 더하고, 곳곳에 배치된 브랜디 버스의 포인트 컬러인 녹색 계열의 소품은 공간 내에서 통일성과 정돈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지루하지 않게 하는 요소가 된다. 작은 공간일수록 여러 색상을 사용할 경우, 더 정신없고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점을 감안해 꾸민 것으로 보인다.
거실 공간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는 커튼 가림 막으로 공간을 분리한 2개의 침실이 있다(그림 5). 각 침대 머리 위에는 캐노피 형태의 모기장이 달려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할 뿐 아니라 혹시 모를 벌레의 습격에도 안전하다. 2층은 사생활 보호와 편안한 휴식을 위해 아이보리 색상의 커튼으로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곳은 그레이 톤의 침구와 소품을 활용해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붉은 톤의 카펫, 포인트 소품 및 패브릭과 알록달록한 문양의 가림막 등을 활용해 생기를 불어넣었다.
에어비앤비 숙소의 백미는 호스트의 감성이 담긴 라이프 스타일을 투숙객이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디 버스에 투숙한 사람들이 꼽은 이곳의 독특한 매력은 평화로움, 아기자기함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감성을 품은 소품들이 나타내는 다양성이다. 브랜디 버스의 호스트인 카렌은 아일랜드, 뉴질랜드, 인도, 우간다, 모잠비크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꾸몄고, 그것이 투숙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투숙객들은 또한 브랜디 버스에 머물면서 카렌이 비치한 책들을 읽고 다양한 장르의 음반 CD를 들으며 행복했다고 평한다. 책과 음악을 매개로 한 호스트와의 무언의 소통은, 투숙객으로 하여금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브랜디 버스는 TV가 없고, 와이파이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라고 하니 이곳에서 숙박할 때는 전자기기는 멀리하고 자연에 동화돼 보는 것은 어떨까? 브랜디 버스가 정차돼 있는 넓은 마당은 투숙객들이 휴식하며 힐링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다. 선 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고,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야외에서 바비큐나 통 구이를 해 먹을 수 있는 시설도 구비돼 있어 원형 테이블에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도 가능하다. 쌀쌀한 밤에는 화로 앞에서 마시멜로나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불멍(불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는) 타임을 가질 수도 있다.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읽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 종일 이곳
의 아름다운 경치와 여유를 만끽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활동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주변의 관광 명소를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이 지역의 역사와 건축에 대해 궁금하면, 브랜디 버스에서 차로 약 5분(도보 15분) 거리의 카렌 블릭슨 박물관(Karen Blixen Museum)에 방문하면 어떨까? 지역 이름을 그녀의 이름에 따라 명명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카렌 블릭슨이 1914년부터 1931년에 살았던 농가를 박물관으로 보존한 곳으로 그 시대의 건축물과 문화, 역사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차로 10분 거리에는 야생 식물과 울창한 녹지, 노래하는 새, 계단식 폭포를 감상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올로루아 국립 트레일(Oloolua National Trail)이 있다. 야생 동물을 볼 수 있는 옵션도 있다. 숙소로부터 차로 10분 거리의 기린 센터(The Giraffe Center)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로스차일드(Rothschild’s) 기린들이 어떻게 보호 및 양육되는지를 배우고 관찰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차로 20분 거리의 ‘세계 유일의 야생 동물 수도(The World’s only Wildlife Capital)인 나이로비 국립 원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코뿔소, 사자, 표범, 치타, 하이에나, 버팔로, 기린 및 400종이 넘는 다양한 조류 및 야생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이 국립공원의 매력 중 하나는 117㎢의 넓고 광활하게 펼쳐진 잔디 평원과 나이로비 번화가의 고층 빌딩과 조화를 이루는 절묘한 풍경이다. 더불어 다프네 쉘드릭 코끼리 입양원(Daphne Sheldrick Elephant Orphanage)은 고아가 된 검은 코뿔소와 코끼리를 양육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곳으로 나이로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 중 하나다. 이 곳에서 방문객은 아기 코끼리에게 젖병으로 우유를 주는 경험을 할 수 있고, $50을 지불하고 아기 코끼리를 후원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하면 매우 덥다는 선입견이 있기 마련인데, 케냐는 적도에서 남쪽으로 15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연평균 기온은 17.9℃ 정도며 낮 최고 기온은 건기 20~24℃, 우기 23~27℃, 최저 기온은 10~14℃로 쾌적한 날씨다. 연 강우량은 920mm 내외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11~5월까지는 우기로, 6~10월까지는 건기로 구분되며, 우기는 다시 3개의 시기로 나뉜다. 11~12월이 약간 소강상태의 우기라면 1~2월은 건기에 가까운 우기, 3~5월은 진정한 우기다. 우기에는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고 잠시 동안 스콜성 소나기가 내린다고 한다. 이로 인해 케냐를 방문하기 가장 좋은 달은 6~10월이며, 이때가 성수기다.
60년 전 영국에서 넘어와 케나 아이들의 교통수단으로 활용되며 추억을 담은 스쿨버스에서 전 세계인이 추억을 쌓고 가는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한 브랜디 버스. 버스를 활용한 공간 자체의 독특함과 더불어 다양한 지역에서의 삶의 경험을 가진 호스트의 개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투숙객이 경험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한 장소로 다가온다. 비가 오면 잠시 버스 안에서 빗소리와 함께 풀내음을 맡고, 햇살 쨍한 날에는 정원의 풍경을 벗 삼아 일광욕과 글램핑을 즐길 수 있는 브랜디 버스. 색다른 곳에서의 경험이 버킷 리스트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더블 데커에서의 경험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